스포있어요.
고스트 버스터즈_오싹한 뉴욕은 마치 빙판길을 불안하게 달리는 과적차량같습니다. 과적내용물은 너무 많은 캐릭터들이고요. 과거 멤버 4에 신규 멤버 6, 영화의 키가 될 중요한 조력자들까지 합치면 더 많아집니다. 러닝타임에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캐릭터들의 분량을 여기저기 덜어대다보니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캐릭터는 병풍 아니면 설명충 정도로만 소비됩니다.
그럼 이 영화의 메인이어야 할 유령에 대한 대접은 어떨까요? 당연히 별로입니다. 캐릭터 설명할 시간도 없는데 유령들 설명할 시간이 어디 있나요. 무엇보다 이번 메인 악역 데스 칠은 여러모로 최악입니다. 우린 이미 얼음과 추위에 관련된 악당이라면 리치왕이나 미스터 프리즈(원작)라는 근사한 캐릭터들을 보고 자란 세대잖아요? 최소한의 기대치란게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메인 빌런인 데스 칠은 극도로 무성의한 디자인에 카리스마도 없고 심지어 별로 무섭지조차 않아요.
하지만 가장 나빴던 점은 피비에 대한 영화의 태도입니다. 전편부터 새로운 고스트 버스터즈의 메인이 된 이 매력적인 캐릭터는 이번 편에도 여전히 스토리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피비가 똑똑하고 씩씩하긴 해도 여전히 어린 아이기 때문에 당연히 실수도 합니다. 이번 고스트 버스터즈_오싹한 뉴욕의 주요 사건은 사실상 임무에 배제됐던 피비의 호승심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입니다. 아무리 그것때문에 죽을 뻔했다 하더라도, 뉴욕이 꽁꽁 얼어붙을 정도의 대사고를 쳤으면 나중에라도 뭔가 책임을 지거나 반성이라도 하면서 캐릭터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어야하는데, 고스트 버스터즈_오싹한 뉴욕은 원작에서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시민들의 환호 엔딩으로 끝납니다. 욕을 먹는 건 오로지 1편의 그 얄미운 공무원이 출세한 현 시장이구요, 가족들은 어쨌든 살아돌아와서 다행이다라면서 퉁치고 넘어갑니다. 이쯤되면 가족들이 피비를 방기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찜찜하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엔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스트 버스터즈_오싹한 뉴욕은 모든 걸 완전히 망쳐먹진 않았습니다. 여전히 원작과 올드팬에 대한 배려가 있고 존중이 있습니다. 깊게 묘사되지는 못했지만 인간 피비와 유령 멜로디의 우정은 묘한 감흥을 남기고요. 하지만 다음 편에도 이런 과적운전을 계속한다면 그 결과는 뻔합니다. 바로 쥬라기월드 3편처럼 되는거죠. 고스트 버스터즈의 오랜 팬으로서 그것만은 절대 사양하고 싶네요.
영화 자체는 재미도 없고 내용도 없고 볼거리도 없고 흥행도 폭망이고 더 만들 이유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