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초창기 때 영화관에서 처음 보고 언제 한번 특별관 포맷으로 관람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래서 이번 돌비 시네마 재개봉이 반가웠습니다.
개인적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 영화 중 이보다 더 성공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흠 잡을데 없이 빼어난 전무후무한 리메이크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원작을 착실하게 구현하며 향수에 젖게 만드는 동시에 서사와 캐릭터의 깊이, 메시지의 설득력까지 갖추어 업그레이드를 이루어냈습니다.
전반부에는 운명이라는 테마를 다루며 알라딘, 자스민, 자파 모두의 서사를 균형감 있게 빌드업하다가 중반부부터 조커와도 같은 지니를 등장시키며 원작 애니메이션을 능가할 정도로 넘치는 흥과 화려한 비주얼을 선보입니다. 각각의 캐릭터들의 욕망이 맞물리며 충돌하는 후반부와 한층 진일보한 엔딩까지 이 영화는 지루한 구간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종일관 즐겁고 유쾌하고 페이소스 가득하며 행복합니다.
그 가운데 리메이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자연스레 스며들어 옵니다. 원작의 권선징악 테마는 베이스로 깔되 정해진 운명을 극복하려는 캐릭터들의 행위에 당위성을 더하며 운명을 바꾸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은가, 욕망을 이룰 수 있는 힘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하는 다소 무거운 질문들까지 무겁지 않게 꺼냅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페미니즘을 다루는 방식인데 자스민의 서사를 적극 활용하여 어쩌면 여권 신장이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이슬람권 문화와 여성들에게 간접적으로 계몽을 촉구합니다. 클라이맥스에서 자스민이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불끈 쥔 채 외치는 "Speechless"는 왜 이 노래가 그 유명한 "A whole new world"를 밀어내고 이 영화의 대표곡이 될 수 밖에 없는지를 여실히 증명합니다. 이 장면의 연출 또한 가이 리치에게 박수 쳐주고 싶을 만큼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영화에서 겉만 요란하거나 자극적인 페미니즘이 아닌 이처럼 꼭 필요한 만큼, 영화보다 한발짝 뒤에서 적절하게, 허나 확고하게 페미니즘을 녹여냈다는 점에서 단순한 실사화를 넘어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이 영화의 에이스는 보고 또 봐도 역시 윌 스미스입니다. <인어공주>의 할리 베일리 못지 않게 의외의 캐스팅이지만 가장 완벽한 캐스팅이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윌 스미스 없는 이 영화는 도무지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그가 무대를 주도하며 펼치는 "Friend like me" "Prince Ali"가 흘러나오면 진심 영화관에서 벌떡 일어나 미친듯이 춤이라도 추고 싶어집니다. 흥이 폭발하다 못해 눈물이 나올 정도인데 지니를 맡은 윌 스미스야말로 "위대한 쇼맨"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게다가 엔딩에서 마침내 자유를 얻은 그의 촉촉한 눈빛과 주름은 페이소스를 불러 일으키며 그가 왜 아카데미 수상자인지를 증명합니다. 배우가 관객으로 하여금 흥을 유발하는 끼와 감동을 선사하는 연기력을 다 갖추고 태어나기가 쉽지 않은데 윌 스미스는 둘다 선천적으로 갖춘 천상 엔터테이너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네요. (그나저나 요즘 뭐하시는지...)
확실히 돌비 포맷이라 귀르가즘이 남다르긴 했는데 기대보다 화질이 선명하고 밝은 느낌은 들지않아 다소 의아했습니다. 어쨌든 다시 봐도 영화 <알라딘>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의 고점이자 원작을 능가하는 리메이크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별점 및 한줄평:
●●●●(4/5) 감흥을 더한 실사화와 설득력을 갖춘 페미니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근데 저는 일반관에서 봤을때랑 돌비빨은 큰 차이를 못느껴서 아쉬웠어요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