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란 안 홍 감독이 연출한 <프렌치 수프>는 그의 7년만에 신작이자 깐느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20년간 최고의 요리를 연구한 셰프 도댕(브느와 마지멜)과 그의 수제자인 외제니(줄리엣 비노쉬)는 둘도 없는 파트너입니다. 사실 도댕은 지난 몇 년간 여러 번의 청혼을 외제니에게 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외제니는 자유로움을 너무 사랑하는 존재라 그를 받아드릴 수가 없습니다.
또한 사실 외제니는 지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도댕을 거절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도댕은 끊임없이 그녀의 방문에 노크를 하고 결국 결혼에 이릅니다. 하지만 그 찬란함도 잠시뿐입니다.
<프렌치 수프>는 영화 오프닝부터 프랑스 정통 요리과정을 꽤 오랫동안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인물보단 요리가 주인공인 셈이죠. 아무리 대단한 줄리엣 비노쉬도 이 장면에선 조연에 불과합니다. 이안의 <음식남녀>이후 최고의 요리 오프닝씬으로 기억될 이 장면은 프랑스 요리를 전혀 모르고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군침이 돌게 만드는 멋진 연출이었습니다.
시간적 배경은 아마 19세기로 보입니다. 요리 기구와 가스 같은 것이 등장하지 않아 대략적으로 그 시기로 보이는데요. 이 영화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가 등장인물 모두 탐욕(식욕)의 의해 음식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을 숭고하게 대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도댕이 친구들과 식사하는 장면이나 외제니가 음식을 만드는 모습에서 이는 잘 드러납니다.
이런 진심은 가장 중요한 장소인 주방 촬영에서 잘 드러납니다. 밖에서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활용하는 방식과 음식을 프레이팅하는 장면과 동시에 두 캐릭터의 깊이까지 같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에선 상실에 대한 한 캐릭터의 고난과 더불어 결국 후대에 어떻게 이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고요.
트란 안 홍은 데뷔 때부터 주목을 받았는데요. 우리나라에선 영화를 본 사람은 거의 없지만 포스터가 너무 유명했던 <그린파파야의 향기>나 라디오 헤드의 'creep'이 삽입곡이었던 <씨클로>가 바로 그의 작품이었습니다. 최근 몇 작품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는데 <프렌치 수프>는 이를 충분히 벌충(?)한 작품이었습니다. 다음 작품은 좀 더 이른 시간에 만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