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일 감독이 연출한 1962년 작 <서울로 가는 길>은 한국전쟁 중 포로였던 국군이 한 여성을 만나 남으로 탈출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중 북한군의 포로가 된 남한군 강소령(김진규)은 수용소에서 탈출을 시도하다가 부상을 입지만 다행히 민가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를 발견한 노부부는 그를 집으로 데려가 치료를 해줍니다. 하지만 총상 때문에 바로 몸을 가눌 수 없는 강소령은 그 집의 딸인 명신(김지미)의 간호를 받고 회복을 조금씩 해나갑니다.
하지만 평양에서 더 이상 머무르기도 힘들고 최근 이상한 낌새의 행신의 집안을 경계한 마을사람들이 불시 검문을 하는 등 강소령을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동안 행신은 강소령을 맘에 품게 되고 둘은 함께 평양을 떠나 남으로 향할 준비를 하게 되죠.
그러던 와중 포로 수용소에서 전우를 다시 만난 강소령은 그들과 함께 탈출시도를 하고 행신과 함께 남으로 향하게 되지만 그 여정에서 다시 위기를 맞게 됩니다.
한국전 당시 포로에 관한 소재로서 고전은 처음 보게 되었는데요. 몇 년 전 강형철 감독의 <스윙키즈>가 거제수용소 배경으로 포로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영화가 제작될 당시엔 냉전의 시대였기 때문에 이분법적인 해석이 영화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국가적으로 이 작품의 제작을 지원했다고 합니다. 특히 수용소를 탈출하는 장면은 군부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했다고 하네요.
영화에선 김일성 대학 출신의 엘리트인 행신이 당시 북한의 이념을 지적하는 장면이 꽤나 등장하는데 논리적으론 다 맞는 말이긴 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법적인 연출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
당대의 슈퍼스타들이 등장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한국 영화사에 빠지면 안 되는 김진규, 김승호 배우가 등장하고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김지미 배우도 강단 있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이병일 감독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다른 작품들도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찾아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