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속옷을입는두여자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우리 주변 어딘가에 흔히 있을법한 애처로운 가족의 이야기. 그러나 두 배우가 끌고가는 상황이나 연기가 매우 적나라하고 또 심하게 극적인 탓에, 오히려 이야기의 영화적인 과장을 넘어 가짜같은 느낌도 적잖게 들었습니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독립영화들이 아무리 장황한 이야기도 110분 내외로 압축하는 관행(?)적인 모습과 달리, 140분이라는 상당한 길이의 영화가 나왔다는 데에서 엿보이는 어떤 '패기'같은 것이 이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중 하나였습니다. 예고편에서 보여주는 강렬한 이미지나 묵직한 대사들이 풍기는 분위기를 보면 영화가 더 길어도 상관없겠다고 생각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지만 군데군데 길게 가져간 호흡이나 다소 많은 주변인물들을 설정한 서사의 과잉에서, 처음에 기대했던 패기보다는 컷과 장면들의 편집점을 정하지 못하는 미련같은 것이 좀더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전체 구성의 완급을 조절하거나 결정적으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싶네요.
기대가 어느정도 있었던 탓에 아쉬운점이 기억에 더 남기는 했지만, 높은 평점에 수긍할 만큼 잘 만들어진 작품임은 분명하고(특히 영화의 마지막 15분가량은 완벽 그자체) 개인적인 호감도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편입니다. 누가 흉내내기 힘들만큼 잘 창조해낸 이야기의 뼈대와 캐릭터들, 그리고 연기연출만큼은 윤가은 감독 이후 가장 인상적인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잘 참고하고 영화 관람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