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연출한 1985년 작 <유로파>는 2차 세계대전 직후 고향 독일로 돌아와 철도회사 직원이 된 한 청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독일계 미국인은 레오는 1945년 2차 세계대전 직후 패망한 고향 독일로 돌아와 삼촌이 일하는 철도회사에 취직합니다. 그는 조국에 어떤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으로 고향으로 돌아온 이상주의자이기도 합니다.
레오는 주로 침대칸 고객들을 응대하며 정식 직원이 되는 교육을 받던 와중 철도회사 사장의 딸인 카나리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결혼에 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런데 레오가 미국에 살다 왔다라는 이유로 카나리나의 아버지이자 보스는 미군 쪽 장교에게로부터 정보를 빼오라는 지시를 내려 난감한 상황이 됩니다. 또한 반연합군 테러 조직으로 부터 다른 협박을 받으며 레오는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중 비주얼과 이야기적으로 가장 대중적으로 느껴지는 <유로파>는 이상주의자가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소모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온 그에겐 일평생 겪지 못한 상처와 함께 전후 시대의 현실을 고스란히 체험합니다. 레오의 상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가장 사랑하는 어떤 이에 대한 상처도 함께 수반됩니다.
앞서 대중적인 비주얼의 작품이라고 언급했지만 라스 폰 트리에 작품 중 그렇다는 것이고 이 작품에선 독일 표현주의적 이미지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거대한 클로즈업된 후경 앞에 웅크린 사람이나 손목시계 안에서 뛰고 있는 남자의 모습들이 그러합니다.
이렇게 자신만의 색깔을 최근 작품까지 보여준 라스 폰 트리에가 몸이 안 좋던데 빠른 시간 안에 회복해서 그의 세계를 다시 한 번 경험해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