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기부터 꽤 여러번 재개봉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관람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를 다룬 애니메이션이긴 하지만 영화 오프닝에 등장하는 문구처럼 약 100명의 화가들이 흡사 고흐의 작품과 같이 다채로운 물감과 섬세한 붓터치로 손수 일일이 그려낸 작화라는 점에서 굉장히 특별합니다.
영화는 고흐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테리를 추적하는 내러티브 형식을 취하고있지만, 결국 그의 죽음의 진상보다는 예술가로서의 삶의 의미를 조명하는데 무게를 둡니다. 그 가운데 그의 실제 그림 속에 등장했던 주변 인물들이 생전의 그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았는가 친절하게 묘사합니다. 마치 큐레이터를 통해 접하는 고흐의 생애에 관한 90분짜리 시청각 자료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스토리의 특이점은 없지만, 서두에 말한 바와 같이 작화 방식에서 고흐의 영혼을 어루만지는듯한, 혹은 그의 작품 세계를 추앙하는듯한 제작진의 애정과 정성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그러한 점에서 또렷한 영화적 정체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위대한 예술가의 삶과 예술에 대한 태도를 관객으로 하여금 차분히 곱씹어보고 이해하게 만드는 기능을 합니다. 마치 그의 그림 한 폭 한 폭을 감상하며 음미하듯 말입니다. 다만 유화의 와일드한 질감이 스크린에서 쉴새없이 살아 꿈틀거리기에 눈의 피로도는 다소 높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 눈에 비친 그의 겉모습은 그저 미치광이 혹은 천재에 불과했지만, '나의 그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리고 내가 마음이 깊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만 그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소박한 바람이 새벽녘 별빛처럼 번져와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 <러빙 빈센트>입니다.
*별점 및 한줄평:
●●●○(3.5/5) 광활한 밤하늘을 부유하는 별의 고독함과 에워싼 어둠을 관통하는 별빛의 찬연함을 인고의 붓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