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ko.kr/12543411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한국 사회를 풍자하며 도덕적 딜레마를 다루는 가족극이지만 전반적인 연출이 세련되지는 못합니다. 정직하게 계산된 플롯 속에서 톤이 과잉될 때와 절제될 때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으며 음악과 연기의 톤 조절이 아쉽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인상적인 장면들이 꽤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한국 TV 드라마를 보고있는 듯한 느낌이 자꾸 듭니다. 여러모로 옅은 기시감만 불러일으킬 뿐 <기생충>같이 날카로운 유머도, <마더>같이 예측불허의 강렬한 에너지도,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같이 소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데서 오는 흡인력도,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같이 영화적 여백에 녹여내는 철학적 사유도 부족합니다. 인물들이 팽팽하게 맞서며 각자 딜레마에 처한 상황과 심경의 변화를 교차해서 전개하고 있지만, 이야기 자체에서 형성되는 극적 긴장감과 설득력이 배우들의 치열한 연기 대결에서 느껴지는 그것에 비해 약합니다.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이 풍부한 입체감을 갖추기에는 러닝타임이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김희애의 연기 톤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며 장동건은 모처럼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배역을 맡았지만 둘의 앙상블에서 90년대 한국 드라마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나오는 걸 막을 수 없습니다. 설경구는 그냥 설경구 했고, 개인적으로 수현이라는 배우의 연기가 가장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던 것 같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은 정확히 세 번 등장하는 식사씬인데 그래서 그런지 마치 공간의 제약이 영화 전반에 존재하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듭니다. 카메라로 각색하기보다는 무대 위에서 펼칠 때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졸작이라고 볼 순 없고 나름의 장단점이 공존하는 무난한 한국 영화이지만, 제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인생 영화이자 한국 영화 중 최고라고 생각하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든 허진호 감독의 영화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더 큽니다. 그만큼 원작에 기대어 누가 만들어도 이 정도는 만들었을 것 같은 영화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행복>처럼 따스함과 스산함이 공존하는 섬세한 연출로 내 눈물 콧물 쏙 빼놓으셨던 감독님 어디 가셨나요?

 

*별점 및 한줄평:

●●○(2.5/5) 식탁에 둘러앉아야만 탄력이 생기는 도식적인 이야기와 과정에 비해 작위적인 결말.


발없는새

 

♡My Favorite Artists♡

찰리 채플린, 왕가위, 장이머우, 마틴 스콜세지, 샘 멘데스, 크리스토퍼 놀란, 로버트 드니로, 양조위...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1)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 profile
    하이라이트원 2024.10.16 22:58
    초반에 보여지는 이미지와 중후반에 보여지는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 캐릭터들.
  • @하이라이트원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4.10.16 23:09
    그 상반되는 캐릭터 이미지의 변화에서 설득력이 부족했습니다. 상반되는 이미지 그 자체를 결론으로 도출하기 위한 작위성이 변화보다 더 크게 느껴졌어요..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683472 96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52] file Bob 2022.09.18 795668 148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8] file admin 2022.08.18 1127070 204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70] admin 2022.08.17 830849 151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6] admin 2022.08.16 1508217 143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594864 173
더보기
칼럼 <보통의 가족> 양심의 기운 빠진 외침 [5] updatefile 카시모프 2024.10.17 27192 14
칼럼 <레드 룸스> T가 공감하는 방법 [28] file 카시모프 2024.10.10 146461 25
불판 10월 21일(월) 선착순 이벤트 불판 [10] 아맞다 2024.10.18 28065 23
불판 10월 18일 금요일 선착순 이벤트 불판 [123] 은은 2024.10.17 51980 55
이벤트 U+tv 모아 10일이상 출석하면 커피가?! file 엘지유플러스 파트너 2024.10.02 130717 13
후기/리뷰 스마일2 후기. 주연이 알라딘 자스민 공주였네요. new
02:16 290 3
영화잡담 이 홍콩 배우분 이름좀 알려주세요 [3] newfile
image
01:41 560 0
후기/리뷰 [약스포] 스마일2 호 후기 newfile
image
01:32 255 1
영화잡담 베놈×스마일 콜라보 광고 [2] newfile
image
01:06 561 3
후기/리뷰 <보통의 가족>,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로컬라이징의 희망편과 절망편 [1] new
01:05 249 2
후기/리뷰 [약스포]구룡성체랑 스마일2 같은 날 본 후유증 🤭 [1] new
01:00 319 3
후기/리뷰 고래와 나 [시사회] 리뷰 newfile
image
00:33 265 1
영화잡담 보통의 가족 new
00:28 264 0
후기/리뷰 [구룡성채] 보고왔습니다! [4] new
00:09 446 3
10월 19일 박스오피스<와일드 로봇 50만 돌파> [9] newfile
image
00:02 943 13
영화잡담 스마일 1, 2 로튼토마토 지수 [2] newfile
image
00:02 498 6
후기/리뷰 스마일2 기다빨리네요😂 [9] new
23:18 754 4
후기/리뷰 간단) CGV압구정 우•천•사 시네마톡 [1] newfile
image
22:43 417 3
후기/리뷰 <채식주의자> 영화만 본 소감 (스포) [5] newfile
image
22:28 702 2
영화관잡담 용산 어프렌티스 23 오픈 new
21:46 451 0
영화잡담 모가디슈 드디어 블레 나오네요 ㅎㅎ [1] newfile
image
21:06 491 3
영화잡담 스마일 2 재밌는 건 둘째치고! [2] new
21:01 809 6
영화관잡담 최근에 신도림 씨네큐 가보셨던 분? (냄새 관련) [3] new
20:37 814 0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IMAX 포스터 [3] newfile
image
20:05 1398 11
후기/리뷰 레드 룸스 간단 후기 new
20:04 457 1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4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