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가 악착같은 생존기이자 그 근간에 있던 무한한 할머니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기원을 짚어 나간다. 영화 초반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겪는 고초를 묘사하는 장면들을 볼 때 그저 또 하나의 인종차별 이야기겠구나 싶지만 드라마를 쌓아 나가면서 후반부에 들어 가족으로서 소영과 동현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그들의 뿌리에 대해 파고든다.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이 부분에 있어 상당한 깊이감을 가지고 강한 울림을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