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저는 초중반까진 꽤 맘에 들었습니다.
쫄보라서 평소 고어물을 잘 못보는 편인데... 타란티노 감독 영화들까진 나름 버틸수 있고,
간혹 등급논란 있는 15~18세 사이의 영화들까진 무난하게 관람하는 편입니다.
(18세면 포기할까? 고민하는 편이라 오히려 등급에 다소 관대한 편인...ㅋ)
이 영화에선 특히 홍사빈과 김형서 두 젊은 배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 열일하시는 큰형님 김종수 배우와
형님 아니고 형 송중기도 영화에 잘 녹아들었구요.
(올초 개봉한 대외비는 명배우들이 따로 논단 생각이 들었던...ㅋ)
무엇보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덜?직접적이면서 공포감있게 묘사하는 방식이 꽤 좋았습니다.
주로 보좌관이나 비밀의 숲, 스카이캐슬 같은 드라마들에서 인상적이었던 유성주 배우님이던데...
폭력계부 역할에 굉장히 찰붙이군요.
그리고 전 못싸다구 맞는 부하 캐릭터가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다만 대사 몇개가 안들린...ㅜㅜ)
영화가 멋을 부리긴 부리는데 마녀의 박훈정 감독처럼 대놓고 겉멋(간지)추구하는? 계열과는
살짝 대척점에 있는 느낌입니다. ㅋㅋㅋ
오히려 건조한 느와르풍으로 가려다보니...
주요인물들에 대한 감정이입이나 혼돈의 대폭발이 잘 먹혀들지 않는 단점이 있는 것 같더군요.
솔직히 전 쥔공 막냉이가 유리창에서 얼굴에 피를 닦는 장면까지는 꽤 좋게 봤었습니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맘에 들기에 나름 너그러워지면서
극호의 상태로 맘이 막 활짝 열리려던 차...
근데 어라? 그동안에 낚시줄 마냥 던져놓은 떡밥을 야무지게 회수해서 클라이막스로 치달아야함에도...
오히려 살짝 지치면서 에? 에? 하는 의문이 자꾸 생기더군요.
몇몇 떡밥은 회수조차 안된듯한...
(이를테면 애기의 아부지나 네덜란드 같은?)
게다가 찬찬히 돌이켜 생각해보면 완전 이해가 안가는 흐름이나 감정상태들은 아니지만,
정작 관람할땐 감정선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서사의 빌드업이 약한건지, 연출이 넘 덤덤해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대체 왜 클라이막스가 이렇게 붕~ 뜨지? 싶었어요.
순간 넷플릭스의 군대드라마 D.P.가 떠올랐습니다.
*여기서부터는 D.P1의 스포가 있습니다.
(실은 제 동생이 헌병이었는데, 것도 2014년 임병장 총기난사사건때 같은 22사단 소속 헌병이라...
총들고 나간 그아이 잡으러 투입됐던 게 떠올라 남일 같지 않더라는...)
조현철의 연기력이 신들린 수준으로 엄청나긴 하다만
홍사빈도 나름 꽤 좋은 편이었는데 대체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 의문스럽더군요.
두인물다 본래? 남을 가엾게 여기며 챙겨줄줄 아는 착한 심성을 가진 인물들이었지만,
지속적으로 폭력에 노출되면서 애니 캐릭터나 네덜란드처럼 각자 좋아하던 것에 푹 빠져...
현실의 이 지옥같음에서 벗어나고픈 인물들이란게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폭력에 물들어가는 안타까운 모습도 그렇구요.
D.P에서 막판에 조상병은 내면이 붕괴되며 분노가 모든걸 잡아먹었는지...
마치 조커처럼 돌변해서 미쳐 날뛰는 대혼돈의 클라이막스가 정신없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연기력+연출력이 다함께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하지요.
때문에 그가 가해자 앞에서 순간 두려움에 휩싸이며 급 나약해진 것도 그렇고...
(마치 화란에선 의붓여동생을 방패막이로 내세운 것처럼 급격히 쫄보모드로 회귀한...?)
D.P조에 붙잡혀 군대란 현실의 시궁창으로 되돌아가야될 때 다시금 폭발하며 도망간 것도,
(마치 화란에서 손톱빼고 내 손 자르라고 들이밀던...)
아예 이젠 막나가며 폭주하는 괴물이 된것도,
괜히 엄한 경찰 죽이려고 난리치는 것도...
(마치 화란에서 닥치는대로 가게털고 송중기 패는...)
"봉디쌤" 한마디에 현타와서 정신차린 것도,
(마치 화란에서 막판에 자기얼굴의 피한방울이 송중기의 얼굴에 떨어지자 퍼뜩 정신차린 것처럼...)
심지어 차마 남을 죽일 정도로 악해지진 못해서...
아무도 못죽이고 혼자 자살(화란의 경우 자해)을 한단 것도 D.P에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D.P 또한 화란 못지않게 이해하기 쉽지 않은 엄청나게 끔찍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인물임에도
마치 제가 조상병의 지인이 된 심정으로 온전히 공감하고있단 착각이 들만큼,
오롯이 극에 몰입되면서 아... 제발... 이런 조마조마한 감정에 휩싸이더군요.
(본지 몇년 됐는데도 아직도 그 충격이 생생한...)
특히 D.P에선 모든 상황과 감정선이 정신없이 오락가락 휘몰아치는데도...
일단 조상병의 상황과 심정에 납득이 가니,
그의 마지막 선택이 어쩌면 이것밖에 출구가 안나오긴 하겠구나... 싶어 막막해지고,
이게 현실인걸까...?란 생각에 너무나도 안타깝고 슬퍼서 긴 여운을 자아냅니다.
근데 화란에선 그게 잘 안보이더라구요.
특히 송중기+홍사빈의 선택이 영........... 이해가 안;;;
느와르임에도 건조하고 덤덤한 톤으로 표현한 건 감독의 고유한 선택이었겠으나...
후반부 클라이막스에서는 오히려 관객의 이입+몰입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연출이 된 건 아니었을지...
(분명 봉디쌤 감정선이랑 묘하게 비슷한데 희한하네...)
개인적으론 각본이 다소 불친절하다 느꼈습니다.
어쩌면 6부작 드라마였던 D.P와 달리 서사를 쌓을 시간이 부족했던 걸까요?
솔직히 형+막내의 빌드업이 좀더 촘촘했어야하고,
막판에 둘이 붙는 장면이 훨씬 섬세하게 다뤄졌다면 좀더 임팩트 있었을 거 같습니다.
여튼 분위기의 톤이나 화면빨, 배우들의 연기,
무엇보다 간만의 진~한 느와르 장르란 점 등이 굉장히 맘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에 급격히 어긋난 게 꽤나 아쉬운 작품이었네요.
(박훈정 감독님 작품도 매번 재밌게 잘 챙겨보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톤의 분위기를 더 선호하는...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인한거 잘 견디는 분들이라면,
한번 극장에서 관람해봄직 하다고 추천할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호불호 탈만하다 생각하지만 에그가 70점대까지 떨어진건 괜히 제가 다 속상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