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보았고 굿즈도 받았습니다만 극불호입니다. 굿즈도 나눔 예정입니다.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는 잘 모르지만 그가 반전주의자인 것은 알고있었고 포뇨, 토토로, 센치행, 하울을 재밌게 봐서 굳이 따지자면 호감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마이너스를 찍었네요.
우선 배경 설정은 둘째치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정말 재미가 없었어요. 지브리 전작들을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어느 지점에서 보기 시작했든 끝까지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지브리 뿐 아니라 그런 힘을 지닌 영화들은 아무리 러닝 타임이 길다 해도 시간을 완전히 잊은 채로 볼 수 있죠. 하지만 그어살에선 그런 매력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2시간이 이렇게나 긴 지 처음 알았습니다. 정말 재미가 없어요.
영상미가 아름답고 작화가 훌륭한 게 유일한 호 포인트이긴 하지만 이건 다른 지브리 작품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요소들이라 별다른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네요. 음악 또한 기억나는 음악이 없습니다. 매력적인 캐릭터 잘 모르겠습니다.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건 아니지만 이어지는 지점들을 잘 모르겠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이게 불호의 요소는 아닙니다. 한 번 밖에 보지 않았고 제가 감독을 완전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의 전작들을 모두 본 것도 아니니 놓치거나 이해하지 못했던 지점들은 그런 것들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어살을 극불호로 생각하는 건 배경 설정과 마지막 장면 때문입니다. 우선 극중 배경은 1930년대 일본이고 주인공은 아버지가 군수 공장을 하는 덕에 전쟁통에도 부유하게 살고있는 아이입니다. 각종 통조림들을 구할 수 있고 담배도 피울 수 있으며 아버지는 전학온 주인공을 위해 첫날 학교에 자동차로 등교를 시켜주죠. 주인공이 다치자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게끔 기부금을 줄 만큼의 부가 있는 사람입니다.
1930년대 일제의 강제 수탈이 고조되고 있을 때 일본인이 부유한 것도 한국인인 저의 입장에서 그닥 호의적이지 않은데 다른 것도 아닌 군수 공장이라니. 거기다가 전쟁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는 대사라니요. 다른 등장 인물들과 아버지 캐릭터가 대립하는 것이라면 해당 캐릭터의 배경과 그 대사를 갈등의 한 부분이라고 하겠지만 제가 봤을 땐 그런 캐릭터와 대사는 없었습니다. 물론 제가 놓쳤을 수도 있겠죠. 그런 연장선에서 전쟁에 참전하는 군인들에게 경례하고 전투기 캐노피를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장면은 솔직히 거북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불호적인 지점은 마지막 장면입니다.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온 주인공은 전쟁이 끝난 후 도쿄로 간다는 나레이션과 현관에서 그를 기다리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굉장히 평화롭고 단란해 보입니다. 아무 설명 없이 그 장면만 봤다면 전쟁의 기미조차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그 지점에서 절로 비아냥이 나더군요. 가해국이니 저럴 수 있겠지 라는 비아냥이요. 작중 마지막 배경으로부터 80년이 지난 2020년대를 살고있는 제가 관련된 모든 일을 아는 것도 아니고 안다고 해도 글로밖에 모르지만 그 장면은 참으로 거북했습니다.
결국 일본이 가해국인 것은 변함이 없고 그당시 일본도 힘들었다고 하지만 한국인들보다 힘들었을까요? 그런 상황에서 전쟁의 기색은 전혀 느낄 수 없는 부유하고 평화로운 주인공 가족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꼴불견이었습니다.
이럴 땐 차라리 그냥 평범한 일본인으로 태어났으면 합니다. 그럼 이런 감정들과 불편함, 찝찝함을 느끼지도 않을 거고 언제나 불평만 한다고 투덜거릴 수 있을 테니깐요. 우리도 그 때 힘들었다고 할 수 있을테니깐요. 바벤하이머라는 밈에 진심으로 분노하며 영화사들의 사과를 받아낼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에그 지수가 69퍼센트라는 글을 보았는데 개인적으로 69퍼센트도 굉장히 높아 보이네요. 이런 영화를 쿠폰으로 봐서 다행입니다. 돈을 주고 봤다면 시간도 돈도 버렸을 테니깐요. 제가 애국심이 투철한 것도 아니고 일본 문화를 싫어하는 것도 아닌 오히려 즐기는 편에 속하지만 이런 미묘한 혹은 대놓고 거북한 지점들이 참 사람을 힘빠지게 하고 감정을 상하게 하네요.
보고난 직후에는 그저 재미없고 찝찝하다 였는데 계속 생각해보니 화가 나 이렇게 두서없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감사 인사 드리고 싶으며 제가 혹시 잘못 알고 있거나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모두모두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포스터와 오티 필요하신 분 계시면 쪽지 부탁드립니다. 나눔합니다. 새로 글 팔 것 같지만 일단 적어봅니다. 문제된다면 말씀해주세요.
+ 오티와 포스터 나눔 완료되었습니다. 포스터 몇 장 남은 것들은 새로 나눔글 파겠습니다.
++밥이 맛없다고 하는 것도 이제 보니 기가 찹니다. 그 시대에 매끼니 먹을 수 있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모르네요. 그 쌀은 어디서 온 겁니까? 쌀로 화살에 깃털 붙이는 장면도 그 전쟁통에 누구는 쌀이 뭐냐 음식을 먹지 못해 죽어가는데 그걸 제 목적이 아닌 다른 것에 쓴다는 것도 별로에요. 반찬 투정 장면 꼭 필요한 장면인가요? 은은하게 사람을 찝찝하게 혹은 슬프게 화나게 하는 지점들이 영화 곳곳에 뿌려진 게 너무 싫어요. 제가 잘 모르고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들이 분명 있을 테지만 너무나도 뻔히 느껴지는 가해자적인 시선들 때문에 영화 다시 볼 생각도 안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