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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를 처음 알게된 건 올해 여름이였다. 여러 작품에서 인상깊게 봤던 조현철 배우의 첫 감독 데뷔작에 김시은 배우, 예고편에서부터 볼 수 있던 뿌연 영화의 화면 등등 기대되는 요소가 많아서 개봉까지 많이 기다렸던 작품이였다. 거기에 작년 부국제 상영 당시에도 평이 좋았다고 들어서 기대를 안할 수가 없었다.

 

기다림 끝에 영화를 마주했고,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좋은 의미로... 이렇게 슬픈 내용인 줄 몰라서 더 그런걸까... 사실 영화를 연달아 두번이나 봤음에도 후기를 쓰기가 너무 힘들었다. 썼다 지웠다만 수천번은 한 것 같은 기분. 어려운 플롯이 있는 것도, 비유와 은유가 넘쳐나는 작품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유독 너와 나는 감정적인 파동이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영화는 세월호 참사를 다루고 있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참사 이후 남겨진 이들에게 집중한다면, 너와 나는 참사 전날의 시간을 다루며 남겨진 이들의 슬픔보다 죽은 이들이 남긴 소중한 것들에 집중한다. 수학여행 하루 전날 학생들의 분주한 발걸음, 떡 하나로 다투는 친구들, 자꾸만 엇갈리고 무너지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까지.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 보면 왜 그랬나 싶은 순간도 오겠지만 그래서 더 소중해지는 그 모든 순간과 감정을 러닝타임 내내 너무나도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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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을 이끄는 세미와 하은의 관계도 좋았다. 감정에 솔직한 세미와 감정을 숨기는 하은. 그 둘이 서로를 오해하고,  답답해하는 과정 속에서 진정한 사랑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며 마음 한 켠이 몽글몽글해졌다...

 

특히 초반부 하은이 세미에게 미안하다고 거듭 말 하는 장면이 너무 마음 아팠다. 세미가 원한건 미안하다는 사과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달라는 의미였을텐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게 싫었을텐데... 그 장면이 유달리 마음 속 깊이 다가왔다. 

 

 

처음에는 작품이 세월호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걸 모르고 봐야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반대로 생각한다. 죽은 이가 남겨진 이에게 다 괜찮아질거라고 말하는 영화의 주제도 너무 좋았고, 꿈과 현실의 경계처럼 보이는 영화의 화면도 좋았으며, 수많은 이들의 사랑한다는 말에 웃는 세미의 모습으로 끝나는 영화의 엔딩도 좋았다. 그냥 영화의 모든 것이 소중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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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누군가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슬픔에 매일 밤 울기도 할 것이다. 너와 나는 그런 남겨진 이들에게 그 슬픔을 극복하고 넘어서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하은이는 버스에 앉아 노을지는 창밖을 보며 울겠지만 학교에 다닐 것이고, 몇 년 뒤에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새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남겨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profile 박재난

세미는 뽀미에게 물린 상처에 물이 닿지 않게, 손을 높게 들어 올리고는 샤워를 한다. 엄마는 예의도 없이 불쑥 들어와 다 큰 딸의 상처에 주방용 랩을 대충 감아주었다. 세미는 그게 나쁘지 않았다.

 

세미는 조이와 단둘이 마주보고는 '사랑해'라는 말을 가르친다. 세미는 그 말을 또렷이, 아주 정확하게 반복했다. 눈치 없는 아빠는 세미의 방으로 쳐들어와 조이에게 아빠 해봐, 아빠 잘생겼다! 같은 말들을 던지며 장난을 쳤다. 세미는 아빠를 내쫓고는 조이에게 다시 속삭인다. '사랑해."

 

우리는 세미가 잠드는 모습을 보게 된다. 조금씩 아주 서서히 주변의 소리도 시야도 사라지는 그 모습을. 오늘 하루 세미에게 좀처럼 찾아오지 않던 평화가 드디어 찾아오고 있음을. 설레는 마음도, 슬픔도, 사랑도, 모두 뒤로 한 채로, 아주 천천히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너는

 

잠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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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을못써서슬퍼요 2023.11.05 15:06
    이 글 보니까 뭔가 더 눈물나네요. 저는 다 괜찮아지기보다 계속 아파하기를 택하고 싶어요. 김시은,조현철,박혜수 배우를 비롯한 출연진들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었습니다.
  • @글을못써서슬퍼요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박재난 2023.11.05 21:31
    영화를 보면 자동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더라구요... 눈물나게 사랑스러운 영화...🥹
  • profile
    파워핑크걸 2023.11.05 18:13
    영화속에서 안산역 빼곤 버스번호나 공원이름을 조금씩 바꿨지만 그 동네 살았던 주민으로선 어떤 감성이고 어떤 공기,풍경인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혼자보면 조금 쓸쓸한 풍경이고, 함께본다면 친구와 놀러갈 생각에 아름다운 노을을 즐길수있는 그런 풍경입니다.

    친정에 내려가 101번 버스를 타고 화랑유원지의 노을을 보며 중앙동을 가게 된다면 이영화가 떠오를것같네요.
  • @파워핑크걸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박재난 2023.11.05 21:32
    실제 지역 주민이시면 보는 내내 되게 반가우셨겠어요...!! 저도 제일 많이 울었던 장면이 하은이 혼자 버스타고 가는 장면이라... 나중에 기회 되면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 profile
    PIFF 2023.11.05 20:58
    알고 보는데도 아니길.. 아니길.. 하며 보게되는 심리 ㅠㅠ
  • @PIFF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박재난 2023.11.05 21:32
    그래서 더 눈물나더라구요...
  • 더오피스 2023.11.06 03:20
    한 사람의 상실을 다루는 일은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참 간격이 크기도 합니다.
    사람이 죽었다는게 그저 장례식장에 이름 하나 걸리는 것처럼 간단해 보이기도, 그 장례식장에 울음 그칠 날이 단 하루도 없는만큼 끝없이 막막해 보이기도 해요.
    국가적 참사도 모두가 그저 슬퍼하고 위로하면 될 일 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누군가는 슬프지 않음을 넘어 그것에 대해 몰상식한 소리를 쏟아내곤 하죠.
    인생을 되돌아 볼때 여러 접근 방식이 가능하겠지만 가장 쉽고 빠른게 누군가와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해 기억하는 일인 것 같아요.
    누군가와 함께 한 순간이 길수록 나의 인생 또한 송두리째 뽑혀 나가는 고통을 받겠지만 또 내가 그 고통을 받아들이고 기억하지 않으면 그 아름다운 이가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사실은 잊혀질 겁니다.
    아무 일 없듯 살다가도 그 죽음이 문득 스칠때면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눈물 흘리겠지만 또 그와의 추억에 다시 웃을 수 있습니다.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
  • profile
    스위스기러기 2023.11.06 10:42
    다른 영화를 다 재치고 이 영화만 6회차를 달리고 있는데도 똑같은 장면에서 똑같이 울음을 터뜨리게 됩니다. 회차가 반복될수록 눈물이 없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회차가 지나면 지날수록 이전보다 더 크고 깊게 오열했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가 끝이 나도,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돌아올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떨처낼 수 없는 그리움, 바꾸고 싶지만 바꿀 수 없는 결말 때문이겠죠. 앞으로 몇 번을 더 봐도 슬픔은 사라지지 않고 더 깊어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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