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2007년작 <스카우트>입니다. <화려한 휴가> <택시 운전사> <1987> 등 5.18과 80년대의 비애를 다룬 여느 작품들 보다 시대의 아픔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봅니다.
- 이 영화에는 5.18과 관련된 실제 인물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전면으로 내세우는 실제 인물은 당시 고교야구를 평정하던 야구선수 선동열이죠. 겉으로는 임창정이 평범한 고교야구 스카우터로 분한 평범한 스포츠 코미디입니다. 허나 영화는 그 당시 우연히 광주에 있었을 법한 한 인물이 개인의 업무의 성패를 놓고 좌충우돌 하는 와중에 의도치 않게 시대적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과정과 그 속에서 느낄 법한 자연스런 감정들에 초점을 맞춥니다. 내러티브상에서 5.18은 병풍같은 역할을 할 뿐인데 결국 영화를 다 보고난 관객 입장에서는 5.18이라는 사건에 더 페이소스를 느끼게 되는 형국입니다. (어찌보면 80년대 초에 프로야구가 출범된 의도를 따져보더라도 이 영화가 품고있는 페이소스가 상당합니다.)
- 영화를 현실을 재창조하는 대중예술로 봤을때, 대놓고 심각하거나 대놓고 비장하거나 대놓고 감정에 호소하거나 대놓고 리얼리즘이 아닌 이런 우회전략이 때론 더 강력한 법이죠. 그런 면에서 최근 핫한 <서울의 봄>과는 정반대 지점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배우 임창정의 최고작이 아닌가 싶네요. 임창정에게 기대할 수 있는 웃음과 눈물이 집대성된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나저나 포스터가 참 깹니다. 포스터만 보면 당시의 흔한 임창정표 코미디를 연상시키는데 그냥저냥한 코미디물로 묻히기엔 상당히 아까운 수작입니다. <서울의 봄>으로 가슴 졸이며 울분을 터뜨리셨다면 집에서 <스카우트>를 보시면서 그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애환에 촉촉히 젖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별점 및 한줄평
●●●● 가장 영리하면서도 가장 뭉클하게 80년대를 다루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