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노 가르시아 감독이 연출한 1960년 작 <세쌍둥이>는 고아가 된 세쌍둥이가 각자 떨어져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일본군에 의해 부모님을 잃게 된 세쌍둥이는 각각 다른 집으로 입양됩니다. 경제적 사정이 각기 다른 이 세 명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부잣집으로 간 벤지는 어떻게 아버지에게 잘 보여 유흥의 밑천을 얻어낼까 고민하고 남자커플로 입양된 베니는 동네 주먹왕에서 복싱선수로 중요한 시합을 앞두게 되고 벤토는 가난한 집으로 입양되는데 어떤 사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적장애가 있어 보입니다.
서로의 정체를 모르고 살아가던 이 형제는 같은 장소에서 다른 여성과 데이트를 즐기다가 다른 여자랑 있는 모습을 본 여친이 화를 내는 등 이런 식의 아이러니가 유머를 안겨줍니다. 그러던 와중 범죄조직이 벤지를 납치해 그의 아버지에게 돈을 받아내려고 하지만 그들은 벤지가 아니라 베니를 납치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세쌍둥이는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거의 같은 동네에 살면서 서로를 마주친적이 없다는 설정이 살짝 개연성이 떨어지지만 이런 우연성을 염두해 두고 보면 꽤나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일단 오해와 인한 코미디가 흥미롭습니다. 앞서 언급한 연인관계에서 오는 오해로 인한 코미디가 신선하지 않지만 세쌍둥이를 연기한 코미디 배우인 벤토가 1인3역을 정말 잘 소화해내 훌륭한 코미디를 선사합니다.
이 작품의 비주얼적 핵심은 유괴된 베니를 탈출시키는 장면인데요. 폐공장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이중인화'를 통해 한 프레임 안에 쌍둥이를 함께 등장시키는 장면인데요. 당시에 없었던 cg기술을 이렇게 구현해내는 것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접하기 어려운 필리핀 작품을 큰 스크린으로 보니 새삼 신기하더라고요. 언어의 낯섬이 없지 않았지만 영화 화법 등이 당시 할리우드의 화법과 비슷해 전혀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었고 낯설지만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있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