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주년 재개봉 때 극장에서는 처음 관람했었는데 30주년을 맞아 오랜만에 재관람하니 감회가 새롭네요. 특히 최근 개봉한 <존 오브 인터레스트>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포스터의 빨간 옷 입은 아이 시퀀스와 아우슈비츠 샤워실 시퀀스는 다시 봐도 스필버그가 천재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절묘한 영화적 장치를 통해 페이소스를 불러일으키는 명장면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신들린 연기를 펼친 배우는 쉰들러 연기를 펼친 리암 니슨보다 알콜 중독자 결핍 덩어리 사이코패스 독일군 장교역을 맡은 랄프 파인즈를 꼽고 싶네요. 개인적으로 <글래디에이터>에서 호아킨 피닉스의 존재감과 동급이라 봅니다.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를 지나치게 미화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따라붙는 영화이긴 하지만 후반부 다소 오글거리는 장면들 조차 스필버그라는 영상예술가의 민족적 정체성을 감안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할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끝으로 이 영화에 대한 소감 혹은 평을 두 줄로 요약해봅니다.
겨자씨만 한 양심마저도 소멸될 때 악은 바야흐로 날개를 달고, 겨자씨만 한 양심이라도 잔존할 때 선은 시나브로 싹을 틔운다. 핏빛의 홀로코스트 역사를 감독 자신의 '아이덴티티'라는 프레임에 담아 '리얼리즘'과 '휴머니즘'이라는 흑백 컬러로 채색한 역작.
*별점: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