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 웰스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애프터썬>은 그녀의 경험과 추억에서 출발한 자전적인 영화입니다. 소중한 추억을 남기고자 하는 ‘캘럼’, 그의 슬픔과 사랑을 함께 나누는 ‘소피’가 시간을 채워나가죠. 이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영화는 튀르키예 여행을 가지런히 수놓고 나열합니다. 하지만 그 틈 속에서 보이는 불안하고 우울한 아버지의 그림자, 시퀀스의 순환을 통해 달라지는 딸의 시선을 포착하며 완전한 반향을 불러일으키죠. 내포된 의미가 꽤나 함축적이고, 설명이나 표현이 수반되지 않기에 불친절하다 느낄 수 있지만 그러한 의도가 <애프터썬>의 작품적 가치를 더욱 수려하게 만듭니다.
캠코더 영상을 바라보는 소피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초상이 아니었을까요.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고 기억하려는 헌사이자, 사적인 고백마저 보편적인 위로와 공감이 되는 기적이기도 합니다. 때 묻은 그 사이를 어루만지며, 기억의 조각과 파편은 비로소 우주가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