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ko.kr/12493142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더 미루다가 곧 내릴 것 같아서 서둘러 봤는데 수작이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로 조커 시리즈를 만든 감독의 명확한 의도가 마침내 완성되는 느낌이네요. 전편이 아서 플렉이라는 한 인물이 악당 조커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속편은 조커에서 다시 아서 플렉으로 포커스를 맞춥니다. 전편의 인물과 사건, 세계관이 확장되는것이 아니라 절묘하게 데칼코마니를 이룹니다. 따라서 속편에서 확장 혹은 전편만큼의 강력한 영화적 에너지를 기대했다면 극중 할리 퀸 처럼 상당한 배신감을 느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전편과 동일선상에 놓고 보며 비로소 아서 플렉의 빛바랜 초상화가 완성되는 것을 지켜보는 희열감을 느낄 것입니다. 전 후자였습니다.

 

전편과 속편을 망라하여 감독의 의도는 조커라는 DC코믹스의 빌런을 모티브 삼아 창조된 가상의 인물이자 범죄자인 아서 플렉의 심리 및 그가 고담이라는 사회와 주고받은 영향을 그의 일생과 사건들을 토대로 프로파일링하는 데 있습니다. 그 의도를 부각하기 위해 전편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를 취합니다. 즉 아서 플렉을 보다 냉철한 태도로 바라봅니다. 범죄심리학적 관점으로 범죄자의 내면을 이해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범죄는 범죄일 뿐이다'라는 객관적, 합리적 관점을 환기합니다. 이는 아서 플렉 자신이 저지른 죄를 인정하고 판결을 기다리는 법정 안 범죄자의 모습과 확연히 대비되는 법정 밖의 현실, 즉 허상의 빌런 조커를 광적으로 추앙하는 어찌보면 범죄자보다 더 소름끼치는 군상들의 모습에서 그 무게감을 더하며 감독의 의도와 함께 속편이 필요했던 영화 외적인 이유까지도 기어이 납득시키고야 맙니다. 그러면서도 인간 아서 플렉에 대한 연민 어린 시선 또한 끝내 놓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아서가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보이는 엔딩에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쿨하게 마침표를 찍습니다.

 

이 영화는 정신적 문제가 다른 개체에 전이된다는 부제 "폴리 아 되"의 의미와 같이 개인 내면의 자아와 자아, 개인과 타인, 개인과 사회, 나아가 현실과 쇼비지니스의 허상까지 요소 간 상호작용을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뮤지컬 장르의 형식에 로맨스 스토리를 녹여 현실과 망상 가운데 놓인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 하는데요. 그런데 '왜 뮤지컬이냐' 라는 질문을 한다면 전편과 차별화를 두되, 현실과 망상의 유기적 대립과 충돌을 가장 극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형식이기 때문이라 답하고 싶습니다. 즉 범죄물과 뮤지컬이 마치 경계선 인격장애 처럼 한 울타리 안에서 심리적으로 극단의 지점끼리 변화무쌍하게 충돌하는 것과 같은 장르적 관계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극중 할리 퀸과의 로맨스 조차 아서만의 망상이 아닐까 하는 다소 과장된 해석도 가능할 정도로 뮤지컬 형식은 기막힌 한수였다고 봅니다.

 

이 영화에서 호아킨 피닉스는 그동안 자신이 연기했던 캐릭터들을 집대성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특히 감옥에서 일생일대의 사랑에 빠진 희대의 살인마의 모습은 추억의 한국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떠오를 정도로 애틋합니다. 그만큼 감정적 설득력이 큽니다. 이거 보고 눈물 흘릴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를 위한, 그에 의한 영화에 가까웠던 전편에 비해 속편은 감독 토드 필립스의 역량이 보다 잘 드러난 영화라고 봅니다. 특히 애니메이션 형식을 취해 영화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오프닝과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고 재치있게 표현한 몇몇 뮤지컬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튼 오랜만에 아서 플렉에게 푹 빠져서 웃고 울고 그와 닮은 듯 다른 나의 모습도 비춰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으며, 이 정도로 혹평 받고 폭망할 영화인가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전편이 다시 보고싶어지네요.

 

☆<조커:폴리 아 되> 별점 및 한줄평:

●●●●(4/5)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그 모든 게 나였다.

 

+ 전편 <조커> 별점 및 한줄평:

●●●●●(5/5) 개인의 삶과 그 삶을 둘러싼 세상 모두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코미디다.


발없는새

 

♡My Favorite Artists♡

찰리 채플린, 왕가위, 장이머우, 마틴 스콜세지, 샘 멘데스, 크리스토퍼 놀란, 로버트 드니로, 양조위...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1)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 profile
    깡구깡구 2024.10.12 09:45
    1편의 강렬한 인상의 새로운 조커의 탄생에 열광하였으나 2편의 할리퀸이 법정에서 뒤돌았던것처럼
    아서의 조커 각성 부정에 배신감을 느꼈던 것 같음...ㅠㅠ

    저또한 대중처럼 아서의 조커 각성과 뉴 빌런의 폭력성을 대리 만족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어 그 배신감에 '불호'였지만 N차 관람하며 호아킨 피닉스와 레이디 가가의 미친 연기 호흡에 부제 '폴리아되(감응성 정신병)' 전염된것 처럼 '호'로 바뀌었습니다~ㅋ
  • @깡구깡구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4.10.12 11:51
    이 시리즈는 조커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고 어쩌면 누가 조커가 되어도 상관없어 보여요 조커든 고담이든 그 자체가 메타포같아서...
    조커가 될뻔 했던 아서 플렉의 비극적 이야기라고 보는 편이 정확할듯 합니다
  • 김씨네마당 2024.10.13 09:50
    저는 1편보다 2편이 더 좋았습니다.
    극의 완성도나 메세지 모두 1편이 비긴즈 급이었다면 2편은 비로소 완성된 다이나이트 였습니다.
  • @김씨네마당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4.10.13 09:55
    2편으로 이 시리즈가 비로소 완성되었다는 말에 동의합니다ㅎㅎ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684436 96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52] file Bob 2022.09.18 797151 148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8] file admin 2022.08.18 1128692 204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70] admin 2022.08.17 832695 151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6] admin 2022.08.16 1510024 143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595770 173
더보기
칼럼 <보통의 가족> 양심의 기운 빠진 외침 [5] updatefile 카시모프 2024.10.17 28530 14
칼럼 <레드 룸스> T가 공감하는 방법 [28] file 카시모프 2024.10.10 147587 25
불판 10월 21일(월) 선착순 이벤트 불판 [10] 아맞다 2024.10.18 29239 23
불판 10월 18일 금요일 선착순 이벤트 불판 [123] 은은 2024.10.17 53362 55
이벤트 U+tv 모아 10일이상 출석하면 커피가?! file 엘지유플러스 파트너 2024.10.02 131373 13
후기/리뷰 스마일2 후기. 주연이 알라딘 자스민 공주였네요. new
02:16 396 5
영화잡담 이 홍콩 배우분 이름좀 알려주세요 [3] newfile
image
01:41 669 1
후기/리뷰 [약스포] 스마일2 호 후기 newfile
image
01:32 388 2
영화잡담 베놈×스마일 콜라보 광고 [3] newfile
image
01:06 699 4
후기/리뷰 <보통의 가족>,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로컬라이징의 희망편과 절망편 [1] new
01:05 312 2
후기/리뷰 [약스포]구룡성체랑 스마일2 같은 날 본 후유증 🤭 [1] new
01:00 372 3
후기/리뷰 고래와 나 [시사회] 리뷰 newfile
image
00:33 288 1
영화잡담 보통의 가족 new
00:28 287 0
후기/리뷰 [구룡성채] 보고왔습니다! [5] new
00:09 509 4
10월 19일 박스오피스<와일드 로봇 50만 돌파> [10] newfile
image
00:02 1055 15
영화잡담 스마일 1, 2 로튼토마토 지수 [2] newfile
image
00:02 585 6
후기/리뷰 스마일2 기다빨리네요😂 [10] new
23:18 831 5
후기/리뷰 간단) CGV압구정 우•천•사 시네마톡 [1] newfile
image
22:43 436 3
후기/리뷰 <채식주의자> 영화만 본 소감 (스포) [5] newfile
image
22:28 740 3
영화관잡담 용산 어프렌티스 23 오픈 new
21:46 470 0
영화잡담 모가디슈 드디어 블레 나오네요 ㅎㅎ [1] newfile
image
21:06 517 3
영화잡담 스마일 2 재밌는 건 둘째치고! [2] new
21:01 837 6
영화관잡담 최근에 신도림 씨네큐 가보셨던 분? (냄새 관련) [3] new
20:37 859 0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IMAX 포스터 [3] updatefile
image
20:05 1447 11
후기/리뷰 레드 룸스 간단 후기
20:04 473 1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4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