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지구 2는 유랑지구 1편의 후속작이자 프리퀄로 1편의 몇십년 전의 배경에서 달이 추락하는 걸 막기위해 노력하는 인간의 군상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전작 유랑지구 1편이 다른 중국 영화와는 다르게 중뽕 요소가 없었고 나름 SF 장르를 잘 살려내 볼맛나던거여서 과연 이번 2편 역시 1편 보다 더 좋은 작품이 될까 싶어 봤는데... 안타깝게도 불호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우선 불호와는 별개로 칭찬할 점이 있는데 바로 CG입니다. 신과 함께 실사 영화를 중국인이 본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은 엉망진창이지만 CG는 역대급이었습니다. 초반부에 너무 조잡한 티가 난 전투기 액션이 아쉽지만 그외의 영상미(우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나 초반부 대전쟁, 후반부 달, 지구가 개박살 나기 5분전 상황 등)은 훌륭합니다. 특히 스포라 자세히는 못 쓰지만 후반부 클라이막스는 그동안 본 SF 블록버스터의 명장면 만큼이나 감탄과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단점이 너무나 많아 장점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설마 중뽕 요소가 많아서 그런가 싶으시다면 그건 전혀 아니고(다만 있긴 있는데..... 후술하겠습니다.)단점이란 바로 영화의 완성도입니다.
단점
시놉시스를 보신다면 눈치챘겠지만 이 영화의 파트는 총 2개로 나눠져 있습니다. 하나는 유랑지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전작의 주인공 류페이창, 다른 하나는 가족과의 이별로 딸의 AI를 만들려는 과학자 주항우로 되어있습니다. 헌데 어처구니 없게도 이 2명의 서사는 깊게 본다면 영화에서의 중요성은 전혀 없습니다.
겉으로 보면 있습니다. 예컨대 1편에서의 악당의 탄생이나 1편의 주인공과 류페이창의 가족 관계 등 전작의 떡밥을 활용하지만 까놓고 이건 1편을 본 이들에게만 통했지 1편을 안 보신 분들에겐 '대체 뭔 내용이지?'라고 어지러울 것 입니다. 거기다 이야기를 파고들면 전개는 단순한데 편집이 거의 무명 수준이라 인터스텔라 보다 더한 난해에 몰입감이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영화 러닝타임 2시간 53분을 1시간이나 삭제 해도 충분한, 아니 오히려 몰입도가 높아졌을 것 입니다. 진짜 블랙 팬서 2편도 저거에 비하면 걸작이에요...
요약하자면 CG만 빼면 죄다 엉망진창입니다. 캐릭터, 줄거리, 음악, (후반부를 제외한)연출 까지. 근데 CG가 너무 좋아서 문제지........ 아마 현재 중국에서 탑건 따라한 장공지왕이 개봉 중일텐데 뭐 이 영화의 액션을 생각해보면 탑건의 재미를 따라갈지 모르겠습니다. 허나 강점마저 씹어먹는 꼬여버린 각본이나 활용도가 그지 없는 캐릭터, 장면 안 가리고 허세로만 찍는 연출 등 싸구려 단점들을 두고 개선을 안 한다면 탑건의 감동과 여운을 다는 커녕 절반? 1/4도 못 따라갈 것입니다.
* 엘리베이터 얘기하니깐 궁금해지는 것은 다름아닌 윙카 소설, 어렸을때 다들 읽었을 소설 중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포함되었을거라 생각하는데 사실 이 책은 공식 후속작이 있었습니다. 바로 1편에 잠시나마 등장했던 투명 엘리베이터로 윙카와 찰리 가족들과 함께 우주 여행 가게 되는게 줄거리인데 비록 투명은 아니지만 엘리베이터로 우주로 갔다는 점에서 이 소설이 떠올렸습니다. 물론 이 소설이랑 이 영화는 엄청 다르기에 우연이겠죠?
*2 일반관에서 봤음에도 아맥 화면비가 설정되어있어 놀랐습니다. 다만 실제로 보니 화면 크기 차이도 얼마 안 나고 아맥이 등장해야할 액션에서 나오지 않거나 쓸데없는 장면에 아맥이 등장하는 등 질은 밑바닥입니다..... 아맥 연출자가 누군지 궁금해지네요....
*3 의외로 모든 사람들도 알만한 유머 중 하나인 '메이드 인 차이나'가 등장했습니다. 그래도 중국 영화라 긍정적으로 의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람에 따라선 자학 개그로 보일지도
*4 캐릭터 활용도가 실망 자체이다. 예컨대 또다른 주인공일 것 같았던 류페이창의 애인도 있지만 클라라가 맡은 캐릭터는 정말 단역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오맹달이 CG로 출연한다고 하길래 약간 기대했는데 이미 고인이다 보니 1분도 안되어 나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