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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며 착잡했던 영화. 몇 없는 베스트 영화이다만, 여러 번 보고 싶지는 않은.

-다른 영화의 사운드트랙이지만, 어울려 첨부해본다.

 아마 배우 한석규를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알게 되었던 영화였을 거다. 포스터만 보고 그저 그런 당시의 더티한 한국의 전형적인 코미디인줄로만 알았는데... 시청을 마치고 나니 당황스러웠다.

 배우 이문식의 주연작이라 하니, 곧바로 생각나는 것은 '마파도'와 '황산벌'이었다. 배우분들의 캐릭터성을 획일화시키는 건 굉장히 주제넘는 행동이다만, 그래도 대부분이 나처럼 생각하지 않겠는가. 2000년대 초, 문식좌의 육두문자식 코미디는 레전드였다고.

 이 영화도 그런 장르인 줄 알았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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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모두가.

 사실 영화 제목인 이 구타유발자들은, 내 기준에선 등장하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었다. 

 동기야 어찌되었든, 후에 총을 쏘는 인정 역시도, 문재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구타유발자가 되지 않는가.

 영선 또한 죽음을 맞이했다면 정말 완벽한 엔딩이었을텐데, 그 점은 아쉽다만 그래도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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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틸컷만 보면 코미디같다.

 영화의 장르는 그래도 코미디가 맞다. 문제는 조금 검고 검은 코미디라는 것일까.

 폭력이 어떻게 다른 폭력을 낳는지, 전체적으로는 폭력의 대물림을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그 폭력은 참으로 적나라하고, 진정성 있게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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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교수 얼굴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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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람이 아니라 개인데요?'

 이 영화를 보며 당황했던 것은, 간만에 옛날 추억이 생각나서였다.

 뭐, 친한 주변인들에게는 대개 술자리에서나 가끔 입을 열어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딱히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 반에서 괴롭힘 받고 툭하면 맞던 게 자랑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그런 나를 걱정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몇몇에게는 애써 웃어넘기며, '사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생각해도 맞을만 한 꼴보기 싫은 캐릭터였다', 라고는 했었지만,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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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굴복해버린.

 작 중 내에서처럼 괴롭힘의 강도가 엄청나게 센 것은 아니었다만 당시 학교 생활이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아마 그런 이유로 난 지금까지도, 초-중학교 시절의 동문들을 만나길 기피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가끔 다른 친구들을 통해 원치 않게 근황을 전해 듣는 일이 있는데, 많이 씁쓸하더라.

 물론 중학생 시절이 내내 최악이었던 것은 아니다, 나름의 좋은 친구들도 곁에 있었고-그 중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는 이들은 세 명뿐이지만-, 블로그도 시작하며 집에서는 재밌게 보냈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니 온라인 생활에 빠진 것이 이와 나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 같다.

 휴학을 하고 언젠가, 한동안 갑자기 비슷한 꿈을 연달아 꾼 적이 있었다.

 과거, 나를 괴롭혔던 무리들을 성인이 된 지금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된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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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를.

 꿈 속에서나마 분을 풀어보려 주먹을 내지르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

 내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나타난 그들의 앞에서도 난, 어색하게 웃으며 마치 모든 감정을 잊은 양, '우리 모두가 어렸을 때니까 그럴 수 있었지!', 라고 호탕한 체 웃으며 비굴하게 그들과 악수를 하고 있었다. 잠에서 깨고 나면 항상 스스로가 비참하고 역겨웠었다. 

 아마 그 당시-정말 갑자기 왜 그런 꿈들에 사로잡혔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사람이 예민해져있어, 주변인들 몇몇에게 날카롭게 대했던 적이 있었다. 진심으로 미안할 따름이었고, 다행히 직접 만나 풀기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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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배우가 가장 끔찍한 악역으로 보여질때.

 정말 좋아하는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배우 한석규의 얼굴이, 모습이 너무도 무서워보였다.

 물론 그 역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지만 바뀔 것은 없다. 이미 모든 것이 피에 물들어, 모든 것을 망쳐버렸으니.

 끔찍한 문재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때린 사람은, 경찰이 됐어요!

근데, 맞던 새끼는, 아주 존나게 또 맞지!"

 

 지금 내게 벌어진 일은 아니지만, 후에 이런 식으로 마주하게 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가끔 홧김에, 날 괴롭혔던 놈들이 어디서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정말 친한 친구들 앞에서 읊조릴 때가 있지만, 이 영화를 보고 이기적이게도 마음이 바뀌었다. 

 자식이 똑같이 당해본다면 어떨까, 하고.

 

저를 이렇게 만들었잖아요,

보이시나요?

이런 상황에서조차 당신에게,

존대를 하는 굴종한 내 모습을.

당신이 원망스럽지만,

당신에게 주먹을 쥘 순 없어요.

저를 이렇게 만들었잖아요.

영화를 보고 홀린듯 써본 글귀.

ps. 무조건 시간이 약이 되어주는 것은 아니었다. 잊은듯 하여도, 공포란 언제나 모든 것을 상기시켜주기에.

 

(by. SQUARE IDIOT)

(by. 네모바보)


profile 네모바보

영화가 최고의 낙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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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턴트맨마이크 2022.09.28 23:06

    ㅋㅋ 돌고도는 폭력의 순환. 저도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폭력을 가하던 자들이 또 폭력을 당하고...
    폭력을 행하던 지난날의 악몽이 다시 나타났는데 경찰이라는 공권력으로 레벨업 되어 나타나
    또 폭력을 행하고 ㅎㅎ 그리고는 제일 먹이사슬 하층이었던 쥐잡는 약에 죽죠.
    교수도 결국 죽을 것을 암시가 되어있어서 죽는건 나오지 않지만,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의기양양하게 노래를 우렁차게 부르면서 레카로

    끌려나가는 게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ㅋㅋ

  • @스턴트맨마이크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네모바보 2022.09.28 23:19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너무도 끔찍해서 씁쓸한 작품이었어요.
    이병준 배우 밉상 연기 진짜 잘하죠 ㅋㅋㅋㅋ
  • @네모바보님에게 보내는 답글
    스턴트맨마이크 2022.09.28 23:22
    네 너무 생으로 끔찍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ㅎㅎㅎ
  • @스턴트맨마이크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네모바보 2022.09.28 23:33
    그래서 이 영화가 대작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날것 감성. 쉽지는 않은데 그만큼 훌륭한 것도 부정할 수가 없어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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