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괴수 영화들의 시조 고지라(1954)의 서른 번째 장편이자 제작 70주년을 기리는 작품이죠. 자국은 물론 해외 평단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올해 아카데미에서 비영어권 최초로 시각효과상을 수상했습니다. 내심 기대하고 있다가 국내 개봉이 불발되어 아쉬웠는데, 넷플릭스 배급을 통해 6월부터 감상할 수 있게 되었네요.
아쉽게도 영화는 실망스러웠습니다. 득에서 실, 양보다 음에 가까웠어요. 종전 후 공허한 상실 속에서 관계와 대화에 많은 초점을 두지만, 이야기의 흐름과 인물의 서사를 다루는 데 있어 이질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혼란과 파괴의 영역에서마저 드라마의 톤을 점철하려는 시도는 영화의 장르적 특성마저 희미하게 퇴색시키고요. 최근 몬스터 버스와는 상이한 결을 지녔다고 해도 긴 시간을 따분하고 느슨히 소모합니다.
많은 이들의 극찬을 받는 CGI도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 이상과 이하도 아닌, 이야기 없는 기술력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인상적인 부분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만이 지닌 차별점이 되지도 않는 것 같고요. 그렇게 <고질라 마이너스 원>은 이미지와 내러티브에 대한 설득과 고민 없이 감정만을 내세웁니다. 클리셰의 남용과 과장된 톤 앤 매너로 남은 시간을 연명하고 있을 뿐이죠. 다시금 ‘고질라’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오마주의 명암 속에서 안일하리만큼 귀결된 오락에 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