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jpg

불씨는 부정적이지 않냐.

-BGM은 연관성은 없다. 기우의 입장에서 그가 얼마나 참담하고 허무했을지를 떠올려보니, 해당 사운드트랙이 생각났을뿐이다. 비통한 울부짖음.

 매주 극장을 무조건적으로 가야하는 필자 입장에서, 금주는 딱히 기대되는 영화가 없었다. 사실 본작의 경우도 가슴 따뜻한 가족영화, 로드무비의 일종인 줄로만 알았다. 관람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그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김슬기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했기 때문이었다.

 애인은 집에서 쉬고 있었고, 나는 영화를 다시 예매하여 홀로 극장으로 향하였다.


02.jpg

짱구 영화 같네.

 유랑. 좋게좋게 포장한 어휘지만, 실상 극 중 고속도로 가족은 말 그대로 거지, 부랑자일 뿐이었다.

 고속도로를 따라 걸으며 휴게소마다 이틀, 사흘간 정착하며 구걸로 연명하는 4인 가족. 꾀죄죄한 몰골에서부터 알아챘어야했는데.


03.jpg

착한 사람들은 사이즈가 나오네.

 사실 본작은 등장인물들의 서사 자체에는 그다지 강조를 하지 않는다. 영선의 경우가 그나마 설정을 확고히 하려는 듯 보였으나, 모든 이들 중 가장 간단하고도 빈약한 설정으로 비춰졌을 뿐이었다.

 자식 잃은 어머니. 그랬기에 그들은 5만원을 더 받을 수 있었다.

 자식을 팔아 몇 만원 더 받은 부모의 심정은 어땠을까. 당장에 그 자체로 신나 밥을 허겁지겁 먹으며, 화목한 가족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장면일 뿐인데, 왜 필자는 가슴이 그렇게 답답하고 미치겠던지.


04.jpg

도둑놈들.

 그랬기에 영선은 다시 고속도로 가족을 대면했을 때에 그토록 격앙되었는지도 모른다.

 부모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 무지렁이들과, 그저 행복할뿐인 아이들. 그리고 반복되는 동냥, 빈곤. 자신은 그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아이를 행복케해줄 수 있었을테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난 후였으니 말이다.

 

 영선은 어쩌면, 아이들로부터 둘을 밀어버린 뒤 품에 안고 싶었던 것일지도.


05.jpg

대안 가족.

 본작을 감상하여, 줄거리의 전개가 대안 가족에 대해 조금이나마 퍼뜨리고 싶은 취지였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다. 만일 그러한 시도였다면 너무도 잘못된 연출이라고만 끄적여보고 싶다.

 

 필자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지금 이 세상은 이성보다 감성이 중시되어서 지랄병이 이곳저곳에서 나는 거다.'

 하지만 도무지 감성을 중시해서 바라보아도 스크린 속 영선의 행동은 당최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동정과 연민으로는 커버가 안 될테고, 극 중 도환의 대사가 정곡을 찌르는 것만 같다.

 오직 도환만이 필자의 정서와 맞아떨어지는 것으로만 보였다.

 

 아이를 잃어 대체품을 찾으려는 것만 같은 영선.

 몰염치함의 그 끝이 보이지도 않을 것만 같은 지숙과 아이들.

 대체 무슨 이유로 발작이나 일으키는지, 자식에 대한 죄의식은 없는지 물음표 뿐인 기우.

 

 경찰서에서, 아이들을 왜 학교에 보내지 않느냔 물음에 대한 지숙의 답. 히피 같은 사상에 빠진 반지성주의자 부모인가? 별의별 생각을 다 해본 것 같다.


06.jpg

아, 열연.

 사랑을 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만, 책임능력이 없음에도 저지르고 보는 것은 마땅히 죄가 되어야만 한다.

 그들은 고속도로를 전전하며 작은 텐트 하나에서 살아왔을진데, 아이 둘로도 부족하여 또 한 번 임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대체 무슨 끔찍한 일이란 말인가.

 

 아이들이 자고 있는 그 비좁은 텐트 속은 아니었을테고, 어디서 관계를 맺고 그것을 갈무리할 생각조차도 없었다는 것인가.

 영선의 손에 이끌려 산부인과를 찾은 지숙이, 눈물을 흘리며 끔찍한 선택을 할 줄로만 예상하고 있었다.

 

 영선은 언제쯤 그들과 가족이 된 것을 후회하게 될까.

 

너희들을 위해 무엇이든지 다 해보았어.

이 빌어쳐먹을 세상은 협잡꾼들로 가득하여,

내 뒤통수를 후리고 우리 가족을 굶주리게 만들었어.

그럼에도 난 포기 않고 구걸이나 하며 행복을 영위하려 한 것이었는데,

씨팔 날 감방에 쳐넣은 년과 함께 살테니 내게 떠나라니.

당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당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영화를 보고 홀린 듯 써본 글귀.

 

ps. 내가 기우였다면 어떻게 했을는지. 사흘 밤낮을 울어제끼다, 자살을 하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서로 돌아가던.

pps. 포스터를 받아왔다. 정말 이쁘다, 홀로그램.

08.jpg

ppps. 인스타에 쓴 짤막 리뷰다.

07.jpg

 

(by. SQUARE IDIOT)

(by. 네모바보)

 


profile 네모바보

영화가 최고의 낙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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