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 폴리 아 되>(이하 조커2)의 후기가 줄줄이 올라오는 가운데, 호보다는 불호 후기가 더 많이 보이는 듯합니다.

 
1편이 와킨 피닉스의 신들린 연기력 덕을 많이 봤다고 생각하는 저에게 2편은 훨씬 만족스러웠습니다.
 
올해 Top 3에 꼽고 싶을 정도로 좋았던 작품이기에 이 영화를 보며 좋았던 점을 간단히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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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뮤지컬과 메타 영화적 요소들
 
조커2는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려는 요소들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다소 이질적으로 느꼈던 뮤지컬 장면들도 그 중 하나라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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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울한 고담시와 아서 플렉의 모습을 비추다가 누가 봐도 망상인 걸 알 수 있게 갑자기 인위적으로 나타나는 무대 장치와 조명, 그리고 노래들.
 
아서 플렉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쇼'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중간에 아서와 리가 극장에서 고전 영화를 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토니 헌터' 얘기가 나왔던 걸로 기억되는데 아마도 극중 등장했던 영화는 <밴드 왜건>인 것 같습니다. (아니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영화 <밴드 왜건>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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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2의 아서 & 리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그리고 여기서 한술 더 떠서 극중 상영되는 <밴드 왜건>에서는 "엔터테인먼트"라는 단어가 담긴 대사가 계속해서 나옵니다.
 
영화 속에서 영화를 보는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나 지금 영화 보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조커2는 아서라는 주인공을 철저히 이용하고 있는 하나의 '쇼'이며 관객들에게 끊임 없이 이 영화 자체가 하나의 '쇼'라는 걸 인지시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2. 누군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조커
 
'조커' 하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모습은 빨갛게 피로 물들어 찢어진 입일 겁니다.
 
조커1에서 스스로 찢어진 입술 분장을 하던 아서 플렉과는 다르게,
 
조커2에서 아서가 스스로 조커의 찢어진 입술 분장을 하는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대신 번번이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그 장면이 탄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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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초반부, 상당히 인상적인 씬 중 하나가 비로 면도씬이었습니다.
 
아서 플렉이 누워있고 교도관이 대신 면도를 해줍니다.
 
그러다 입이 면도날에 베여서 피가 흐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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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화가 좀 더 전개되고 나면 리가 직접 립스틱을 칠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서가 아닌 조커를 사랑했던 리가 자신의 흥미를 위해 아서를 꼬셔 직접 '조커'를 만들어내는 장면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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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면회를 왔을 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리가 투명창에 립스틱으로 조커의 입술을 그리고 아서는 거기에 '자신의 얼굴을 맞출 뿐입니다'
 
 
또한, 동료 수감자들에게 조커는 선동가이자 일종의 우상이었습니다. 
 
그런 조커가 재판장에서 "나는 조커가 아닙니다."라며 본인들의 기대를 져버리는 실망스러운 발언을 했으니 공분을 사기 충분했죠. 
 
그렇게 마지막에는 동료 수감자로부터 칼에 찔려 입에서 피를 흘리던 아서의 모습이 나옵니다.
 
이렇게 조커2에서의 조커는 주체적이지 못하고, 번번이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수동적으로 탄생합니다. 
 
 
 
3. 자신의 롤모델과 같은 위치에 서다
 

IMG_2270.jpeg조커1에서 머레이라는 TV쇼 진행자는 아서가 좋아하고 롤모델로 삼은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인기를 먹고 살며, 시청자들을 모으기 위해 자극적인 면모를 강조해댔죠.
 
이에 아서는 자신의 롤모델인 머레이가 자신을 사회적 놀림감으로 만들었다는 배신감에 그를 생방송 진행 중 권총으로 쏴죽입니다.
 
 
조커2에서는 유독 아서가 카메라나 tv 화면을 통해 비춰지는 장면이 많습니다.
 
마치 1편에서 머레이가 각종 티비 화면을 통해 송출되던 것처럼 말이죠.
 
2편 중간에 교도소에서 다같이 tv를 보는 장면이 나오고 그 tv 화면에 나오던 아서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동료 수감자의 모습이 짧게 지나갑니다. 
 
이는 1편에서 tv에 나오는 머레이와 그걸 지켜보던 아서의 구도와 일치합니다.
 
그리고 중간에 머레이를 연상시키는 한 남자가 아서를 찾아와 인터뷰를 하는 장면에서도 아서가 카메라에 비춰지는 모습이 강조된 다음, 아서가 의자를 발로 걷어차며 광기를 발산하기 시작하죠.
 
영화의 후반부, 법정씬에서 조커 분장을 한 아서가 카메라 앞에 앉아 '나는 조커가 아니다'라며 자기반성을 하는 씬이 있습니다.
 
이 모습은 tv를 통해 교도소에 송출됐을 것이고, 
 
1편에서 아서에게 배신감을 안겨준 tv 속 머레이의 모습처럼, 자신을 롤모델로 삼았던 동료 수감자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줬을 것입니다. 
 
그렇게 그는 동료 수감자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죠.
 
결국 아서도 범죄자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쇼를 해보려다 죽임을 당한 것입니다.
 
 
 
 
저는 조커2의 전체적인 구조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같은 모습을 띄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기를 등에 업고 쇼를 하려다 씁쓸한 최후를 맞이한 아서.
 
1편의 폭발하는 광기를 기대하신 분들께는 조커2의 충격적인 엔딩이 다소 김빠지고 허무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초라한 퇴장으로 인해 <조커 : 폴리 아 되>가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가 맘에 들었습니다.


profile 조세무리뉴

첼시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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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공포조아 10시간 전
    좋은 후기글 감사합니다
    이런 후기글 보니 영화가 더 기대되네요!
  • @공포조아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조세무리뉴 10시간 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 profile
    야미새우 10시간 전
    머레이와 폴리 아 되 속 아서가 저도 계속 오버랩 되더라구요. 공감갑니다!
  • @야미새우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조세무리뉴 10시간 전
    관심이란 게 참 무서워요
  • profile
    잘 읽었습니다.
    저도 중간에 지루하긴 했지만, 결말은 마음에 듭니다.
  • @그대눈동자에치얼스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조세무리뉴 10시간 전
    굉장히 강렬한 결말이었습니다
  • profile
    고라파덕 10시간 전
    저도 만족했어요!일단 영상미+노래들때문에 눈과 귀가 호강하는 느낌에 결말도 그렇게 내서 좋았고 반응조차도 하이퍼리얼리즘같아서 흥미롭네요...감독의 뚝심 인정합니다 하지만 불호반응도 이해는 갑니다...
  • CineReal 9시간 전
     좋은 글 잘봤습니다. 저도 조커2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조커와 이를통해 괴리감을 느끼는 아서의 심리변화를 표현하는 것 같아요. 이게 인기가 많았던 연예인이 한순간에 추락하면서 인기가 떨어지고 이를 힘들어하는 모습처럼 인간아서와 조커의 심리갈등과 변화를 뮤지컬로 표현해서 흥미로웠어요.
  • 러사니 9시간 전
    다른 사람들을 웃게 만들려던 아서지만, 타인이 바라본 아서는 조커에 불과했죠. 수감자들에게나, 대중들에게나, 리에게나 아서는 없고 아서위에 덧입혀진 조커만있죠. 우리도 과연 우리 자체로 존재하는걸까? 아니면 즐거움을 위해 우리 위에 덧입혀진 이미지로만 존재하는걸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 @러사니님에게 보내는 답글
    타미크루즈 3시간 전
    엄청 깊게 생각하셨네요..! 그렇게 생각하니 단순히 정신병자/살인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얘기까지 확장이 될수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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