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완독하고 10분 뒤에 이어서 영화를 보았다. 이렇게까지 못만들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원작 기반 영화 워스트 3에 넣고 싶을 정도였다.
이야기의 전개는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지나치게 서둘렀으며, 그에 따른 장면 연출은 흡사 유튜브 5초 앞으로 건너뛰기를 광클하는 것마냥 급작스러웠으며, 도대체 왜 이 부분에 뜬금없이 배경음악을 넣었을까 싶은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엔딩씬은, 원작 소설의 에필로그를 가장 인상깊게 본 입장에서 정말 나쁜 연출이었다. 원작 소설을 예전에 다 읽고 같이 영화를 봤던 아내도 '저 장면에서 저 인물이 저렇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내 기억이 잘못된거야?' 하고 물을 정도로 헷갈릴만한 연출이었다.
텍스트의 장점이 인물의 심리나 장소의 세밀한 묘사가 가능한 점이라면, 영상의 장점은 그 세밀한 묘사를 보며 상상했던 기대심리를 충족해주는 것이다. 텍스트가 보는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준다면, 영상은 보는 사람의 눈과 뇌를 흥분시켜준다고나 할까?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거울 속 외딴 성]은... 소설보다 영화를 먼저 접한 사람들이 안타까워진다. 내용을 알고 봐서 울림이 덜하니까.
원작 소설은 확실히 추천할 만하다. 고코로처럼 마음이 힘든 본인에게도 좋지만, 고코로의 어머니(부모님) 주변에 힘든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사람에게도 좋다.
한가지 사족을 더하자면, 등장인물 중 마사무네의 사연도 유심히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보기에는, 고코로를 위로하는 방법과 마사무네를 위로하는 방법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