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러스 타임즈 리뷰입니다.

 

원문에 스포일러 주의 문구는 없지만 혹시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예민하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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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으로 매력적이고, 정치적으로 단호한 파키스탄의 멜로드라마 "조이랜드'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기쁨 중 하나는 초반에 캐릭터들 스스로로부터, 그리고 다른 캐릭터들과의 관계로부터 성격을 파악하려고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거다. 처음에 세 아이들과 악전고투하는 부드러운 성격의 젊은 남성 하이더르(알리 주네조)가 나온다. (시트에 가려진 채 교묘히 암시적인 이미지로 나와 그의 형체와 성별을 감춘다.) 하지만 곧 우리는 여자 아이들이 그의 딸들이 아니라 조카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친 모습으로 막 산기가 든 그의 아내는 아니라 형수 누치(사르와티 질라니)다. 하지만 그의 남편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고, 하이더르가 급히 넷째의 출산을 위해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간다.

이러한 혼동에는 숨은 의미가 있다. 외양은 현실과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개인의 역할은 좀처럼 사람들이 믿길 바라는 것만큼 엄격하게 제한되지 않는다는 거다. 이는 특히 라호르에서 같은 지붕 아래 삼대가 살고 있는 긴밀히 연결된 무슬림 가족의 경우에 진실이다. 두 부부는 아홉 사람을 먹여 살리는 임무를 맡고 있고, 네 아이들은 계속 걸리적 거린다. 이 아이들의 아버지는 하이더르의 형인 살림(소하일 사미르)이다. 그는 거친 성격으로 다른 이들을 괴롭히는 가부장제의 옹호자로 "조이랜드"의 전면적인 빌런에 가장 가까운 존재다. 나이든, 가혹한 아버지(살만 피르자다)와 함께 살림은 무직인 전업 주부라며 하이더르를 경멸한다. 생계를 책임지는 건 아내인 뭄타즈(라스티 파루크)의 몫으로 그녀는 미용실에서 행복하게 일하고 있고, 아이를 낳을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하이더르와 뭄타즈의 결혼이 가족들의 기대와 사회적, 종교적 규범에 모욕이라면 살림과 다른 이들은 그 혜택을 받지 말아야 한다. 특히 하이더르가 조카들의 베이비시터이자 아버지의 요양자로서 항상 대기하고 있다는 것 말이다. 이게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다. 세상에 대한 엄격한 교조적 관점이 단지 억압적이거나, 위선적이라는 것뿐 아니라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는 거다. 이는 하이더르가 "존중 받을 만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던 하이더가 지역의 외설적인 댄스 극장에서 일자리를 얻었을 때 더욱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하이더르는 가족들이 즉각 모욕을 주고, 비난 할 것임을 알기 때문에 자신이 무대 감독으로 고용됐다고 말한다. 사실 그는 젊은 트랜스젠더 공연자 비바(알리나 칸)의 여섯 명의 백댄서 중 하나로 고용된 거였다. 마침 비바는 충격적인 무대 존재감과 짜릿한 댄스 동작, 그녀 주변의 비난에 대한 용감한 무관심으로 하이더르와 관객들(시청자 포함)의 내면에 무언가를 일깨운다.

 

“조이랜드” 영화 그 자체도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상영을 한 이후 적잖은 비난에 시달렸다. 작가-감독인 사임 사디크의 이 강력한 데뷔작은 최초로 칸 영화제 공식 선정돼 상영한 파키스탄 영화였고, 또한 처음으로 칸 영화제에서 두 개의 상을 탄 파키스탄 영화가 됐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최초로 오스카에 국제 영화 부문 후보작 최종 리스트에 들었지만 끝내 노미네이트되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어쩌면 이런 일들 때문에 "조이랜드"는 또한 예상대로 분노의 표적이 됐고, "굉장히 불쾌한 소재"를 이유로 작년 파키스탄 극장에서 잠시 금지 됐다. 다른 말로 하자면 화려한 질감을 잘 살린 LGBTQ 정체성과 욕망에 대한 쉽사리 공감케 하는 묘사로 말이다.

 

영화의 공감과 정치는 놀랍지 않지만, 이 영화는 때때로 뻔함에 빠지곤 한다. 하이더르의 비바에 대한 갈망은 강렬하고, 명백하다. 특히 그의 열정은 없지만, 애정은 있는 뭄타즈와의 결혼 생활과 대조하면 그렇다. (하이더르와 뭄타즈가 계속 조카 중 하나와 침대를 같이 쓰는 상황은 도움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하이더르의 성 정체성은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 그리고 칸이 지적으로 연기한 비바는 결국 연인이나 해방자의 역할로 국한되기에는 결국 존재감이 너무나 크다. 문자 그대로 너무 크다. 하이더르가 결국 자신의 임의적인 결정이 비바를 퀴어 가시성의 대표적 존재로 만들 거란 걸 깨닫지 못하고 거대한 비바의 판지로 만든 거대한 입간판을 집 옥상에 숨겨둔 장면은 영화의 가장 재치 있는 장면이다.

 

백스테이지의 풍자극은 흥미롭다. 특히 특히 비바가 라이벌 공연자들과 맛깔나게 모욕을 주고받거나, 격렬한 장면에서 자기 댄서들의 트랜스포비아를 힐난할 때 그렇다. 하지만 반짝이는 의상을 입은 엔터테이너로서의 하이더르의 이중 생활이 모욕적으로 폭로되는 장면을 기다린다면 헛수고다. 진짜 드라마는 무대에서가 아니라 집에서 펼쳐진다. 영화의 초점이 유의미하게 남성에서 여성으로, 하이더르에서 뭄타즈로 이동하는 건 뭄타즈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그만두고, 남편이 하던 집안일을 강제로 떠맡게 되면서다. 이 세계의 깊은, 진정한 색깔은 시네마토그래퍼 조 사데의 사각 프레임의 복잡하게 그늘진 이미지 속에서 살아난다. 특히 그녀의 성적인 좌절은 여성의 강렬한 성적 욕망이 없다고 생각하려 하는 사회에서 그 욕망을 지속적으로 인정하는 이 영화에서 동정적인 시선으로 다뤄진다.

여성들은 이 영화의 가장 매혹적인 부분이다. 자신을 위한 공간을 거부하는 사회의 주변부에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비바든, 정서적으로 방치된 이웃 노인 여성 파이야즈(사니아 사이드)든 말이다. 파이야즈와 그 가족이 나온 잠깐 동안의 장면은 강렬한 연민을 불러 일으킨다. 가장 감동적인 건 질라니와 특히 파루크가 훌륭하게 연기한 동서지간인 누치와 뭄타즈의 관계다. 남편들이 절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둘은 서로를 이해한다. 영화의 가장 기쁨을 주는 장면은 둘이 영화의 제목이 된 놀이 공원 "조이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타며 환희에 찬 비명을 지르는 거다. 순수하고, 신나만 순식간에 지나가는 비극적인 해방의 순간이다.

 

https://m.blog.naver.com/mittlivsom/22329169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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