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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볼수록 더 대단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ㅠ 길어서 다 읽어주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한 리뷰에서

<“누가 괴물인가?”를 밝히려고 애쓰다가 결국 영화에 뒤통수를 맞는 상황에 대해

“자발적으로 빠진 함정”이라고 했습니다.

(중략) 고레에다의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 함정 안에 머물며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듭니다.>

 

라고 했는데

영화에 대해 생각할수록 어딘가 매몰되어 있는 기분,

이게 뭔가 아닌것 같은데.. 싶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아, 그게 내가 함정에 빠져서 머물고 있던거구나 싶더라구요ㅎ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는 말도,

철썩같이 확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인간의 마음으로 오해하는 게 얼마나 쉬운지..

 

시선을 세 번 바꿔

관객의 시선도 세번 달라졌을 때,

이렇게 자신의 입장으로 설명해줄 때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부끄러워지더라구요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는 

반복해서 설명해줄 사람은 없기에

삶에 대해 더 신중한 태도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처음에는 우리 주변에서 언제나

비난의 대상이 되는 존재들을 괴물이라고 가리키고 있었어요

 

학생을 체벌하는 폭력선생, 

그런 선생을 두둔하고 방관하는 학교,

교권의 추락, 방관하는 학생 등.

 

제목만 읽어도 화가 나는, 

기사가 떳다 하면 비난의 댓글을 쓰고 

손가락질 해도 되는 그런 일들.

 

그런 면에서 선생님이 걸스바에 출입한다는 건

충격적이면서도 어딘가 믿고싶은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설마, 하면서도 

그럴 줄 몰랐다고 비난해도

내가 나쁜사람이 되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슬그머니 인간에게 나쁜 마음이 자라는 것 같아요

 

 

미나토 엄마가 의심하는 장면에선 카메라가 높이 위치해 있더라구요

 

아들의 이상을 감지할때나, 학교에 찾아가서나, 운전하는 차에서나..

나는 모든 것을 지켜보고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선을 말하는 것 같았어요

 

결국 폭력선생은 쫓겨났고 

순탄한 권선징악 앞에 어딘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정말 이 선생님이 죄인인걸까? 

혹시 아닌 건 아닐까? 싶을 때는 

이미 선생님이 학교에서 쫓겨난 뒤였죠

 

 

‘괴물이 누구게’ 라는 반복된 외침은 답을 요구하는 게 아니었고

정답이 없다고 하면서도

많은 경우 정답이 있는 세상 속에서 

'괴물이 누구게?' 라고 

매순간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하는 느낌이었어요

 

처음엔 교장과 선생이 나쁜 사람이구나?

그게 아니면 엄마가 나쁜가? 결국 아이들인가?

 

돌림판을 돌려 화살을 던지듯 누구든 맞겠지 하고 쉽게 생각했죠

어차피 나는 그 돌림판 속에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정답이 있는 4지선다형 문제처럼

가장 문제 있는, 비정상적인 사람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는 나 자신을 부끄럽지 않게 여길 수가 없는 거죠

 

 

진실을 안다고 생각하고 문제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나의 무지함에 대해서는 몰랐다는게..

 

 

영화는 캄캄한 밤, 잔디밭을 걸어가는 한 아이의 발걸음에서부터 시작해서  

저 멀리 소방차가 출동하는 광경을 응시하고 있는데

저는 그게 강건너 불구경하는 제 모습 같기도 했고,

 

또 타오르는 화재현장은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지만

막상 화재의 원인은 몰랐던 것처럼

미나토의 변화는 감지해도 그 마음의 불씨는 알아채지 못한 지점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 했어요

 

그리고 요란하게 출동하는 소방차들 사이로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뛰어다니던 장면이 이어졌는데

 

이게 그저 뛰어놀고 있었을 뿐인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 화재 속으로 휘말리게 되었다는 것 같아서

그 장면이 우리의 운명같더라구요ㅠㅠ

 

 

베란다에서 화재를 구경하며 

"돼지 뇌를 이식한 사람은 인간일까, 돼지일까” 하는 미나토의 물음에 

엄마는 그건 인간이 아니라고 했죠

 

뜬금없이 별 해괴한 소리를 다한다 생각했는데 두번째 보니 사실은

아주 용기내서 꺼낸 말이었구나 싶더라구요 

 

하지만 인간이 아니라는 무심한 대답에

내 모습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없겠구나.. 마음을 닫은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해요

 

 

두번째 봤을 때 이상하게 엄마에게 몰입이 되더라구요

 

자신이 어떤 말을 뱉는지도 모르고

당당하게 상처주고 당신들은 인간의 마음이란게 있냐고 따지고

 

오히려 안타깝고 측은한 마음까지 들더라구요

마치 그리스 비극을 읽을 때와 비슷한.. 

인간의 한계같고 그런 불완전함이 인간의 운명이구나 싶은,,ㅜ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아들을 이렇게 만든 건 자신일수도 있다는 걸 알 수 없는 거죠

 

 

1부 엄마와 교장실 면담에서는 피해자 엄마와 가해자 선생이라는 분명한 구도 속에서도

깔끔한(?) 앵글을 보여주지 않더라구요

 

엄마는 선생님들 양복 틈 사이로만 슬쩍 비치는게

엄마의 생각처럼 진실은 그렇게 쉽게 보이는 게 아니라는 것 같았어요

 

카메라는 시종일관 선생님들을 등진 채 엄마를 향하고 있었고 

이 장면의 주인공은 엄마이고 유일한 피해자임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면서 오해하게 하고

 

또 자신만이 피해자임을 확신하는 엄마의 주관적인 시선 같았어요

의심을 가지고 보면 다 의심스럽듯 엄마와 관객들을 향해 오해하라고 부추기는 듯..

 

 

진실이라는 게 과연 뭘까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이게 진실일까? 진실은 정말 있는걸까? 하는 질문을 넘어서

그럼 진실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하는 물음이 생기더라구요

 

영화속에서 진실찾기를 반복하다

결국 원하는 진실을 찾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고

 

그렇다면 진실을 알 수 없는 인간은 좀더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실이 존재하더라도 쉽게 알 수 없는 것이기에

함부로 규정짓고 파해치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느끼게 되네요ㅠ

어쩌면 확신은 사람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 같아요

 

마트에서 아이들에게 발을 거는 교장선생님의 장면도 인상깊었는데,

뛰어노는 아이들을 넓게 비추던 카메라는

교장선생님이 발을 뒤로 하는 순간 발과 얼굴 표정만 타이트하게 잡더라구요

 

이건 아이들과 교장 선생님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확대해서 보는 엄마의 시선인 것 같았어요

 

관객들 역시 왜곡된 시선을 갖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해요

와 영화감독은 이런식으로 질문을 던지는 거구나 감탄했던 장면중에 하나였어요ㅎ

 

그렇듯 삶은 매순간 우리를 자극적이고 일방적인 사고 속으로

끌어당기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하는 것 같아요

 

봐봐, 교장선생님이 얼마나 의심스러워?

한번 의심하면 계속 그런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셰익스피어의 오델로가 생각나더라구요.. ㅎㅎ

 

 

교장선생님은 이미 미나토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미나토에게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그럼에도 이 모든 상황의 방관자임은 맞는 것 같아요

 

자랑스런 상장들과 상패들 앞에서 싸우는

학부모와 선생님을 반대편 복도에서 그저 바라보고 있고

 

호리선생님에겐 학교를 위해 책임을 전가하기도 하는 방관자의 면모를 보여주니까요

주인공에게 좋은 사람은

착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좋았고

 

호리선생님도 억울한 피해자가 맞지만

아이들의 싸움현장을 단편적으로만 보기도 했고

그것도 못하게 남자 맞냐고 하는 편견을 가진 사람이었고

 

그럼에도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예쁘게 바라보는 모습은

비현실적일만큼 순수해보여서 너무 아름다웠던 장면이었어요ㅠ 

 

괴물을 보고 나니까 우리가 보는 것 이면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연민이 생기는 것 같아요

 

모든 건 인간에 마음에 달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밤중에 엄마가 왔던 터널 입구는 어둡고 음침했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세상 밝고 화사했는데 

이렇게까지 다른 곳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 그런게 인간의 마음이 아닐까 했어요

 

어쨌든 내 눈으로 세상은 볼 수 있어도 내 눈은 볼 수 없는 것처럼

외부에서 괴물을 찾으려 하지만 자신이 괴물일 수도 있다는 것은 발견하지 못하죠

 

이상하게 마지막 장면에서 똑같이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라구요 ㅠㅠ

참았다 폭발하는 것처럼 쏟아지는 햇빛을 향해 질주하는 뒷모습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는거에요

 

모든 억압의 허물을 벗어던진 것 같은

자유라는 것이 그런 걸까 싶고 

정해진 틀이나 편견, 속박 없이 온몸을 내던져 뛰어놀았던 어린 시절 같은 거..

 

그 장면은 아이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따지는 게 무의미한 것 같아요

따지자면 살아있는 것 같고,

죽었다면 지금껏 영화 속에서 얘기한 것이 죽어서나 꿈꿔볼만하고,

이곳은 아주 암울한 세상이라는 말 같아요..ㅠ 

 

 

이 책에 나온 문장이 괴물을 보면서 느꼈던 거랑 비슷해서 한번 올려봐요 

 

"누구도, 누구에게도 손가락질을 받지 않는, 평온하고 평화로운 세계, 자기가 누구인가를 완전히 망각한 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세계, 그것은 우리 사회가 꾸는 꿈이다."

 

그래서 결국 괴물이 누구게? 라는 물음은

좀 더 겸손해지고 다른 사람을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자는 그런 응원의 말 아닐까 해요ㅎㅎ


춥다아

예술영화관 좋아합니다 

켄로치, 에드워드양, 구스반산트, 오종 영화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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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AprilJuneCalendar 2024.03.09 00:31
    세상에는
    색맹 또는 색약이
    유전적 확률로 존재하는 것처럼

    똑같은 정보를
    각자의 인지장치가
    다르게 처리할 가능성이 충분할 겁니다.
    모든 영역에서...

    그래서
    뻔하지만 어려운 두가지 일,
    첫번째는 다를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
    두번째는 틀릴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
    항상 나로부터...
    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겸손한 변명의 영역에서가 아닌
    생명체로서의 인간의 한계때문에
    실천의 영역에 도달할 순 없겠지만
    한번쯤 멈칫거리며 질주하지는않게 하는 의미로
    가끔씩 되돌려 볼만한 영화라는 생각을 가집니다.

    감상평 잘 읽었습니다.
  • piano3764 2024.03.09 00:50
    공감되는 후기네요
    정성스런 후기 감사합니다
  • 필용이 2024.03.09 01:45
    괴물은 처음 나왔을 때 봤는데 후기를 읽으면서 많은 장면들이 생각나네요.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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