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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이 영화에 대한 인상은 과감하게 말하면

"화면은 세련됐는데, 이야기는 올드하다"

였습니다.

여기서 올드하다는 것은 약간 중의적인 표현인데,

스토리텔링이 너무 구식이라는 말이 아닌, "떡밥이 식은 떡밥"이라는 것이죠.

 

저는 이 영화가 가진 메세지보다도, 왜 이 영화가 흥행을 하지 못했는 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코시국에 유일하게 크랭크업이 들어간 작품 중 하나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하지 못했구요.

분명히 흥행을 할 수 있는 후킹이 없지 않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안 됐죠.

저는 그 부분을 파악 해야 현 한국영화의 진단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부분은, 앞서 말했듯 식은 떡밥이라는 점입니다.

이 영화가 소설로 나왔던 2014년, 연극으로 나왔던 2015년도 였다면 시의를 반영한

큰 힘을 가지는 소재였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2024년이고 너무 늦었어요. 코로나의 영향도 있고 제작 시장 특유의 문제도 결합되서

너무 늦게 만들어졌어요.

물론, 그래도 되는 원작과 장르,소재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작 자체가 시의성과 핍진성이 생명인

"댓글부대"라는 소재로 만들어지다보니 그때의 시의적 니즈와 지금과는 엄청나게 차이가 큽니다.

우리가 지나간 시사프로그램이나 뉴스를 보지 않듯이 말이죠.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이후로

이제는 우리가 커뮤니티에서 흔히 비하하는 "댓글알바"처럼 느껴지고

이야기는 생각 이상으로 너무 소박해요. 

지금은 "댓글부대"가 여론을 휩쓰는 시대가 아닙니다. 국민들이 지난 10여년간의 경험으로

오히려 인터넷 여론을 의심하고 있으며, 성향에 대해 파악하고 있고

커뮤니티의 여론이 전체적인 여론으로 바로 직결될 만큼 커뮤니티가 큰 파급력을 가지지 못합니다.

왜냐면 점점 플랫폼이 개인 맞춤형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죠.

설상 가상으로 자칭"정부보다 큰 곳" 이라고 주창하는 만진과 다르게

현실은 정권의 부름에 회장도 거절하지 못하는 것처럼

현실적 역학관계도 잘못 묘사된 부분이 있습니다.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해도, 대기업의 자산보다 서울시 아니 경기도의 예산이 더 많고 큽니다.

수호지의 명언처럼 천하무적의 도적떼라도 절대 관군과는 싸우지 말라는 말이 있죠.)

또한, 주인공이 속한 신문사도 현실에서는 지금은 그렇게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지 못합니다.

실질적으로 가장 큰 조X일보도 사실 상 TV조X이 먹여살리며, 발행 부수를 계란판으로 재활용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너무 크게 간과했어요.

신문사보다는 스트리밍과 연계된 SNS의 개인화된 구축환경이 더 영향력이 크고,

오히려 신문사는 각자의 진영에서의 나팔수로 전락한 현실을 보면,

이 기획이 왜 10년전에 나왔어야 하는 영화인지 알려주죠.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그 이야기를 다루는 솜씨가 능숙하지 않다는 겁니다.

물론 이야기의 드리블은 좋습니다. 흡입력있게 끌고 가는 솜씨가 있어요.

하지만 정작 골을 넣지 않아요. 이야기를 하다 말아버린 느낌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이야기 전체를 부정하는 스탠스가 있으면서

정작 주인공의 서사는 극 중반부 부터는 빠지게 되고, 시점이 옮겨지면서 산만해져요.

게다가 그 주인공의 서사도 해결이 되거나 캐릭터가 상승, 하강하는 것 없이

맥 빠지고 무력하게, 편의적으로 끝납니다. 

시나리오 격언 중에 "방아쇠에 손은 넣고 겨눴으면 반드시 쏴라" 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한 번 겨눴으면 결국 그 떡밥과 서사는 끝맻음을 해야한 다는 것이지요.

안국진 감독의 전작도 사실 같은 문제가 있어요.

저는 안국진 감독"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란 작품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엔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아무것도 끝나지 않고 정처없은 도피 엔딩은 그 영화의 오점이라고 보거든요.

저는 엔딩이 영화에 있어서 메세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그렇게 엔딩을 내버리는 것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감독은 예전과 똑같은 잘못을 또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열린결말이라고 주장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열린결말과, 마무리를 못하고 끝낸 결말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열린 결말은 정확하게 그 캐릭터의 서사의 해결을 보여주고 나서 일종의 또 다른 떡밥을 던지든,

서사의 연장을 시사하는 게 열린 결말이지요. 

이건 서사를 아예 마무리 짓지 못하고 그냥 끝내는 겁니다.

이야기를 엄청 끌고 왔는데 그냥 갑자기 막을 내리는 기분이에요

 

 

물론, 이 영화의 연출이나 촬영은 이 소박하고 작은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극장에서 시각적으로 보여줄 것인가 고민한 흔적이 깊게 나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세련되게 표현되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과감하게 표현되기도 한

연출은 젊은 신진 감독의 저력과 패기가 느껴질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럼에도, 기획부터가 무리수였어요.

왜 이런 기획이 생겼을까요. 저는 그 문제가 바로 한국영화 시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영화 시장은 시스템을 핑계로 너무 보수적이고, 너무 예상성과를 계산합니다.

하나의 기획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데 너무 오래 걸려요.

특히 2020년대 들어와서는 기획 자체가 창고기획인 경우가 많아요.

초고가 6년~10년된 작품이 수두룩합니다. 그만큼 제작사의 동력이 상실되고

엔터와 배급사의 파워가 영화의 제작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반증이에요.

그들이 두려워 하면 만들어지기가 힘든 시장입니다.

 

같은 언론영화를 비교하자면 1976년 작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과 비교할 수 밖에 없겠는데요

해당 영화는 워터게이트가 일어난 1974년 에서 불과 2년뒤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만큼 시의를 정확하고 빠르게 반영해서 사회고발물을 만들고 있어요.

 

하지만 한국은 그놈의 사실직시 고소와 더불어 과거 정부에서 했던 CJ털고 '니가가라 하와이'사건 때문에

이런 고발물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쉽지가 않습니다.

역사를 기반으로 한 <서울의 봄> 조차 무려 30년전 역사를 다룸에도 부침이 많았고 진영논란에 휩쌓이며

<헌트> 또한 무려 8년간 감독을 못 찾아서 결국 이정재가 스스로 감독 데뷔를 한 케이스구요.

이런 기획, 이런 시나리오가 충무로에 이미 쌓이고 쌓였지만

영화계는 여전히 책이 없다며 징징거리고 시장의 시스템을 돌아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댓글부대>도 만들어질 거였으면 못해도 2018년에 만들어졌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너어어어무 늦었죠. 결국 관객은 다 식은 떡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그걸 단지 감독탓만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한국 영화시장의 심각한 제작상황이 과연 자성을 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그런 소재는 OTT에서 더 잘 나오는 거 보면

점점 회의적으로 바뀌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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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주윤발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2)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 미래영화감독 2024.05.12 23:58
    저도 결말만 잘했다면 흥행했을거라 생각해요
  • profile
    하빈 2024.05.13 00:43
    시기가 너무 늦게 나왔다는 것, 그럼에도 결말도 흐지부지 관객에게 맡기는 결말로 만들었다는 것... 거기에 영화시장에 대한 얘기까지 글 전반적으로 공감추천드리고 갑니다.
  • profile
    얏호 2024.05.13 03:06
    결말만 좀 시원했어도 나았을 텐데ㅜㅜ 희열 없이 뒷통수만 맞은 느낌이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profile
    프로무인러 2024.05.13 07:44
    초반 몰입감에 비해 결말이 아쉬웠죠
    초중반 임팩트는 파묘만큼 좋았어요 저는
  • profile
    W 2024.05.13 08:35
    결말 호불호 같아요. 관객 기대치를 못 채워줌.. 전 재밌게 봤습니다..
  • CJ 는 전전정부때 블랙리스트여서.. 쉽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고..
    그나마 우회적으로 접근하되 가장 확실한 한 방의 영화는 1987이었습니다. 17년 연말 영화였쬬.

    영화가 낡았지만 소개가 낡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비상선언과 외계인 그리고 무코의 탄생도 사실 댓글부대같은 바이럴 업체의 영향이 많았거든요

    다만.. 이 영화는 가장 깊숙한 곳을 찌르지 못해서 문제였던 거 같아요
    이미 현실에서 영화보다 더 한 소재가 판을 치는데 영화가 너무 안전빵으로 간거죠.
    결말을 그렇게 지을거라면 앞을 더 팽팽하게 당겼어야 했는데 ... 그것에도 실패했고요
  • 의리의리 2024.05.17 11:16
    결말부의 아쉬움을 감안해도 만듦새가 꽤 괜찮은 영화였어서 이렇게 길게 고찰을 올리신거겠죠. 요즘 드는 생각이지만 영화 내적인 요인을 떠나서 걍 사람들이 이제는 영화를 잘 안봐요. 사람들이 영화를 선택하는 이유도 영화의 완성도가 아니구요. 뭐 결국 범죄도시는 1,000만 보지 않냐라고 하는데, 한국게임 회사들이 그렇게 돈만 되는 게임 만들다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는 다 알죠. 악순환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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