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ko.kr/6996367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에릭 로메르 영화의 특징을 몇가지 말해보자면

 

일상과 철학을 담은 밀도있고 상당한 양의 대사, 
아름답고 운치있게 담아낸 풍경과 영상미,
감성과 낭만이 있는 여유로운 분위기,
우연을 통한 관계의 시작,
젊고 멋드러진 비주얼과 매력이 넘치는 배우들, 
탄탄한 연출과 매끄러운 편집,
시대를 타지 않는 주제의 보편성과 세련됨,
소소하면서 난해하지 않은 이야기,
특유의 유쾌함과 수다스러움

 

등으로 인물 간의 관계와 내면을 치밀하고 섬세하게 파고 듭니다. 


올해 기획전 7편은 주로 여름, 그 중에서도 바캉스 휴가를 배경으로 하고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해변의 폴린>,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 등이 입문작으로 부담없이 보기에 좋고 위의 작품들이 취향에 맞는다면 <녹색광선>,<비행사의 아내>,<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클레르의 무릎>까지 보시면 어떨까 생각들었습니다. 


아래에 영화별로 간단하게 후기를 적어봤습니다.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

 

시골에서 우연히 만난 레네트와 미라벨의 4개의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여주인공의 우정과 티키타카, 개똥철학이 가득 담긴 대사들과 웃픈 상황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밌었습니다. 영화가 유쾌함과 귀여움, 사랑스러움으로 가득차있고 별거 없는 이야기같지만 거를 에피소드 없이 다 매력있고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힐링이 되는 영화였습니다. 

 

별점 : 4.2 / 5 

 

 

<비행사의 아내>

 

파리의 두 여자와 한 남자, 크게보면 세 여자와 두 남자 간의 복잡한 남녀관계를 그리는 영화, 
대사의 양이 많고 롱테이크로도 대사들이 속사포같이 쏟아져서 보다보면 조금 피곤한 느낌이 듭니다. 
자유롭고 오픈 마인드를 가진 캐릭터들이 많아서 유교국 사람의 입장에서 초반에는 공감하거나 감정이입하기가 살짝 힘들기도 했습니다. 


사건은 많지 않지만 빼곡한 대사들이 디테일하게 감정과 상황을 표현해줘서 대체로 몰입감이 좋았습니다. 
추측과 가정, 망상 등으로 불확실하게 넘겨짚으면서 생기는 아리송하고 오묘한 인간 관계들을 보는 재미도 있고 사랑과 진실, 믿음에 대하여 철학적으로 탐구하고, 더 나아가 삶에 대한 통찰력까지 던져 주는 게 좋았습니다. 

두 여주인공들의 매력과 비주얼, 영상미와 여운을 남기는 엔딩도 인상적이었고 곰씹을수록 좋은 영화라고 생각이 듭니다.  

 

별점 : 4 / 5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파리 근교에서의 두 남자와 두 여자간의 연애 이야기를 담은 영화,

제목만 보면 막장같은 이야기를 다루는듯 했지만 실제로 보니 나름 그럴싸하면서 로맨틱하고 재기발랄한 내용이었습니다. 물흐르듯 매끄러운 편집과 잘짜여진 각본, 의상으로 감정적인 부분을 표현하는 연출이 인상깊었습니다. 

 

사랑과 우정, 욕망과 금기 사이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남녀들의 상황들이 귀엽고 재밌어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봤고 전지적 시점에서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꽤나 기분좋게 보고 나온 영화이고 완성도도 훌륭하면서 에릭 로메르 감독의 장점이 극대화된 영화가 아닐까 생각드네요.

 

별점 : 4.5 / 5

 

<녹색 광선>

 

염세주의적인 관점에 우울하고 사회성 떨어지는 델핀이라는 한 여성에게 초점을 맞춘 영화,

음울한 분위기를 띄면서 드라마틱한 이야기보다는 예민하고 섬세한 감정씬들의 연속이라 답답한 느낌도 있고 약간 지루할만도 합니다.

 

혼자 있고 싶어도 혼자 있을 수 없는 필연적인 인간 관계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우연, 기적같은 현상으로 감정적인 부분을 깊게 파고들고, 삶의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여 위로와 희망적인 메세지를 주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미장센과 연출, 마리 리비에르 배우의 연기도 정말 좋았고 왜 녹색광선을 대표작 중에 하나로 뽑는지 알겠더라구요. 로메르 작품 중에서도 호불호가 조금 갈린다고 알고 봤는데 저는 극호였던 영화였습니다. 

 

별점 : 4.4 / 5

 


<클레르의 무릎>

 

작가인 피 실험자와 작품에 대한 영감을 제공하는 실험자인 결혼을 앞둔 남자가 두 소녀를 유혹하며 생기는 일을 그리는 영화,

제목만큼이나 원초적이고 충동적인 욕구를 소재로 하면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리기도 하고 인간 내면을 심리학적으로 깊게 탐구합니다. 미장센과 심리묘사도 훌륭했지만 허세와 위선, 자기합리화 등 나르시시즘으로 가득찬 남주인공을 보는게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고 소재와 내용면에서도 호불호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덕적인 관점에 따라 약간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걸 빼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이번 7편 중에서는 무난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별점 : 3.3

 

 

<해변의 폴린>

 

해변가에서 벌어지는 여러 남녀간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오지랖, 질투, 거짓말 등이 난무하는 사랑의 전쟁통에 잠깐 들어갔다 나온게 마치 나는 솔로를 보는듯한 영화였습니다. 

 

절대 남을 이해할 수 없고 정답이란게 없는, 내로남불적인 마인드를 가진 여러 캐릭터들을 그리면서 동시에 소녀의 성장담을 그린 것도 좋았고 편집과 각본도 탁월해서 자칫하면 어지러울 수 있는 내용을 잘 엮어냈고 지루할틈 없이 재밌게 봤습니다. 

깔끔한 마무리도 좋았고 <내 여자친구의 남자 친구>에 이어 에릭 로메르의 장점이 도드라진 영화가 아닌가 싶네요. 

 

별점 : 4.3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독실한 미혼 가톨릭 남성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여자친구와 어쩌다가 하루를 같이 보내면서 생기는 일을 그리는 영화, 이번 기획전 7편 중에서 혼자만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흑백 영화에 유머도 비교적 적습니다. 


초반부는 호흡이 느려서 조금 지루했는데 초중반부부터 가치관이 서로 다르지만 모드라는 매력적인 여성과 만나면서 생기는 여러 대화들에 금새 흥미가 생겼습니다. 
특별한 만남을 계기로 매사에 종교적이고 계산적이고 꽉 막힌 남성이 비로소 현실을 인지하면서 변화하는 과정과 자기고집과 신념의 벽을 부수면서 진행되는 사랑이야기를 현실적이면서 가슴 벅차게 다룬게 좋았습니다. 

 

후반부의 나레이션과 복잡 미묘한 엔딩도 인상깊었고 높은 체급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영화였습니다. 

 

별점 : 4.2 / 5

 

 

총평 : 예술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에릭 로메르의 영화를 꼭 접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3.21.93.126

3.21.93.126


profile 서래씨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4)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 profile
    내꼬답 2024.05.20 17:25
    간략하게 후기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후기보고 몇개봐야겠네요ㅋㅋ
  • @내꼬답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서래씨 2024.05.20 17:33
    나중에 감독전하면 몇개는 다시볼 의향도 있고 영화도 대부분 기대 이상으로 좋았네요
  • profile
    봄봄 2024.05.20 17:37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입문작으로 많이들 추천하셔서 봤는데
    영화가 아기자기하고 착장 보는 재미는 있지만 그 외에는 취향에 안 맞았거든요
    적어주신 후기들 보면 전체적인 톤이 비슷할 것 같은데 다른 영화도 비슷한 결인지 궁금하네요.

  • @봄봄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서래씨 2024.05.20 17:57
    아무래도 비슷한 결인게 많죠. 배경과 하는 얘기들도 비슷하고
    모드집이 비교적 진지하고 더 누한 느낌이에요
  • @서래씨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봄봄 2024.05.20 17:59
    포스터 취향만 놓고 본다면
    모드집에서 하룻밤이 가장 끌렸는데 먼저 본 영화와 가장 반대편에 있나보군요
    시간 맞으면 도전 해봐야겠네요ㅎㅎ
  • BP 2024.05.20 17:52
    후기 감사합니다 ㅎㅎ
    비행사의 아내랑 내여자친구의 남자친구 두개는 상영관에서 웃음도 터져나오더라구요 ㅋㅋ
    특히나 마지막 의상 연출이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
  • @BP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서래씨 2024.05.20 17:58
    의상이 화려하고 스타일리쉬하기도 했는데 의도에 맞게 잘써먹는다 싶더라구요.
    저도 퍼스널 컬러나 한번 검사하러 가야되나 싶었어요
  • profile
    PIFF 2024.05.20 18:13
    에무시네마때 한두편 빼고 다 본듯한데 이번에 놓친 영화랑 재밌는건 한번더 볼까하네요.

    개인적으로 녹색광선과 해변의 폴린은 재미있었던듯. 왜 프란스 사람들이 홍상수 영화를 좋아하는지 일겠더군요 ㅎ
  • @PIFF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서래씨 2024.05.20 18:35
    나중에 기획전 로테에 포함 안되면 보기 힘들수도 있으니 놓친것부터 고고하시죠
  • profile
    조세무리뉴 2024.05.20 18:16
    홍상수 작품의 엉뚱하면서도 훅 치고 들어오는 웃긴 면모를 사알짝 줄이고 좀 더 아기자기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이 있는 거 같다 느꼈네요.

    무엇보다도 죄다 러닝타임이 2시간 안쪽이라 좋은
  • @조세무리뉴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서래씨 2024.05.20 18:32
    러닝타임이 너무 길다 너무 짧다없이 딱 적당해서 여러개봐도 부담이 덜했어요
  • profile
    하빈 2024.05.20 23:34
    에릭 로메르에 푹 빠지셨나 봅니다. 며칠에 몰아쳐서 7편 보시다니..ㅎ
    연출 스타일이 비슷하고 대사량이 상당해서 다시금 곱씹으며 영화별 정리가 필요하곤 해서 전 하루에 로메르 2편이상은 보고싶진 않더라고요ㅋ
    재작년 기획전에서부터 봐온, 로메르 초기작들에서의 (때론 불쾌한) 여성관이 시대를 넘어감에 따라 좀 옅어지긴 하던데 그게 감독 가치관인지 캐릭터 설정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네요. 좀 감안하고 봐야할 부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전 이제 2편 남았는데 본 영화 후기들로만 잘 읽고갑니다. 수고하셨어요!
  • profile
    Nashira 2024.05.22 10:18
    짬나면 취향에 맞을듯한 영화 한두편 골라볼까 했는데... 모든 작품 다뤄주셔서 감사합니다. :)
    근데 세상에 한 작품 빼고 기본 4점 이상으로 평하셨군요. ㄷㄷㄷ
    에잇...기획전 쫌만 오래 연장해줬으면...ㅜ
  • profile
    파워핑크걸 2024.05.26 20:00
    비행사의 아내,클레르의 무릎 감상에 많은 참고 얻어갑니다!
    아..너무 난해했네요ㅎㅎ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이벤트AD 무코 x 무비오어데스 영화관 향수 20,000원 [23] file
image
무비오어데스 파트너 2024.03.06 43989 35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360016 94
공지 굿즈 소진 현황판 정리글 [156] update 무비이즈프리 2022.08.15 990665 174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38] file Bob 2022.09.18 362929 133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3] file admin 2022.08.18 693666 201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2] admin 2022.08.17 443109 147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3] admin 2022.08.16 1075493 140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333111 168
더보기
칼럼 <퓨리오사와 실제역사-Ⅱ> 치유의 천사 나이팅게일➕ (반복되는 크림전쟁과 라파엘 / 스포) [2] updatefile Nashira 2024.06.01 599 3
칼럼 <퓨리오사와 실제역사-Ⅰ> 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시온의 딸과 가스관 / 스포) updatefile Nashira 2024.05.31 1026 4
현황판 나쁜 녀석들 라이드 오아 다이 굿즈 소진 현황판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4.05.22 415 2
현황판 <CGV 아트하우스> 상시 굿즈 소진 현황판 [288]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3.01.14 179704 127
불판 6월 4일 선착순 이벤트 불판 new 으랏차차 10:12 2288 9
불판 6월 3일 선착순 이벤트 불판 [62] update 아맞다 2024.05.31 14449 44
후기/리뷰 5월 한 달 영화 결산 [4] newfile
image
03:24 402 2
<존 오브 인터레스트> 한줄평 및 짧은 감상평. (노스포) update
01:13 998 11
후기/리뷰 💃🚲오늘부터 댄싱퀸🚲🕺 후기 [2] file
image
00:43 604 9
후기/리뷰 [이프: 상상의 친구]를 보고(약스포) [1] file
image
23:02 285 6
후기/리뷰 [드림 시나리오]를 보고(약스포) file
image
22:45 251 4
후기/리뷰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를 보고(약스포) [4] file
image
22:33 401 5
후기/리뷰 [이레이저 헤드]를 보고(약스포) [1] file
image
22:12 227 1
쏘핫 어머님의 퓨리오사 간단 평 [6] update
22:01 1695 22
후기/리뷰 정욕 간단 후기
20:32 530 5
ㄴㅅㅍ) 존 오브 인터레스트 보고왔습니다 [1] file
image
19:08 1203 10
후기/리뷰 '정욕' 을 보고서 file
image
18:44 362 6
후기/리뷰 (노스포) 5살 딸이랑 바커스 슈퍼스타가 될 거야 본 후기 [4]
18:21 448 4
후기/리뷰 뒤늦게 본 퓨리오사
16:56 308 1
후기/리뷰 드디어 설계자 봤습니다만 [2]
14:56 715 5
당혹스러운 영화 빼꼼: 미션 투 마스 [7] file
image
2024.06.02 1543 11
후기/리뷰 고질라: 마이너스 원 후기 [5] file
image
2024.06.02 808 1
후기/리뷰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를 보고(약스포) [3] file
image
2024.06.01 475 3
OCN 중간 광고 없이 본 [성난황소] 후기 [10]
2024.06.01 1160 10
후기/리뷰 설계자 짧은 후기 [3]
2024.06.01 597 3
후기/리뷰 (스포o)설계자 간단 후기🫠 [3]
2024.06.01 483 1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