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흥미롭게 봤습니다. 이야기가 그런대로 재미도 있고 주제 면에서 시의성도 확실했습니다.
다만 이야기를 굴려나가고 매듭지을 때의 디테일한 터치는 조금 부족했던 것 같네요.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비웃을까봐 두렵다.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죽일까봐 두렵다."
남녀가 서로의 성별에 대해 품은 나쁜 이미지와 불신, 심지어 공포가 현실 연애에 영향을 끼치는 양상을, 블랙코미디와 스릴러 사이의 여러 지점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여러모로 성격적인 결함도 있고 미숙하죠. 특히 한 쪽은 특히 더 비호감으로 묘사되기도 하구요. 이게 참 웃기고 한심해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유해한(?) 만남이 점점 현실과 겹쳐보이는 지금의 세태는 우습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고 상황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따져보면, 건강한 관계의 결핍과 더불어 자극적인 대중 매체의 영향도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만 하겠죠.
다만 이것저것 건드릴 것도 많고 까고 싶은 대상도 많아서인지, 스릴러 영화로선 결코 적지 않은 2시간 가까운 분량으로도 썩 정돈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인물의 입을 빌려 너무 많은 핵심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등 화법이 아주 세련되지도 않았구요.
배우들은 좋았습니다. '에밀리아 존스'는 <코다>에서보다 더 흥미롭고 돌출된 인상의 주인공을 맡았습니다. 평범함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유독 불안하고 충동적인 모습을 잘 연기했어요.
남자 역을 맡은 '니콜라스 브라운'은 처음 보는 배우였는데, 여러모로 어리숙한 찌질남을 징그러울 정도의 현실감으로 재현했습니다.
절대 흠결없는 영화는 아니지만 뻔하지도 않은 '로맨스릴러' 영화입니다. 한번쯤 관람을 권하지만, 주인공들에게 너무 몰입하기보단 한발짝 떨어져서 팔짱끼고 감상할 것을 추천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