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얘기하는 CG의 조악함을 제외하면 크게 두드러지는 결점은 없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둥글둥글~ (영화 속 비행기와는 반대로) 안정적으로 이륙해서 항로 이탈 없이 무난히 비행, 목적지에 잘 착륙했다는 느낌입니다.
스릴 넘치는 장면들도 섭섭찮게 있었고, 매우 생소하게 느껴지는 70년대의 공항 풍경이나 코믹한 수속 및 탑승 과정 등 예상 못한 잔재미들도 있습니다.
주인공들 뿐 아니라 승객들 몇명에게도 조금씩 관계성과 서사를 쥐어줬는데, 여기서 최소한으로 분량 할애해서 효율적으로 캐릭터를 꾸몄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 주고 싶습니다. 조단역 캐릭터들에게 한두 장면씩만 더 할애했어도 굉장히 군더더기처럼 느껴졌을텐데, 이 정도면 적정선에서 적은 기대비용으로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극적인 상황이 이어지는 후반부 연출이 조금은 올드한 감성이 풍겼고, 항공기 문외한이 봐도 저게 맞나 싶을 정도로 고증을 무시한 장면이 보였던 건 아쉬웠습니다.
아 그리고 정말로 대사 알아듣기가 쉽지 않아서 자막이 고팠던 영화였습니다. <헌트> 이후로 간만이었네요.
영화를 굵직하게 짊어진건 하정우와 여진구, 두 배우입니다.
여진구는 십수년전 어릴 때 보여줬던, 작품을 잡아먹을 만큼 폭발적인 에너지를 다시 한번 내보였습니다. 마스크도 그렇고 목소리도 그렇고 악역으로도 제법 잘 어울리는 특징을 갖고 있네요.
하정우는 최근 몇년 간 익히 보아왔던 그런 연기를 했습니다. 영화에 잘 녹아들었기에 불만은 없지만, <신과 함께> 이전의 하정우를 더 좋아했던 사람으로서는 배우가 캐릭터 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게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종합해 봤을 때 썩 나쁘지 않은 상업영화라고 판단하지만, 그건 작년의 가장 큰 실패작 중 하나였던 <비공식작전> 때도 그랬습니다. 왠지 이것도 관객평에 비해 흥행은 별로 재미를 못 볼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뭔가 재질이 그래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