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조금 후 1923년 3-4월이라는 배경이 등장하면서 이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가 단지 주연 배우 둘의 다툼만을 다루는게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루하고 조용한 섬, 외부의 연락을 받고 전달해주는 우체통이 있는 식료품 점의 주인이 늘 새로운 소식에 목말라 있을 정도로 조용한 이 이니셰린은 아일랜드 독립과 내전의 소용돌이에서 일견 벗어나 있는 평화로움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영국놈들을 죽였는데 이제는 반군놈을 죽이게 됐다는 경찰의 대사나 주변을 매우는 총성들이 아직도 전쟁의 한복판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더 이상 자기의 시간을 낭비할수 없다는 남자와 그 친구와의 헤어짐을 감내할 준비가 안된 친구의 이야기안에 늘 주인의 곁에 머무는 제니와 개의 감정까지 영화는 섬바깥의 동족의 전쟁가운데서 자신만의 분쟁을 진행중인 친구들을 통해 묘한 감흥을 전달합니다.
단절을 전달하는 방식이나 그 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의 충돌이나 그 것이 주변에 미치는 여파를 잔잔히 전달하지만 이 두 사람이 다가가는 결말은 제목 처럼 켈트의 유령이 주변을 서성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황량한 배경의 섬에서 결국 모든 사람이 모이는 펍이 주는 그 묘한 느낌이 인상적인 영화네요.
죽음이 흔하게 다가오던 시대라는 느낌이 선명한 영화라서 보는 내내 풍경과 다른 묵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콜린 파렐의 연기가 참 좋네요. 도회적인 이미지가 넘치던 배우가 저런 촌사람의 모습을 능숙하게 하는게 참 대단했습니다.
마틴 맥도나 감독이 참 배우연기는 잘 끌어내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