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소년'의 배경은 IMF 이후 우리나라 사회 전반적인 모든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한 야만과 낭만이 혼재하던 시기였습니다.
또 아직은 스마트폰(휴대폰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네여)이 존재하지 않아서 연락을 취하려면 공중전화가 있어야 하고 상대방이 집에서 전화를 받지 않으면 연락 할 도리가 없던 때로 시간 설정을 합니다.(지금처럼 이멜이나 카톡, 스마트폰처럼 시, 공간을 초월해서 연락을 받을 수가 없던 시기였죠 ㅎㅎ)
이것은 주인공인 소년 '훈'이 좌절감을 느끼거나 무력감을 느껴 어머니께 구원의 손길을 요청하려 해도 번번히 그 시도를 꺾이게 되는 결과가 되죠..
아버지는 능력과 가장으로서 책임감은 있지만 알코올 중독 문제가 심각하고 술만 마셨다 하면 폭언, 폭행을 일삼는 권위주의적인 아버지이고 가족들에게 끊임 없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가스라이팅을 일삼습니다.
어머니는 이런 아버지의 행동을 못 견뎌 집을 나가서 아버지의 연락을 피하고 아들에 대한 모성애는 남아 있는지 가끔씩 아들과 연락을 하곤 합니다.
아들인 주인공 '훈'은 아버지의 주취에 따른 폭언, 폭행의 피해자인 어머니를 이해하기 때문인지 아버지에게서 어머니를 보호하려 하고, 또 한편으론 이런 남편에게서 아들이 계속 있다간 자식까지 망가지겠단 생각에 자신과 함께 도망치자고 말하는 어머니께 그래도 아버지가 우리를 많이 생각하고 있고 자기마저 없으면 아버지는 정말 망가지고 만다며 어머니의 손길을 그리워하고 함께 있고 싶어하지만 차마 아버지 곁을 떠나지 못하는 여린 소년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훈'도 아버지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커져서 떠나려고 하고 이를 무마하는 아버지에게 패륜 펀치 한방을 날리게 되고 가장의 권위와 책임감을 강조하던 아버지는 실망감에 그냥 아들에게 별 말도 없이 니 맘대로 하고 살아라고 하고 자리를 벗어나죠.(이 일을 계기로 부자지간은 영원히 그 전 같은 사이가 될 수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 시절 '알코올 중독'이 심하고 폭력과 권위를 강조하던 아버지(사실 그 아버지도 살아남으려면 워라벨 따위는 존재할 수 없고 그저 열심히 일만 하고 스트레스는 술로 풀던 사회상의 피해자일지도요), 그로 인해 피해를 받는 와이프와 자식의 입장을 소름돋게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특히 안내상의 연기력은 PTSD가 올만큼 소름돋을 정도로 묘사력이 엄청나기도 했구요.
다만.. 이 영화의 주제가 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습니다.
야만과 낭만이 혼재하던 그 혼란기에 사춘기를 보내던 모범적이고 여리던 소년이 어떤 경로를 통해 혼란을 겪고 타락(?)해가는 과정을 그냥 표현한건지.. 그걸 표현했다면 그 이유는 뭔지 그런 게 영화를 보고 난 후 생각을 아무리 해봐도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더라구요..
주제 의식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냥 지나치게 검은 면만 보여주는 것 같아서(비록 그 과정은 묘사를 잘 했을지라도) 보고 나서 찝찝함과 기분이 나빠지는 그런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