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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_https_kr.hypebeast.com_files_2023_07_concrete-utopia-main-trailer-ft.jpg

재난이 닥쳤는데 사람들이 서로 도와주고, 뒤통수를 치는 악역들이 모든 걸 망가트리는 일이 없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기존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여줬던, 자극적인 방식으로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클리셰에서 하나하나 탈피한다. 그리고 그 지점은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와 기독교 상징들로 채워져, 한국의 아파트 광풍과 사이비 종교를 맞물려 비판하고 있다. 이전에 보기 힘들었던 방식의 재난물이라, 흔히 생각하는 <투모로우>, <2012>, <딥 임팩트>와 같은 영화를 생각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너무도 한국적이며, 씁쓸한 현실 그 자체다. 선과 악, 안전과 불안, 선의와 폭력이 뒤섞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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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파트 광풍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시작부터 한국 아파트의 역사를 훑고 지나간다. 본래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은 돈이 없고 살 땅이 좁은 사람들을 위해 지어진 공동거주지라, 보통 외국에서는 단독주택보다 좋은 거주지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아파트는 전쟁 이후 많은 집들과 인프라가 망가져, 서울로 몰려드는 피난민들을 위해 도시 주거단지를 정부에서 계획하며 만드는 과정에서 아파트에 대한 인식이 변해갔다. 한국형 아파트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마포아파트부터, 중산층이 살며 완전 서구식 생활양식을 처음으로 도입한 한강맨션아파트 등이 그것이다. 특히 한강맨션아파트는 분양자들이 선입금하는 방식으로 건축비를 충당하는 최초의 아파트로, 치열한 분양권 경쟁과 집값이 치솟는 한국형 아파트 투기의 시작점이다.

 

한강맨션아파트는 기존의 아파트 인식과는 다르게, 회사 간부나 연예인, 사회 고위층들이 거주했다. 온돌이 없는 서구식 침실에 입식 거실 등 서민들의 생활양식과 차별화를 뒀다. 그리고 아파트 안에서 평수도 나눠져 50평대와 20평대에 사는 사람들 간의 계층문제도 생겨났다. 맨션아파트에 산다는 것이 부자라고 인식이 되고, 후에 그런 아파트 값은 더 오르거나 재개발로 더욱 더 좋은 고층아파트가 되는 것을 지켜보며 현대 한국인의 마음속에는 부동산, 특히 아파트 광풍이 자리 잡게 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대재난 이후, 소위 '팰리스'류의 고급 고층 아파트 사이에 있던 오래된 서민 아파트인 '황궁아파트'만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설정이다. 서민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무시받고 차별받던 사람들은 이제 자신들의 아파트를 고마워하며, 자랑스러워하고 가꾸기 시작한다. 더불어 아파트에 들어오려는 외부 사람들과도 전쟁을 시작한다. 이 모습은 현재 진행 중인 '고급 아파트가 철근이 빠져 부실하게 지어진 사건'이라던가 '낡은 아파트지만 재개발을 노리고 사려는 사람이 많아 값이 치솟는' 한국의 부동산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아파트를 사수하려는 주민과, 아파트에 들어오려는 사람들 간의 광기는 바로 한국인의 모습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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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받은 주민
김영탁(이병헌)은 혼신의 힘을 다해, 황궁아파트의 불난 집에서 사람을 구하고 불을 끈다. 그의 희생정신과 행동력을 높이 사서 황궁아파트 주민들은 그를 주민대표로 내세운다. 뭔가 서먹해하는 영탁을 중심으로, 주민들은 똘똘 뭉쳐 위기를 헤쳐나가고 외부인을 내보내는 일을 맡는다. 그리고 영탁은 몇 가지 주민 수칙을 발표한다. 특히 '아파트는 주민의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신들만이 대환란에서 선택받았다는 생각은 유대교와 기독교의 오래된 믿음, 선민사상이다. 그리고 유대인들은 황금을 신성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유대인이 가장 번영했던 시기인 솔로몬왕 때 지어진 황금궁전이 그것을 상징한다. 솔로몬의 황금궁전은 내실을 전부 금으로 발랐다고 전해진다. 또한 동방박사가 예수에게 준 선물에도 황금이 있다.

 

인류멸망 디스토피아에 많이 인용되는 요한의 묵시록에는 대환란을 거쳐 '새 이스라엘'이 하늘에서 내려오는데, 새 이스라엘 성전은 황금과 수정으로 만들어졌다고 나온다. 그 환란에서 구해진 선택받은 14만 4천 명은 황금궁전으로 된 새 이스라엘에 들어간다고 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황궁아파트가 바로 그런 곳이다. 그들은 구원받았다고 믿고 서로를 다독이며 살려고 한다. 특히 영탁의 집은 천주교 교우의 집 마크가 붙어있으며, 집 안에는 성모상과 십자가가 있다. 황궁아파트 주민들은 선택받았고 영탁은 이 환란의 시기의 선지자인 것이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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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또 다른 열풍, 사이비 종교
한국은 일제강점기와 전쟁, 독재라는 큰 사건들을 짧은 시간에 겪어서인지 유난히 다양한 종교가 판을 쳤다. 특히 기독교 계열 사이비가 많은데, 한국에만 자칭 하느님이 20명, 재림예수만 50명이 넘는다고 한다. 천주교나 개신교가 아닌 일반인들은 이단과 사이비를 나누는 게 무슨 의미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볼 때 교리상의 문제 뿐 아니라 신도들의 재산을 갈취하고 나가지 못하게 협박하며, 내부적으로 폭행과 성폭행이 빈번하다는 것이 문제다.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보면, 대표적인 사이비 종교의 실태를 알 수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영탁은 천주교를 믿는 집안에서 치매 노모를 모시는 선지자처럼 나오지만, 사실은 아니다. 그는 모세범이라는 이름의 택시운전사다. 그는 김영탁이라고 하는 사기꾼의 집을 찾아가 따지러 왔다가 그를 노모 앞에서 죽이게 된다. 그리고 그때 재난이 터져 아파트 주민 행세를 하게 된 것이다. 아마 전세사기를 당한 듯 하다. 하지만 실제로 올해 초 터진 전세사기로 자살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모세범이 김영탁을 죽이고 아파트 주민 행세를 하게 된 일이 행동이 과연 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쨌든 그는 실제 교인을 죽이고, 거짓으로 902호 주민 행세를 하며 선지자가 된다. 즉 영탁은 거짓 선지자다. 그가 추진력이 있고 앞장서서 일을 해결하기에 사람들은 그를 절대 신뢰한다. 그의 지도아래, 선택받은 황궁아파트는 외부인을 몰아내는 데 성공하고 자신들끼리 똘똘 뭉쳐서 주변에 남은 식량들을 확보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아파트 밖 생존자들에게 철저히 악마화되어간다. 황궁아파트 사람들은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영탁으로 위장한 모세범과 황궁아파트의 모습은 한국의 종말론을 교리로 삼는 사이비 종교와 흡사하다. 그들은 자신들만이 구원받는다고 믿고, 철저히 외부세력을 배척한다. 그들의 리더는 자신이 신의 대리자거나 신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실체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신의 교리를 죽이고 자신의 교리로 채워넣은 거짓 선지자다. 그리고 외부에서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른 채, 자신들은 선택받았다는 생각에 취해 거짓행복을 누린다.

 

이런 교리의 반전이 일어나는 중요한 시점은 '아파트 내부의 바퀴벌레'를 색출하는 작업이다. 그들은 아파트 안에 살도록 숨겨둔 집을 쳐들어가, 외부인들을 쫓아내고 그 집 주민에게 벌을 내린다. 그리고 그 집에는 방역이 끝났다는 표시로 빨간 페인트로 선을 긋는다. 사실 빨간 페인트로 문에 표시를 하는 유명한 사건은 출애굽기에 나온다. 모세가 유대인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려 할 당시 내린 10가지 재앙 중, 가장 마지막 재앙은 장자가 죽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대인들에게는 그 죽음의 천사가 비켜가게 하기 위해, 문에 양의 피로 표식을 해두라고 했다. 그것이 빠스카다. 원래 빠스카는 재앙이 비켜간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빠스카가 '이미 재앙이 내린'집에 표시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자신들만을 위한 성경해석이나 교리의 반전은 사이비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또한 철저하게 자신들이 만든 준칙, '아파트는 주민의 것'이라는 명제 아래에 모든 폭력을 정당화한다. 이것 역시 성경을 자신들 입맛대로 해석해, 타 종교인들이나 비신자들 등에게 행하는 사이비의 폭력성과도 맞물린다. 밖에서 슈퍼마켓을 털어와 파티를 벌이는 장면. 내부에서는 축제지만 멀리서 보면 악마들이 불 앞에서 춤추는 것 같은 광경인 것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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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구원인가
점점 악마화되어가는 영탁의 행동을 참지 못하고 명화(박보영)는 영탁이 거짓 선지자라는 것을 까발린다. 잔혹하게 처리된 실제 김영탁의 시체. 그러나 영탁은 오히려 제보자인 903호 혜원(박지후)을 죽이고, 자신의 정당성을 설파한다. 그 와중에 아파트의 바리케이드는 무너지고, 아파트로 들어오려는 외부인들은 철저히 준비해서 전쟁을 시작한다. 영탁을 믿지 못하고 내치려는 사람들은 급하게 다시 영탁을 의지하게 된다. 이제 아파트 주민들은 영탁이 거짓 주민인지 아닌지 상관이 없다. 그는 아파트를 위해 목숨 걸고 싸워준 사람이고, 그를 중심으로 뭉쳐서 이겨냈기 때문이다.

 

사이비도 마찬가지다. 교주가 정말 신이라고 믿었다가, 그것이 아니라는 증거가 나와도 사이비에 빠진 사람들은 그것을 외면한다. 신이 아니라고 해버리면 자신들이 해왔던 믿음과 행위들이 모두 부정되기 때문이다. 거짓 선지자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도 쉽게 그 믿음을 저버릴 수가 없다. 다시금 영탁에게 의지하는 황궁아파트 주민들처럼.

 

명화와 남편 민성(박서준)은 피를 흘리고 다친 채 아파트에서 탈출한다. 끊임없이 걷고 걸어서 도착한 건물의 잔해 속에서 둘은 잠시 쉰다. 그곳은 무너진 명동성당이다. 12 사도가 그려진 명동성당의 스태인드 글라스 빛을 받으며 민성은 죽음을 맞이한다. 사이비에서 벗어나 그는 안락한 구원을 얻었다. 유토피아라는 말은 원래 이 세상에 없는 장소를 뜻한다. 누구나 유토피아를 말하지만, 유토피아는 현실에선 없는 이데아와도 같다.

 

밖의 인간세상은 어떤가. 모든 것이 무너져 황궁아파트만 살아남았다곤 했지만, 여전히 밖에서 사람들은 살아있다. 심지어 무너진 고급 고층아파트들은 그대로 옆으로 무너져, 꽤나 안락한 피난처가 되고 있었다. 아파트가 만들어지면서 주거 계급이 가속화되었듯이, 수직으로 세워진 아파트는 계급을 상징한다. 옆으로 무너져 수평이 되어버린 아파트에는 계급이 없다. 이곳에 그냥 들어와 살아도 되냐고 묻는 명화에게, 피난민들은 그게 뭐 어떠냐고 반문한다. 비록 조금 더 위험하고 살기 팍팍해 보이지만, 준칙도 없고 사람들을 배척하지 않는 인간다움이 남아있다. 구원한다는 명목으로 남을 혐오하고 배척하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던 세상에서, 그렇지 않은 삶이 있다는 걸 알고 명화는 안심한다. 그리고 '황궁아파트 사람들은 어때요?'라고 묻는 피난민에게, 명화는 그제야 말할 수 있었다. 현재형이 아니라 과거형으로. 그들도 평범한 사람들이었다고.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두 종류의 광기, 아파트와 사이비를 섞어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의 회색빛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의 색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영화라, 그들을 보면 우리의 모습이 생각나 한없이 불편해진다. 단지 아파트와 사이비뿐일까? 돈을 벌기 위해 달려드는 주식, 부동산, 금, 코인은 어떠하며, 정치적 문화적으로 갈라져 죽일 듯이 싸우는 광경은 또 어떠한가. 내가 거기에서 한 발 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나는 행복하고 평온하고 정의롭게 살고 있다 생각하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아파트 벽에 너울거리던 광기의 춤처럼 비치고 있진 않을까. 괴물은 자신이 괴물인 것을 모른다.

 

 

 

 

 

 

*출처: 본인 브런치스토리

https://brunch.co.kr/@casimov/199

 

#카시모프영화리뷰


profile 카시모프

별들 사이를 여행하는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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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best Nashira 2023.08.13 14:25

    진짜로 저렇게 흘러갈 것 같아 무서웠고, 나라고 뭐 다를까싶어 속이 거북해졌습니다. (실제로 체했음. ㅠㅠ)
    아마도 "팔레스타인 땅은 선택받은 우리의 것!"이라는 모토 아래,
    모세+살인범(모세...범?)이었던 선지자를 따라 마른 홍해(한강)를 건너,
    지팡이를 짚고 이들을 선동해 상대를 깨부수던
    출애굽기의 이야기를 따온듯 한데...

    장자가 죽는 재앙이 우리 유대인만큼은 넘어가달라며 문에 붉은 피를 칠하던 빠스까를 뒤바꾼 장면에선,
    오히려 나치가 유대인을 색출해낸 게슈타포(비밀경찰)의 역사가 떠올랐습니다.
    아파트+종교를 엮어 한국적인 온갖 정서들을 이렇게까지 한바탕 휘저어 놓을 수 있다는게 참 대단하더군요.
    솔직히 명화가 점점 짜증나고 답답해지는 걸 느끼며, 저 또한 현실에 타협해나가는 심정이 되었으나,
    (앞에 차량씬처럼 결국 언제 타협하냐의 시간차인 게 아닐까 싶었던...)

    그러다 마지막 수직>수평이 돌아간 장면에선 현실에 타협한 게 아니라,
    그저 아파트에 집착한게 아니었나란 자문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진심 평범한 이들이라 더 역한 느낌이 들었던 영화였어요. (우욱...)

  • 가재가노래하는곳 2023.08.13 09:41
    잘봤습니다
  • @가재가노래하는곳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08.13 10:26
    감사합니다~
  • 봉준호 2023.08.13 10:07
    너무 잘 읽었습니다^^
  • @봉준호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08.13 10:27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 profile
    시연 2023.08.13 10:53
    글 잘 읽고 갑니다:)
  • @시연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08.13 10:59
    감사합니다~ :)
  • profile
    초코무스 2023.08.13 12:16
    평소에 다같이 잘살자보다 나부터 잘살자라는 마음이 커서 김영탁의 행동과 주민들의 행동에 공감이 갔습니다. 보는 동안 명화의 행동이 저러다 다같이 죽는거 아닌가하고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 살아남은 명화가 평범한 사람들이라 말할때 인간의 좋은면만 보는 인물이라 저러한 재난상황에도 끝까지 희망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걸까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병헌 배우 연기에 몰입해서 보느라 선민의식 그 이상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무코님 리뷰보고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초코무스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08.13 12:18
    사람마다 살아온 인생이 다르니, 각각 다른 부분에 몰입해서 볼 수 있겠죠. 또, 그렇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좋은 영화죠. 김영탁에 충분히 공감할만한 요소들이 많아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라 생각합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rofile
    아스탄 2023.08.13 12:25

    언제나처럼 글 잘 읽었습니다. 사이비 종교라 하시니 영화가 좀 더 명확하게 읽히는 점이 있네요. 보통 내세를 이야기하며 꼬드기지만 실상 세속에 집착하는 것이 사이비의 특징인데,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인 이 영화는 오히려 우연히 주어진 피난처에 대놓고 선민사상과 세속적 욕망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욕망이 사람을 어디까지 추락시킬 수 있는가가 더욱 적나라하게 느껴졌네요. 하긴 주민 규칙이 어차피 계명이 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선택' 외에는 종교를 암시하는 대사가 일절 없다는 점에서 해석의 자유를 주고자 이미지만으로 세련되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땅이 비틀려 생기는 지진과 종교를 제멋대로 비트는 인간, 유토피아를 비튼 아파트 사회라는 점에서 저는 이 영화가 비틀림에 대한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비트는 힘의 진원지는 어디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네요.

  • @아스탄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08.13 12:47

    이 영화보면서, 엄태화 감독이 박찬호나 봉준호만큼 성장할 것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끌어가는 방식이 말씀대로 상당히 세련되었고, 단편적이기보단 다양한 방법으로 몰입과 해석을 할 수 있게 만들어간다는점이 참 풍성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세라는 이름이나 지팡이나 작은 암시나 비유들이 있지만, 저는 좀 더 아파트와 사이비를 합쳐서 다룬 지점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말씀하신 부분들도 재미있는 지점이네요 ㅎㅎ 유토피아와 음식이라.. 이 영화가 새삼 또 대단해보이네요 ㅎㅎ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아니 왜 계속 고치세요 ㅎㅎㅎㅎ

  • @카시모프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아스탄 2023.08.13 12:59
    *아이고 죄송합니다 ㅠ 쓰고 나니 아무래도 스포일러성 댓글이고 글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무게를 확 줄여버렸습니다 ㅠ 써도 될는지 모르겠네요
  • @아스탄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08.13 13:00
    아 ㅎㅎ 너무 스포일거같은 댓글은 자제하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중간에 스포 전까지만읽고 나중에읽겠다고 댓글다시는 분도 계시더라구요 ㅎㅎ
  • @카시모프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아스탄 2023.08.13 13:02
    나중에 제 리뷰로 다시 써볼게요 ㅎㅎ 감사합니다
  • 백살공주 2023.08.13 12:39
    정말 정리 잘해주셨네요. 덕분에 재밌게 봤던 영화가 더 풍요로워졌습니다
  • @백살공주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08.13 12:48
    제 글을 읽고 영화가 더 풍요로워졌다니, 그만한 칭찬이 없네요 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rofile
    레이캬비크 2023.08.13 14:24

    정말 잘 읽었습니다. 보면서 유토피아라는 단어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인상적인 작품이었어요.

  • @레이캬비크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08.13 14:41
    네 제목이 나왔을 때부터 영화 이미지랑 겹쳐서 당연히 반의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어요 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rofile
    best Nashira 2023.08.13 14:25

    진짜로 저렇게 흘러갈 것 같아 무서웠고, 나라고 뭐 다를까싶어 속이 거북해졌습니다. (실제로 체했음. ㅠㅠ)
    아마도 "팔레스타인 땅은 선택받은 우리의 것!"이라는 모토 아래,
    모세+살인범(모세...범?)이었던 선지자를 따라 마른 홍해(한강)를 건너,
    지팡이를 짚고 이들을 선동해 상대를 깨부수던
    출애굽기의 이야기를 따온듯 한데...

    장자가 죽는 재앙이 우리 유대인만큼은 넘어가달라며 문에 붉은 피를 칠하던 빠스까를 뒤바꾼 장면에선,
    오히려 나치가 유대인을 색출해낸 게슈타포(비밀경찰)의 역사가 떠올랐습니다.
    아파트+종교를 엮어 한국적인 온갖 정서들을 이렇게까지 한바탕 휘저어 놓을 수 있다는게 참 대단하더군요.
    솔직히 명화가 점점 짜증나고 답답해지는 걸 느끼며, 저 또한 현실에 타협해나가는 심정이 되었으나,
    (앞에 차량씬처럼 결국 언제 타협하냐의 시간차인 게 아닐까 싶었던...)

    그러다 마지막 수직>수평이 돌아간 장면에선 현실에 타협한 게 아니라,
    그저 아파트에 집착한게 아니었나란 자문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진심 평범한 이들이라 더 역한 느낌이 들었던 영화였어요. (우욱...)

  • @Nashira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08.13 14:43
    모세라는 이름을 넣으려고 했으면 보통 김모세 박모세 이런식으로 할텐데 모세범인게 너무 웃펐어요 ㅎㅎㅎㅎ 이야기 하려하면 할게 많고, 또 그렇다고 마냥 어려운 예술영화도 아니고 가볍게 보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다니.. 참 감독의 앞날이 기대되는 영화였습니다 ㅎㅎ
  • profile
    티모시 2023.08.13 15:29
    외부인 색출작업에서 전 타란티노의 바스타즈가 오마쥬로 들어가지않았나싶었어요 ㅎ
  • @티모시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08.13 15:31
    오 ㅎㅎ 그럴수도 있겠군요~
  • profile
    파워핑크걸 2023.08.14 00:09
    매번 쓰신글 볼때마다 전문지식까지 더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잔치때 춤추는사람들..바깥사람들에겐 진짜 악마들처럼 보였겠군요.

    한번보고 정신이 피폐해져 영화를 조금 쉬고싶다생각했는데, 벌써 또 보고싶어지는 마성의 영화였어요.
  • @파워핑크걸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08.14 02:05
    마침 제가 건축에 관심이 있어서 아파트 관련 책을 샀던거도있고.. 천주교는 꽤 오래 다니며 공부했던지라 ㅎㅎ 잘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매력이 넘치는 영화였어요. 영탁한테 동질감이 느껴지는것도 슬펐구요 ㅠ ㅠ
  • 소유 2023.08.14 06:15
    작품에 대한 좋은 평 감사합니다
  • @소유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08.14 11:58
    별말씀을요 ㅎㅎ 제가 말하지 않아도 좋은 작품이니까요~
  • 법규 2023.08.14 10:48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파트 수칙도 십계 같은 느낌을 받았고(특히 종교적 의미까진 아니었던 매뉴얼, 수칙들이 가감되어 계율화 되는 모습까지..) 특히 마지막 장면은 지금껏 명화를 향해 아이고 답답아! 라고 외치던 저의 생각을 '너도 황궁주민이야'라고 영화 내 지진 장면처럼 뒤집어 엎어버리군요.
  • @법규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08.14 12:00
    아파트를 이용한 다양한 비유와 활용방식에 감탄했습니다. 이쯤되면 프랜차이즈로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이 세계관을 만든 원작 웹툰이 궁금해지네요 🤔
  • 언더덧 2023.08.14 17:27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작품이고 그래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극장을 나와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연출이 좋았고 연출이 좋다는 것과 연결해서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을 쏙쏙 빼낸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 @언더덧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08.14 18:14
    아쉬운 부분이 아주 없는 완벽한 작품이라 말하긴 그렇지만, 요새 한국영화 보고 실망한 것들에 비하면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이병헌 연기는.. 어후.. 눈깔을 그때그때 갈아끼운다는 말이 뭔지 실감이 되는 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rofile
    부라더 2023.08.14 21:53
    영화를 보고 읽으니까 다시한번 곱씹게되는거 같아 좋네요ㅎ 상업과 예술 중간에서 줄다리기를 잘한 영화같고 개인적으로도 올해 한국영화들중 영화답다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잘 만든거같아요ㅎ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오펜하이머도 기대하겠습니다ㅎ 이건 역사적으로 사건들도 잘 알고있고 스포껀덕지도 없을거 같아서 읽고 보려 합니다ㅎ
  • @부라더님에게 보내는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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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시모프 2023.08.14 23:03
    정말 '영화다운' 한국 영화는 작년 올빼미 이후 처음인거같아요. 글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오펜하이머는.. 전기영화라곤 하지만 어떨지 감이 안잡힙니다. 덩케르크처럼 잔잔할지, 프레스티지 처럼 이야기거리가 많을지. (프레스티지는 전기영화는 아니지만 테슬라가 나오니깐.. ㅎㅎㅎ)
    읽고 보신다니 큰 영광입니다. 제 글이 잘 나올지 모르겠지만 노력해보겠습니다~
  • 바닷마을 2023.08.15 08:03
    아... 종교적 해석은 공감이 안 가고 취향이 아닌데...
    미스트 영화에 광신도 나온 뒤로 '지옥', '콘유'까지 한국작품에도 꾸준히 나오네요.
  • @바닷마을님에게 보내는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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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시모프 2023.08.15 09:58
    한국에도 기독교 교인들이 많으니, 많이 나오나봐요. 저 역시 종교를 하더라도 다른 여타종교나, 새로운 시각이 많이 나왔으면좋겠습니다 ㅎㅎ
  • 알폰소쿠아론 2023.08.15 10:42
    항상 좋은 글 써주셔서 잘 읽고 있었는데, 이번 글에선 특히 더 많이 배워갑니다!! ㅎㅎ
  • @알폰소쿠아론님에게 보내는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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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시모프 2023.08.15 11:13
    아이고 별말씀을 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rofile
    마롱마롱 2023.08.15 13:53
    엄태화 감독 작품은 가려진 시간 이후 두번째로 본 작품이었는데 작품 디테일이 상당히 좋은 것 같더라고요. 서두르지 않고 차곡차곡 이야기를 다져간달까.. 이번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그런 느낌을 받았고요. 젊은 감독인만큼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이번에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마롱마롱님에게 보내는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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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시모프 2023.08.15 14:33
    박찬욱 밑에서 연출을 배운 사람답게 디테일에 강해보였습니다. 올빼미 감독인 안태진 감독과 함께 정말 앞으로가 기대되는 감독입니다. 흡족했어요 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구의증명 2023.08.17 09:50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영화 본 후에 리뷰 찾아보는 재미를 주는 영화를 간만에 만나서 너무 신나네요. 저 역시 글을 읽고 영화 해석에 대한 생각이 더 풍요로워졌어요
  • @구의증명님에게 보내는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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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시모프 2023.08.17 10:14
    간만에 영화다운 영화지요 ㅎㅎ 더 흥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에 대한 생각이 풍요로워졌다니, 잘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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