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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외딴 산장 다락에서 떨어져 죽었다. 처음 발견자는 개와 산책을 나갔던 시각 장애인 아들. 집에는 엄마가 혼자 있었다. 이것은 사고일까 자살일까 살인일까. 

 

일반적인 추리물은 사건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역학관계를 짜 맞춘다. 그러다 보니 종종 '트릭'이 얼마나 촘촘하게 잘 짜여있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기가 막히게 파헤치는지에 집중한다. 거기엔 사건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이나 고찰은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느 가난한 종이 주인의 학대를 이기지 못해 살인을 했고 감옥에 가는 게 두려워 자기가 하지 않은 것처럼 꾸몄다면, 결국 그 종이 어떻게 살인을 했는지 트릭을 찾아내는 것이 대부분의 추리물이다. 그것이 재미있고 자극적이니까. 다 해결하고 나서야 미국식으로는 잠깐 플래시백 해서 범인의 과거를 보여주며 씁쓸한 마무리가 되거나, 일본식이라면 추리해 낸 괴짜 주인공이 범인에게 일장 교훈연설을 하며 범인의 눈물을 쏟게 만들면 끝난다. 거기엔 그 사회는 왜 종과 주인이라는 계급이 존재하는지, 그들은 원래 그런 성격인 건지 다른 이유로 사이가 점점 틀어진 것인지, 사회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었는지, 살인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그 둘의 문제에 관심은 가졌을지에 대한 전방위적인 생각은 할 겨를이 없다. 그럼 스토리가 지루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추리 마니아들은 미스터리 커뮤니티나 방탈출 게임 등으로 아예 서사는 없애고, 트릭을 만들고 추리하는 것을 즐긴다. 그렇게 장르물을 즐기는 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모든 장르물은 장르성이 강해지면 사람보단 사건이 두드러지게 마련이니까.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 되면 달라진다.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는 처음엔 평범한 추리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부부 사이 이면에 감춰진 몰락한 관계와 감정에 대한 이야기이며 사건을 논리로만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 남녀의 이념갈등에 대한 은유도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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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
독일인인 유명한 소설가이자 번역가 산드라(산드라 휠러)는 자신이 살고 있는 프랑스 외딴 산장에서 그녀를 찾아온 여학생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다락에서 큰 음악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들인 다니엘(밀로 마차도 그라너)은 안내견 역할을 하는 개 스눕(메시)과 함께 산책을 나간다. 음악소리는 점점 커지고, 그녀는 남편이 일부러 인터뷰를 방해하는 것 같다고 하며 인터뷰를 중단한다. 잠시 뒤, 다니엘이 산책에서 돌아오자 다니엘의 아빠, 프랑스인 사뮈엘(사뮈엘 테이스)이 집 밖 마당에 쓰러져 죽어 있다. 사뮈엘의 직접적인 사인은 길고 단단한 무언가에 머리를 세게 부딪히게 되어 두개골 손상으로 죽게 된 것이지만, 그 손상이 된 원인을 찾기가 힘들었다.

 

사건의 초기에는 직접증거를 토대로 추론을 해나간다. 예를 들어 어떤 여성이 교통사고 후 두개골이 골절되어 식물인간 상태로 치료받다가 폐렴에 걸려 사망한 일이 있었다고 하자. 그럴 경우 직접 원인은 폐렴이지만, 폐렴의 원인인 두개골 골절, 두개골 골절의 원인인 교통사고, 그 교통사고의 의도성까지 사망진단서에 기재하며 병인 폐렴으로 죽었지만 사인은 '병사'가 아닌 '외인사'가 된다. 

 

<추락의 해부>에서 산드라가 사뮈엘을 죽였다고 생각하는 검사는, 어떤 방식으로 그녀가 죽여야 사망현장처럼 되는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건을 재조립한다. 산드라 측에서는 자살 혹은 사고로 떨어졌을 경우에도 그럴 수 있다며 다양한 증거들과 시뮬레이션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추리로 사건의 원인을 정말 제대로 알 수 있을까? 산드라는 유력한 용의자지만 또한 그녀가 범인이라는 증거도 불충분하다. 살해에는 살해의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 동기가 부족했다. 그러던 중 다니엘이 사건 당일 산책 나가기 전 부모가 대화하는 것을 들었다는 증언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다니엘이 증언과 다른 지점이 밝혀지며 사건의 해부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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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처음에 다니엘은 집 밖 창문 밑에서 부모가 일상적인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었다. 하지만 경찰들의 실험 결과, 당시에는 음악이 크게 틀어져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서는 일상적인 목소리 톤으로 이야기를 하면 들을 수가 없었고 그건 집 안에서만 가능했다. 그제야 다니엘은 자기가 위치를 착각했다고 말을 바꾼다. 사실 정황을 보건대, 다니엘은 기둥마다 다른 테이프를 붙여놔 구분을 하는데 시각장애인인 그가 테이프를 혼동하긴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면, 다니엘은 엄마가 살인자로 몰리게 되지 않길 바랐기 때문에 둘이 언성을 높여 말하는 혹은 싸우는 소리를 일상적인 대화를 했다고 말을 바꿨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에 검찰과 변호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부부관계를 해부하기 시작한다. 직접증거는 나오지 않으니, 정황증거, 즉 살인의 동기와 자살의 동기를 각각 파헤친다. 다니엘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줄 것을 우려했던 재판부는 다니엘이 이후의 재판은 참석하지 않기를 권고했지만, 다니엘은 부모 관계의 진실을 듣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 재판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생각보다 그들의 골이 훨씬 깊었던 것이다. 

 

부부싸움을 하는 집은 꽤나 흔하다. 부부싸움은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상처를 제일 깊게 건드린다. 부부는 위태로운 실로 연결되어 있으며,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너무 쉽게 부서져버릴 수 있다. 하지만 싸운다고 해서 그것이 살인을 했다는 증거가 될까? 사뮈엘의 녹취에 들어있는 둘의 싸움은 관계가 몰락해 가는 끔찍한 과정을 보여주었지만, 그것이 사람을 죽이는 정도인지는 의문이 든다.

 

산드라는 다니엘에게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된다'라고 말하지만, 다니엘이 있는 그대로 말한 것들은 다 산드라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결국 아들 다니엘은 마지막 증언을 신청한다. 그리고 그 변론이 있을 때까지 엄마와 떨어져 있는 것을 선택한다.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지만, 이것은 다니엘이 영특하게도 엄마를 구하기 위해 한 행동 같다. 수사 초반 자신의 어설픈 둘러댐이 '경찰의 실험'으로 들통나고 엄마는 점점 살인범으로 몰렸다. 있는 증거 없는 증거 다 끌어모아 변론을 하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무언가 실험을 통해 주장을 확증받는 게 필요했다. 엄마가 가고 난 후 다니엘은 아스피린 10알을 스눕에게 먹이고, 스눕이 쓰러지자 토하게 만들어서 그 냄새와 스눕의 상황이 그때와 비슷하다며 울먹인다. 스눕이 그때도 똑같이 지금처럼 쓰러졌었는데, 아빠의 아스피린이 들어간 토사물을 먹었던 것 같다고.

 

사뮈엘이 토한 토사물에 아스피린이 10알 정도 있었다는 건 앞에서 볼 때 굉장히 흐릿한 기억 속에서 나온 몇 가지 이야기를 짜 맞춘 느낌이었다. 아스피린은 실제로 수십 알을 과다복용하면 인간에게도 치명적이다. 엄마가 가고 난 후 스눕에게 아스피린을 먹이는 실험을 한 것으로 보면, 다니엘은 처음부터 그날의 증언을 하려고 했다. 그럼 왜 엄마를 내보냈을까. 그날 사뮈엘이 정말로 아스피린을 먹고 토한 것인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그런 심각한 일이 있었다면, 사뮈엘이 죽었을 때 바로 자살시도가 있던 사람이라는 게 생각나야 했다. 지금까지의 '사뮈엘의 자살시도' 증언이 조그만 실제 정황으로 엄마와 변호사가 말을 맞춰서 만들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감시자가 있기 때문에 엄마와 말을 맞출 수가 없다. 그러면 가짜 실험을 위해서 엄마가 주변에 없는 것이 더 낫다.

 

다니엘은 결국 실험으로 자신의 마지막 증언에 무게를 더했다. 아스피린을 먹고 아픈 스눕을 동물병원에 데리고 아빠와 갔다 오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자신은 자살이라고 생각한다고.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하다. 사뮈엘이 자살까지 하려고 아스피린 수십 알을 먹고 토할 정도였다면, 그날 스눕보다도 아빠가 병원에 가서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굉장히 멀쩡하게 차를 운전하는 모습으로 회상씬이 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판결을 내리기 직전이고, 다니엘의 증언은 실험을 더해 논리보단 감성으로 참심법관들에게 전해졌다. 결국 산드라는 무죄가 된다.

 

다니엘은 성경에 나오는 이름인데, 특별한 지혜를 가지고 꿈을 해석하는 인물이다. 그 이름의 뜻은 '하느님은 나의 심판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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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프랑스는 중요 형사사건에서 참심제를 하고 있다. 참심제란, 일반 시민이 단순한 의견을 내는 배심원이 아니라 형량 선고까지 내릴 수 있는 참심법관으로 임명되어 재판하는 제도다. 재판에 참심법관은 9명, 법관은 3명이 참여한다. 법률 전문가에게는 법적인 논리 등이 중요하지만, 참심제에서는 아무래도 일반 시민이 참심법관으로 참여하므로 감정이나 정황에 호소하는 것이 재판에 유리할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이 재판은 치밀한 법적 공방보다는 점점 자극적인 내용으로 흘러간다. 검사는 산드라의 과거 소설들이 실제 그녀 주변에 일어났던 사건과 유사하다며, 이와 비슷한 사건이 소설에 있었으니 그걸 그대로 실행하려 한다고 압박한다. 법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지켜보는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데다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참심법관들도 혹할만한 내용이다. 재판을 참관하러 온 사람들은 사뮈엘의 죽음에 슬퍼하거나 산드라의 억울함에 안타까워하는 게 아니라, 마치 재미있는 리얼리티쇼나 미스터리 법정 수사극을 보는 듯 웃으며 관람한다. 이미 산드라의 재판은 프랑스의 구경거리다.

 

여기서 살인자가 되느냐 아니냐의 갈림길에 놓인 주인공들을 제외한 다른 시민들의 모습은, 범죄 콘텐츠를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닿아있다. 우리도 어느새, 이 영화를 보면서 산드라가 정말 사뮈엘을 죽였는지, 죽였다면 어떻게 죽였는지에 더 신경을 쓰며 그들의 아픔조차 즐기고 있지 않았던가.

 

다니엘은 마지막 증언에서 '어떻게'보다 '왜'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이 사건은 산드라가 살인자면 배드엔딩이고 사뮈엘이 자살이면 해피엔딩이 아니다. 그 반대도 아니다. 둘 다 부모사이의 관계가 몰락하면서 생긴 너무나 슬픈 결말인 것이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옭아매긴 했어도, 만약 자살이라면 사뮈엘의 감정이 무너지게 된 것에 산드라의 책임도 있으니까.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사건 당사자들의 아픔이나 사건이 일어나게 된 큰 원인을 뒤로한 채 사고 자체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나 그 원인이 사회나 정치적인 문제라면 사건의 '왜'를 더욱 축소하고 은폐하고, '어떻게'만 말하려 하기도 한다. 만약 산드라의 변호인 쪽이 '사뮈엘은 사고사였다'라는 걸 가닥으로 잡고 주장했다면, 판결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참심법관인 일반시민이 볼 때 그런 행동은 자신의 책임을 완전히 회피하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떻게가 아니라 왜. 이 말은 이 재판을 지켜보는 침심법관에게, 프랑스 시민들에게, 또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뱉는 따끔한 일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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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영화의 불어 원제인 <Anatomie d'une chute>는 중의적인 제목이다. 프랑스어 Chute는 영어 Fall에 해당하지만, Chute는 여성형 관사 une이 붙은 여성형 명사다. 즉 이 제목을 프랑스어로 들으면 여성인 산드라가 해부당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을 준다. 하지만 영어인 <Anatomy of a fall>에선 그 느낌이 없다. 게다가 한국어 제목인 <추락의 해부>까지 오면, Chute나 Fall이 가지는 중의적 뜻인 '몰락', '패배', '타락', '죄'등의 뉘앙스가 없어진다. 

 

이처럼 언어가 주는 뉘앙스에 대해서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심지어 재판에서, 산드라의 변호사는 산드라에게 '진실을 전하고 싶을 때는 꼭 프랑스어로 이야기하라'는 식으로 말한다. 하지만 산드라는 프랑스어를 영어만큼 잘하지 못한다.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영어로 이야기하고 법관들은 통역 이어폰을 끼고 듣게 된다. 또 프랑스인인 사뮈엘과 독일인인 산드라는 서로의 언어가 아닌 영어로 소통하는데, 이것은 남녀 서로가 자신의 고유한 언어가 아닌 방식으로 서로 맞춰가며 말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언어에는 철학과 이념이 깃들어있다. 어느 한 언어로 말하는 것은 완벽하지 못하면 그 뉘앙스를 제대로 번역할 수가 없다. 

 

언어와 소통의 어려움, 산드라와 다니엘의 관계나 재판의 과정은 가부장제와 페미니즘 간의 대립을 은유하고 있다. 마치 몰락한 가부장제를 페미니즘이 죽였다고 재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은가? 

 

사뮈엘은 산드라가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고 말한다. 시간, 꿈, 섹스까지도. 그는 산드라가 괴물 같다고까지 말한다. 또 산드라는 산드라 나름대로 억울하다. 산드라는 사뮈엘의 나라인 프랑스에 살기 때문에 내내 모국어인 독일어를 쓴 적도 없다. 다니엘이 시력을 잃어버린 사고는 사뮈엘의 잘못이 있다. 섹스를 거의 하려 하지 않으니 외도를 한 거라고 한다. 둘은 각자 나름대로 배려했지만 상처 입었고, 사회적으로 산드라는 점점 잘 나가고 사뮈엘은 스스로 몰락해 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랑이다. 산드라는 아들 다니엘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든 아빠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돌이켜보면 모든 것은 사뮈엘이 좋아서 자처한 일이었고, 소설을 포기하고 아이디어를 넘겨준 것도, 사뮈엘을 돌보겠다고 한 것도, 프랑스에 와서 산장에서 살게 된 것도 사뮈엘이 결정한 일이다. 사뮈엘은 누구의 탓도 아닌 스스로 그런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누구보다 사뮈엘 자기 자신이 그것을 가장 잘 알았을 것이다. 산드라에게 분노를 표출하지만, 그것은 산드라를 향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자기 자신을 향한 분노이기도 했다.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가부장제의 몰락에 대한 페미니즘의 재판처럼 보이지만, 또한 이것은 완벽한 미러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산드라와 사뮈엘은 통상적인 남녀역할이 완전히 바뀌어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보면, 사뮈엘의 외침은 바로 여성들이 외치던 말이다. 여성들은 집안일에 치여, 자신이 원래 하고 싶던 꿈은 하지도 못한 채, 바람이나 피우는 남편 뒷바라지나 하고 살았다. 결국 이 영화는 가부장제를 깔아뭉개거나 페미니즘을 올려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비극을 이해하자고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추락의 해부>는,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난 것들이 아니라 해부해야 볼 수 있을 정도로 깊은 곳에 감춰져 있다고 말한다. 그곳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건의 이유들이 숨어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몰락하기 전에, 그 이유들을 조금이라도 바라볼 수 있다면 비극을 피할 수 있을까? 

 

어떻게가 아니라 왜. 다니엘의 말이 자꾸만 귀에 맴돈다.

 

 

 

 

--------------

*개의 이름이 스눕이라고 하면, 사실 바로 떠오르는 이름은 미국 힙합의 전설 스눕독이다. 스눕독 역시 1집이 나올 당시 살인사건에 연루되었고, 살인자라는 비난을 받으며 재판을 몇 년이나 한 끝에 무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출처: 본인 브런치스토리

https://brunch.co.kr/@casimov/217

 


profile 카시모프

별들 사이를 여행하는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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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시집희EYEMAX 2024.02.20 09:43
    (추정이겠지만) 마지막 개 이름 유래 의미심장하네요.
    리뷰 잘 읽었어요.
  • @시집희EYEMAX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4.02.20 09:45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알폰소쿠아론 2024.02.21 17:35
    경력 단절된 남편이 절규하는 장면이 정말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데, 매체에서 흔히 다뤄지던 성역할이 전복된 느낌을 저도 받았어요.
    이걸 가부장제 vs 페미니즘의 구도로 이어보진 못했는데 참 여러 층위에서 읽어볼 수 있는 영화네요.
  • @알폰소쿠아론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4.02.21 17:41
    감독이 의도한 바는 아닐 수 있지만, 그런 구도로 보면 또 재미있게 해석되더라구요.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영화가 잘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해서 ㅠ 남편도 안타깝지만 산드라가 이해안되는것도 아니고요 ㅠ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법규 2024.02.23 11:22

    상징과 영화적 안배에 대한 포착이 기가 막혀서 저의 흐린 감상을 뽀득뽀득 잘 닦게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특히 다니엘, 참심제, 여성형 명사, 스눕의 의미는 제가 접근하기도 힘들었거니와 참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보여지는 것만 봐서는 진상은 커녕 보여주는 사람에 의도에 따라간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받아서 한 편으론 보여주는 것의 이면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한 편으론 아! 그래서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구나를 글이 아닌 영화로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항상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법규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4.02.23 13:51

    언듯 보면 다른 자극적인 범죄물에 비해 별 얘기할거리가 없는 평범한 법정물 같은데, 이면에 참 여러가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내 긴장감이 조여지는게 저도 감독이 대단하다 느꼈어요 ㅎㅎ

    요번에는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글 쓰는데 좀 걸렸습니다 ㅠㅠ 보통 몇시간 정도면 쓰는데 이번엔 며칠이나...
    좀 늦게 올리기도 했고, 영화도 일반 관객에게 크게 화제가 된 작품이 아니라 그런건지, 아니면 글이 재미없어서인지 🥲 조금 관심이 적어서 시무룩했는데 부족한 글을 흥미롭게 잘 읽으셨다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 ㅎㅎㅎ

  • 이지선 2024.02.23 23:36
    좋은 글이네요 저역시 중반부 넘어가면서 재판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선이 흥미나 재미 위주로 가십거리로 쓰여지는 것 같아보였어요 런닝타임이 길고 극적효과는 적은데 몰입감이 상당한 영화였어요
  • @이지선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4.02.24 01:59
    아예 재판 참관인들이 웃으면서 떠드는거 보고, 한국 드라마에서 나오던 심각한 군중들과 많이 다르구나, 저게 프랑스가 저런걸까 한국도 저런가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극적인 연출이나 시나리오가 없는것 같아보이는데 저도 금방 시간이 가더라구요 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카시모프님에게 보내는 답글
    이지선 2024.02.24 02:23
    우리나라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구요 언론도 비슷해 보였어요
  • @이지선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4.02.24 03:16
    그렇죠 재판받는 사람의 입장은 생각도안하는 ㅠㅠ
  • ㅇㅇㅅㄹ 2024.02.26 21:32

    사소한 부분이긴 하지만,, 프랑스어에서 언제나 성별이 고정된 사물이나 명사의 성별은 문장의 주어의 성별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래서 "즉 이 제목을 프랑스어로 들으면 여성인 산드라가 해부당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을 준다." 이 부분이 좀 이상해 보여요
    다른 프랑스어 단어처럼 chute에 여러 뜻과 비유가 내포되어 있어서 중의적인 건 맞습니다

     

    그래도 날카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 @ㅇㅇㅅㄹ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4.02.26 21:44
    유럽 단어의 성별이 실제 성별과 관련 없는 '문법적 성'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인지과학자 리라 보로딧츠키의 테드 강연 <언어가 우리의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법>에 따르면, 그게 주는 뉘앙스 때문에 많은 유럽나라에서 실제로 여성명사와 남성명사에 대해 연상되는 단어가 다르다는게 연구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예를들어 다리(bridge)가 여성명사인 독일에서 다리를 묘사하라고 하면 '아름답다''우아하다'와 같은 여성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다리가 남성명사인 스페인에서는 '강하다''길다' 와 같이 남성적인 단어로 묘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근래 유럽에선 문법적 성을 없애보려는 노력이 있지만 쉽지않죠.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카시모프님에게 보내는 답글
    ㅇㅇㅅㄹ 2024.02.26 21:58

    그런 연구 결과가 있군요
    프랑스어에는 남성형 명사, 여성형 명사를 구분하는 일종의 문법적 규칙이 있어서 거기에 익숙해지면 그냥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저도 모르게 구분지으며 쓰게 되더라구요. 저에게는 문법적 성이 어떤 이미지보다는 규칙에 따라 부여된 성별로 보여서 적어봤습니다(다른 유럽 언어는 전혀 모르고 프랑스어만 공부해서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

    좋은 글 계속 써주세요~

  • @ㅇㅇㅅㄹ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4.02.26 22:36

    글쎄요 강연에서는 영어와 독일어 스페인어를 예시로 들었지만, 성별말고 시간, 색채, 사건의 묘사등에서도 쓰는 언어마다 사고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프랑스인도 그렇겠지만 독일인 스페인인들도 다들 성별 자체를 인지하고 말하는게 아니라, 뿌리깊게 문법적으로 굳어진거라..

    응원 감사합니다 ㅎㅎ 더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ㅠ

  • profile
    초코무스 2024.03.03 00:54
    처음 언택트톡 열렸을때 봤을땐 제가 산드라 입장에 이입되서 사생활과 인생이 송두리채 파해쳐진거 같아 공포장르는 아니지만 섬뜩하단 기분이 들었습니다. 최근에 다시 2회차 하니 아들 다니엘이 진짜 주인공 아닌가 싶더라고요. 다니엘에 의해 사건 방향이 흘러가는 기분이랄까요.

    주인공과 개 스눕의 이름부터 감독이 심상치 않다 생각했는데 곱씹을수록 생각할게 많은 영화였고 엔딩때 스눕의 연기까지 완벽했어서 1회차때 느낀 기분 좋은 섬뜩함이 무서운데 좋더라고요.
    이게 어떤 기분인지 말로 설명이 어려웠는데 무코님 글을 보니 쪽집게로 집어준 느낌이라 시원합니다ㅋㅋㅋ
  • @초코무스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4.03.03 14:22
    유명인의 재판이라는게 그 사람과 관계에 대해서 낱낱히 파헤쳐진다는 점이.. 해부당하는 그 공포가 강렬하더라고요. 저도 이 작품이 범죄물이자 법정물이지만, 다른 영화보다도 현실적인 공포가 밀려오는 영화였습니다. 마지막에 스눕이 와서 오랫동안 안기지 않았다면 더 씁슬했을거예요 ㅎㅎ ㅠㅠ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샤하랑 2024.03.17 14:35
    오늘 오전에 보고 왔는데, 저는 오래만에 조조 영화를 봐서 그런지 중반부에 조금 졸았어요🥲 그래도 후반부는 몰입이 확 되어서 끝까지 잘 보았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아들 다니니 너무 불쌍하더라고요. 사건의 전말이 어찌 되었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게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에 반전이 있을까 계속 생각하며 봤는데 반전은 없어서 저로서는 이렇게 끝나는 게 조금 어색했어요. 상업영화에 길들여진 것인지ㅋㅋ
    페미니즘과 가부장적 면모는 아예 생각하지도 못했었는데 역시 앞으로도 영화 끝나고 무코로 와서 카시모프님의 논평을 읽어봐야겠어요^^ 제 좁은 식견의 한계를 시원하게 해소해주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샤하랑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4.03.17 16:28
    이게 일반적인 추리물이나 법정물이었다면 마지막 통쾌한? 반전이 있었을 텐데, 반전이 없다는게 반전이랄까... 저는 마지막 장면에서 스눕이 산드라를 위로해주려는 듯이 안긴 채로 있었지만, 같이 잠들지 않고 마치 주변을 경계하는 듯 영화가 끝날 때까지 눈을 감지 않고 있는데 그 장면을 오래 비춰주는게 여운이 남았어요.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쓰곤 하는데, 영화보시는데 도움되었다니 기쁘네요 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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