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와 관련된 세계수 설화로 3부작의 리뷰시리즈이며, 이 글을 먼저 보셔도 상관없습니다. :)
<퓨리오사와 나무> 사랑과 전쟁, 세계수 설화와 性
01. 복숭아와 재생, 여성의 속과 씨앗
02. 물푸레나무 바디의 쪼개짐과 눈물
03. 콩나무, 땅의 양분과 하늘의 희망
+ 힐라스와 마주보는 추억의 과수원길
※ <퓨리오사 사가>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모두의 스포가 있으며, 다른 리뷰시리즈도 있습니다. :)
<퓨리오사 사가> 그의 이름은 왜 잭일까?
<퓨리오사와 역사> 두 전쟁과 치유의 천사
: 역사-Ⅰ. 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 역사-Ⅱ. 치유의 천사 나이팅게일과 라파엘
<어쩌면 이것은 '인사이드 아웃 2'와도 같은 불안한 사춘기의 빨간 신호탄?!>
03. 콩나무와 에너지 : 땅의 양분과 하늘의 희망
콩 세알과 말말말!
이 작품의 엔딩장면을 보면서 혹시 잭이란 이름은 <잭과 콩나무>의 동화에서 따온게 아닐까란 추론을 해봤습니다. 콩과 식물은 척박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비료 식물이라 인간에겐 벼과 다음으로 풍요로움을 안겨주는 중요한 식물이거든요.
원제가 <Jack & the beanstalk>인 이 동화는 영국 잉글랜드 지방에서 구전되어 내려오는 민담으로 감독님 나라인 호주 출신의 영국 민속학자 조지프 제이콥스(1854~1918)의 판본이 가장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이솝우화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암탉이 등장하며, 잭과 거인(Jack the Giant Killer)과도 관련이 있지요. 한편으로는 식민지를 확장하면서 보물을 약탈하는 영국 제국주의의 욕망이 발현된 것이라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나저나 빈스톡은 아마 bean(콩)+stalk(줄기)겠지만, beans(콩들)+talk(말해봐~!)라 볼 수도 있을듯 합니다.
from 잭 : “간직해. 네게 필요할거야.” (Keep it, You’ll need It.)
to 잭 : “같이 가.” (Come with me.)
from 임모탄 : “그가 네 아빠 맞니?” (Is he your father?), “내 아내가 되렴!” (become one of our wives.)
to 임모탄 : “내 아빠 아니에요.” (No!), “그는 내 거야!” (He's mine!)
from 디멘투스 : “회피하지 말고 똑똑히 봐.” (Don't look away.), “희망 따윈 없어!” (There is No hope!)
to 디멘투스 : “날 기억해?” (Remember me?), “그들을 되돌려줘!” (I want them Back!)
<잭과 콩나무> 이야기는 엄마와 아들이 함께 살다가 세 알의 마법콩 덕분에 하늘나라에 있는 거인의 보물들을 털어먹고 부유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퓨리오사> 영화 속에는 묘하게 유사 아버지/남편/아들 같은 느낌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디멘투스/임모탄/잭 세 명의 남성이 등장하는데요. 이들 가운데 퓨리오사는 잭을 사랑하고, 디멘투스를 증오했으며, 임모탄과는 이번편에선 그냥 일로만 엮인 듯한 느낌입니다.
한편 북유럽신화에서 위그드라실 나무의 뿌리는 세 갈래로 나눠집니다. 신들이 사는 천국같은 느낌의 아스가르드, 인간들의 지구인 미드가르드, 죽은자들이 가는 지옥/헬 부근의 니플헤임으로 뻗어나가지요. 개인적으로 죽은 세 남성(잭의 마법콩 세알) 가운데 잭의 씨앗은 하늘/별★로 올라가 아스가르드의 발할라에 있는 희망이 되어주고, 디멘투스의 씨앗은 가장 밑바닥의 헬/지옥에 깔려 분노의 에너지를 계속 충전시켜주며, 다음편에 죽게되는 임모탄의 씨앗은 불멸은 커녕 미드가르드/지구에서 그저 한줌의 흙이 되어 모래폭풍/바람과 함께 세상에서 잊혀지게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치매(dementia) 고위험군 유전자(DNA)가 있다고 밝힌 디멘투스역의 크리스 헴스워스 때문일까요? 전편의 빌런 임모탄의 속 시원했던 죽음과 달리 잭/디멘투스의 최후는 헛헛하고 애잔한 맘이 자꾸만 올라오더군요. 그래서 그들에 대한 헌정의 느낌을 담아 동화 <잭과 콩나무>의 줄거리와 다음편에 동요 <과수원 길>의 가사를 한번 적어봅니다. 최근에 본 두 영화 덕분에 惡의 화신같던 디멘투스가 희한하게 평범한? 청소년처럼 느껴져버린...
<잭과 콩나무>
엄마와 함께 사는 잭은 겨울이 지난 뒤에도 굶주리게 되자, 더이상 우유를 만들수 없게 된 암소를 팔러 갔다가 한 노인을 만나 그의 말을 믿으며 암소와 마법콩 세 알을 교환해 옵니다. 그걸 알게 된 엄마가 빡쳐서 콩을 창 밖으로 던져버리는데요. 다음날 콩이 하늘까지 뻗어가며 자라나자, 잭이 그 나무를 타고 올라가 하늘나라에 있던 거인의 성을 털어먹습니다. 하늘나라 꼭대기에 있던 한 노파는 거인이 네 아버지를 죽인 다음 네 어머니로부터 성을 빼앗았다는 기묘한 말을 해주고, 거인의 집에 있던 거인의 아내는 거짓말을 해주며 잭을 숨겨줍니다. 잭은 콩나무에 올라갈 때마다 거인의 집에서 금화 꾸러미, 황금알을 낳는 암탉, 스스로 연주하는 여인 몸의 하프 등의 보물을 계속 약탈해 내려옵니다. 그러나 하루는 거인한테 딱 걸려서 잭이 쫓기자 그의 엄마가 타이밍 좋게 콩나무를 베어내 그 거인을 죽이고, 엄마랑 아들이 보물을 갖고 알콩달콩 풍족하게 사는 이야기랍니다. :)
<어라~? 금화/암탉/이쁜 인형 리틀-D가 말을 하네?!>
왠지 공중정원을 만들어놓고는, 계속 여자들에게 아이 낳도록 만들며 사람으로 밀크 공장을 운용하던 임모탄의 시타델을 털어먹는 <매드맥스> 이야기랑 내용이 잘붙죠? 게다가 <퓨리오사>에서는 디멘투스가 퓨리오사를 나름 귀한 보물 취급하며 닭장 안에 가두고 인형을 쥐어준 뒤 임모탄에게 자꾸 시비를 걸었습니다. 나중엔 그녀+잭을 보고 질투하며 칭얼거리는데다, 막판엔 여인 몸의 오토바이를 타고 쫓기기까지 하구요.
참고로 동화책에서 잭이 거인한테 딱~ 걸린 이유는 여인 몸의 아름다운 하프/악기가 스스로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마치 디멘투스에게 납치된 상태의 퓨리오사가 임모탄에게 SOS를 쳤듯이, 하프가 거인한테 "주인님~!!" 하고 도와달라 외쳤거든요. 한편, 엄마 말을 더럽게 안들었던 잭이 거인을 죽일 수 있었던 건 바로 잭이 엄마를 알아보고 도와달라는 말을 해서랍니다.
<하씨~ 엥간히 쫓아오네! (feat.여인 몸의 오토바이)>
<우씨~ 내가 뭘 잘못했다고! 리틀-D?! 넌 나랑 똑같은 가족이잖아!>
성장기의 性
여러모로 <잭과 콩나무>는 아직 미성숙한 자녀가 부모/앞선 세대로부터 독립을 꿈꾸고 자신만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은유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집/양육/조언들과 아버지의 세상/힘/파괴력에 대한 이미지를 자신만의 性 개념으로 다시금 잡아나가는 이야기기도 하지요. 특히 그가 훔쳐냈던 세가지 보물은 여성에 대한 관념이 변화하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 동화는 사춘기 청소년이 자신의 욕망을 알아가고 상대를 통해 거울을 보는 것처럼 욕망에 대한 책임과 말 속에 담긴 진실을 깨우치면서 다음 단계의 정체성을 형성해나가는 여정/서사 이야기인데요. 이번 작품 속 퓨리오사★잭/디멘투스의 관계는 <분노의 도로>에선 거꾸로 맥스★퓨리오사로 뒤집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동화는 어쩌면 같은 땅/지구★에서 함께 도와가며 싸워나가야할 세상의 모든 리틀-J(Jack/Johnson)와 리틀-D(Daughter/Dementus)를 위한 이야기였을지도요.
<냐하하~ 내 맘대로 달릴거닷! 곰돌이 인형 안고 로마 전차스러운 BMW 타고 달리는 질풍노도의 디멘투스. :D>
질풍노도의 신호탄
부모/앞선 세대란? 미래의 아이들이 무엇을 사랑(전쟁?)하고 어디에 에너지를 쏟을지 길★을 안내하는 역할도 중요하겠으나... 한편으론 그 길★이 부모의 뜻과 다를 수 있음을 깨닫는 사춘(春)기일 수록 잭이 퓨리오사에게 그러했듯 그저 잘 예비해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반항의 빨간 신호탄이 쏘아올려지는 중2병이란? 마치 디멘투스/워보이들처럼 지금의 순간과 먼 곳의 꿈★만을 상상하면서 과거와 미래로 되돌아갈 길을 까먹기 쉬운 일종의 치매(Dementia)나 분노(Fury)의 수면무호흡증(Osa)과 비슷한 상태이기도 하니까요. 자고로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아이를 살살 달래면서 돌이켜놔야... 그나저나 퓨리오사의 길을 돌려세우고 함께 하자 말했던 잭이 나중에 무기농장에서는 앞으로 혼자 잘 헤쳐나아가라는 듯이 녹색 신호탄을 쏴줄 때 눈물이 찔끔... 아마도 그녀는 그의 그린라이트♥를 보고 오히려 되돌아갔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둘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많은 시간을 함께 헤쳐나갔던 전우였으니까요.
콩과 식물 : 뿌리혹(비료)과 꿀(밀원)
전 이전글에서 콩과 식물은 죽어가는 것들이 있는 땅에서 형성된 세균인 뿌리혹 박테리아를 활용해 질소(N₂)를 고정하는 비료식물이란 이야길 한 적이 있는데요. 산불이 난 곳에서조차 잘 자라기에 대게 전쟁으로 황폐화된 지역에 가장 먼저 녹화사업으로 활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6.25 이후 콩과식물인 아까시 나무(aka. 아카시아)를 이용해 민둥산을 푸르게 만들어 나갔었습니다. 일제시대 북미원산의 식물이라 한때는 소나무가 천이경쟁에서 밀리자 생태계 교란종이란 오명을 썼다가, 최근에는 참나무한테 잘 밀려나고 있단걸 알게되면서 편견이 사라졌구요. 그리고 콩과 식물 가운데 일부는 비료식물일 뿐 아니라 아카시아꿀처럼 벌들을 위한 밀원식물로 생태계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벌이 없으면 인류는 4년안에 멸종할 거라는... feat. 아인슈타인)
<시타델의 땅 속 시신과 수경정원의 디멘투스 시신에서 자라난 사람/나무 = 뿌리혹 박테리아와 콩과식물의 공생관계>
젖과 꿀의 낙원 : 은하수(Milky Way)와 꿀술(Mead)
여러 신화들에서 대게 낙원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표현하는데요. 영화 속에 여성들로부터 젖을 짜내는걸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처럼 엔딩씬의 의미는 혹시 남성들로부터 꿀을 빨게 된다는 걸 의미하는 걸까요? 어후우~ 정말 표현에 거침이 없는 독한 이미지로 양쪽 性을 모두 다루시는 감독님이로군요.
<발할라에서 뿔에 담아 마시는 꿀술>
참고로 북유럽신화의 전사자들이 가게되는 발할라에서는 여성의 가슴을 상징하는 영혼의 은하수(Milky Way)를 건너서,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산양(goat)의 뿔(horn)에 지혜를 주는 벌꿀술(Mead)을 담아서 마신다고 합니다. 아아... 어찌됐든 잭은 부디 하늘 위 발할라에서 평안히 쉬기를... 디멘투스 너어는...... (흠)
실은 이번 <퓨리오사> 작품은 제가 기대했던 아드레날린 뿜뿜한 방향과 달랐기에 '엥? 여기가 꿈★에 그리던 그 낙원이 아니었나?'라는 일종의 현타가 와서 리뷰를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명색이 사가(saga)라면서 대체 그의 이름은 왜 잭일까?란 의문에서 시작해 북유럽신화의 여신들과 위그드라실 나무, 그리스로마신화의 오딧세이를 엮어서 써보았는데요. 다음엔 역사적 측면에서 현재도 계속 이어지는 두 전쟁과 치유의 천사를 다룬 두번째 시리즈를 쓰게 되더군요.(feat. "그들이 과거에 행했던 일을 보는 것 보다 우리가 지금 하고있는 일들을 보자!" 홀로코스트에서 惡의 화신같았던 이들의 평범한? 인간성을 다룬 <존 오브 인터레스트> 감독님의 수상소감) 마지막으로 그나마? 제 현업과 밀접한 세번째 나무 시리즈를 끝으로 퓨리오사의 덕질을 마무리 지어볼까 합니다. 아무래도 리뷰를 쓰던 중 <인사이드 아웃2>와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관람했던 여파 때문인지 3탄은 디멘투스를 사춘기로 퇴행한 얼핏 평범한? 질풍노도의 청소년처럼 바라보며 쓰게 되더라는...
+ 그럼, 쿠키 차원에서 5챕터별 인상깊었던 액션씬과 과수원길 이야기로 디멘투스처럼 질척여 보겠습니다. :)
<퓨리오사 사가> 그의 이름은 왜 잭일까? : 북유럽신화+오딧세이+잭과 콩나무
01. 과일(+씨앗)과 납치/이동
02. 여성/땅을 둘러싼 트로이 전쟁
03. 대지/여신의 길을 예비하는 자, 잭
04. 잭과 콩나무, 비료와 꿀이 되는 과거의 기억
05. 위그드라실 나무의 SAGA
<퓨리오사와 역사> 두 전쟁과 치유의 천사 : 반복되는 크림전쟁+라파엘
01.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2023. 10.~)
02.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2. 2.~)
03. 워보이들의 수호 천사(White Angel) 나이팅게일
04. 암흑기(Dark Age)로 되돌아간 <힐라스와 님프들>
<퓨리오사와 나무> 사랑과 전쟁, 세계수 설화와 性 : 복숭아+물푸레+콩나무
01. 복숭아와 재생, 여성의 속과 씨앗
02. 물푸레나무 바디의 쪼개짐과 눈물
03. 콩나무, 땅의 양분과 하늘★의 희망
+ 힐라스와 마주보는 추억의 과수원길
출처: 본인 브런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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