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필 감독은 작품이 새로나올때마다 재미보다는 의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인장을 새겨가네요. <겟아웃>이 가장 대중적인 선에서 적절한 메타포에 큰 서사적 재미였다면, <어스>는 그보다는 조금 더 아트한 감성으로 적절한 서사적 재미+조금 더 많은 메타포, <높>은 서사적 재미보다는 메타포가 중심이된 영화였던 것 같아요. 장르적 재미나 쾌감보다는 메타포로서의 의미가 충만한 영화여서 약간은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꽤나 재밌게 봤네요! 개인적으로는 <어스>가 가장 좋은 발란스로 재미를 줬던 것 같습니다.
메타포가 서사에 다 담기지 않을만큼 흘러넘칠정도로 많아 피곤할 정도였는데..많은 것들 중 저는 다른 무엇보다도, 찍는 행위, 영화의 역사를 가장 현대적인 CCTV > 디지털카메라 > 수동카메라 > 우물의 연속사진 > 그리고 마지막 에메랄드의 눈 깜박임으로 이어가는 역순으로 구성해 (마지막 눈 깜박임에 담기는 건 최초의 영화로 기록하기도 하는 머이브릿지의 활동사진 속 바로 그 말타는 기수의 장면이죠!) 영화 역사를 회기하고 최초의 탄생으로 복원하는 구성으로 가져간 부분은 꽤 인상적이었어요. 낯선 피사체를 보고, 담는 방식 자체의 기원을 찾아가는 여정이 꽤 즐거워서 기대했던 호러 장르적 쾌감이 덜했음에도 만족스러운 관람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아쉬운 점은, 이전 영화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더 메타적인 메타포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시선이 그 정도로 깊어진 방향성을 가지기보단, 역사 자체에 대한 해설(?) 혹은 관찰(?) 정도에 머물렀다는 점 이었던 것 같아요. 의도였겠으나, 그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네요.
한줄평으로 요약해보자면,
“영화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그리고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한 영화이지만, 막상 영화는 보는 순간 보다는 본 이후 나눌 대화에서 더 재미를 느낄만한 영화.”
인 것 같아요!
초회차에는 비유와 상징과 오마주 등을 찾으려고 너무 머리를 굴리며 보느라 여유가 없었는데, 두번째로 보니 음악도 더 잘 들리고 미감과 의외로 촘촘한 장르적 장치들이 눈에 들어 오더군요.
3회차 정도까지는 볼 때마다 새로운 걸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