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소비 심리가 '스케일이 큰 블록버스터 영화'로 위축되면서 오히려 특별관에 대한 주목도가 부쩍 늘었다. 작년에 개봉한 <탑건: 매버릭>과 <아바타: 물의 길>이 반드시 특별관에서 봐야 할 영화로 입소문이 타면서 본래 아이맥스에 비해 국내 인지도가 덜하던 돌비시네마의 인기가 급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확연히 거대한 스크린 크기를 자랑하고 역사가 깊은 아이맥스 GT관에 비해, 돌비시네마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데다 그 특색이 비교적 뚜렷하지 않아 정체성이나 그 개념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이번에 돌비시네마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는 칼럼을 쓰게 되었다.
사실 돌비시네마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HDR과 객체 기반 오디오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이 들어가는게 맞지만, 이것만으로도 글 수십 개를 쓰고도 남을 분량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생략하고 극히 간단하게만 짚고 넘어가기로 했다. HDR과 돌비 애트모스에 대해서는 추후 칼럼으로 더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기약은 없다).
What is Dolby Cinema?
돌비시네마는 돌비 자사의 HDR인 '돌비 비전'과 사운드 규격인 '돌비 애트모스'를 통합하여 만든 프리미엄 상영관이다. 등장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역사가 짧지만, 덕분에 최신식 설비로 통합하는데 상당히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 상영관은 2014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설치되었고, 이후 전세계 여러 멀티플렉스 체인과 파트너쉽을 맺으며 지점을 늘려나가기 시작해 현재 약 450개 관이 입점했다.
프로젝션은 돌비 비전 컨텐츠를 상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업그레이드를 거친 크리스티의 4K 6P 레이저 프로젝터를 두 대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많은 일반관에 적용되는 DCI 표준 밝기가 48nit에 불과한데 비해, 돌비시네마는 2D에서 최대 106nit의 밝기로 HDR을 구현한다. 게다가 레이저 광원의 힘을 살려 최대 7,500:1의 명암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암부 표현력이 매우 뛰어나다. 다만 아직도 극장용 영화는 높아봐야 5,000:1로 후반작업을 하므로 실제로는 최대 명암비로 상영하는 경우가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DCI 표준인 2,000:1보다는 현저히 높다.
또한 프로젝터가 3D나 HFR 컨텐츠에도 무리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덕에 4K에서 최대 48fps 3D 상영이 가능하며, 2K로 낮추면 무려 최대 120fps 3D 상영까지도 가능하다. 3D로 상영할 경우 각 프로젝터가 좌안과 우안 프레임을 번갈아 띄우기 때문에 아무리 돌비 비전 모드라도 밝기가 48nit로 반토막이 나긴 하지만, 여전히 DCI 2D 상영 수준의 밝기를 유지하는 셈이다. DCI 3D 밝기가 겨우 24nit에 그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48nit는 절대 부족한 밝기가 아니다.
사운드로는 돌비 자사의 객체 기반 사운드 포맷인 돌비 애트모스를 사용하여 음의 입체감을 극대화한다. 최대 128개 사운드 객체가 청취자 높이를 넘어 상영관 천장까지 날아다니는 애트모스 구현을 위해 사방에 스피커를 64개 이상 설치하며, 영국의 오데온 레스터 스퀘어 지점처럼 무려 400개 정도의 스피커를 설치한 돌비시네마관도 있다. 돌비 비전과 달리 애트모스는 다른 일반 상영관에도 설치되는 것이 흔하기 때문에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반관의 애트모스와 다르게 돌비시네마는 처음부터 자사의 철저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설계가 이루어지는만큼 그 품질의 차이는 꽤 크다고 할 수 있다.
화질과 음질만으로도 이미 최상급이지만 돌비시네마는 여기에 더해 시트나 내부 디자인까지 모두 가이드라인을 정해두었다. 국내 돌비시네마는 어째서인지 해당이 되지 않지만, 사실 돌비 측에서는 리클라이너 시트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돌비시네마는 대부분* 시트가 리클라이너로 되어있다. 또한 상영관 통로와 계단에는 돌비 가이드라인에 맞춰 파란 LED가 점등되도록 되어있어 품격을 더해준다.
그러니까 극히 간단히 말하면 돌비시네마는 화질 좋고 음질 좋은 프리미엄 상영관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맥스가 대형 스크린과 독점 확장비를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일반관과의 차별화를 꾀한다면, 돌비시네마는 뚜렷한 차별점보다는 영화관의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듯한 스탠스다. 때문에 해상도나 밝기, 사운드에 대해 큰 관심이 없을 주류 관객들은 무엇이 돌비시네마를 특별하게 만드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그러나 관리 부실 및 상영관 노후화로 인해 몇몇 최신 레이저 상영관을 제외하면 파리만 날리는 아이맥스에 비해, 돌비시네마는 무리한 상영관 확대는 피하고 있으며 가이드라인에 충실한 덕에 상영관별 스펙 편차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또한 아이맥스처럼 염가형 상영관이 '아직까지는' 없으므로 관마다 상영 스펙이 달라 혼동할 일도 없다. 덕분에 4K HDR HFR 3D라는 미친 영상 스펙을 자랑하는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했을 때도 대다수의 상영관에서 스펙의 절반 이상을 포기해야 했던 아이맥스와 달리, 돌비시네마는 전관이 풀스펙 그대로 상영하면서 인지도를 많이 얻었다.
현재 돌비시네마는 아이맥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며, 스펙상으로는 아이맥스 GT 레이저조차 밀리는 구석이 있을 정도로 퀄리티가 매우 뛰어나다. 해상도나 음질 향상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관객들에게는 거대한 GT 스크린으로 찍어누르는 아이맥스가 더 좋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매해 개봉하는 영화 중 GT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영화는 겨우 2편 정도이며 GT관 자체가 소수에 불과하므로 오히려 기본에 충실한 돌비시네마의 장점이 빛날 때가 더 많다고 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