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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BGM 선정에 참 고심했다. 아버지를 그린 노래가 아닌, 아버지의 입장인 것을 생각했고, 결국 이리 결정했다만 그것조차도 무언가 맘에 들지 않는다. 이런 무한한 완벽한 사랑이 아닌, 다른 복합적인 무언가가.

 과거 '쁘띠 마망' 이후 약 30분 이후 연달아 관람했다. 역시 아트하우스 상영작이었기에 다시 똑같은 상영관으로 들어섰다.

 시놉시스만 봤을 때는 무슨 '테이큰'과 같은,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한 늙은 아버지의 액션 활극인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었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그 모든 것을 온전히 글로 옮길 수 있을지가 벌써부터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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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 한 마디조차 못하는 무능한.

 영화는 가슴이 턱 막힐듯한 여러 압박으로 가득 차 있다. 아버지 빌은 아내와 사별한 이후, 억울한 누명으로 인하여 프랑스 교도소에 갇힌 딸, 앨리슨과 면회를 하기 위해 종종 미국에서 비행기에 탑승한다.

 

 오랜만에 만난 딸은 반가이 웃으며 그를 맞아주고는, 몰래 편지 하나를 건네어 변호사에게 꼭 전해달라 간청한다. 편지의 내용은 불어로 적혀, 그는 읽을 수 없었다. 변호사에게 거절당한 뒤, 인연이 되어 가까워진 버지니에게 번역을 부탁한다.

 자신이 아닌 다른 이가 죽였다며, 그가 그러한 사실을 시인하는 것까지 직접 들은 사람이 있다 적혀있다. 그리고 이어, 변호사에게 애걸복걸하는 앨리슨은 자신의 아버지가 얼마나 무능하고 의지 못 할 사람인 것을 알지 않냐며 빌을 깎아내리고, 변호사에게 애원한다.

 빌의 눈치를 보는 버지니의 표정에도, 빌은 그저 무덤덤하다.

 

 이 장면에서부터였다. 살짝 불쾌해짐과 동시에, 해당 영화의 장르에 대해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을 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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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웃어줄 수 있을까.

 이 영화는 물론, 빌이 앨리슨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범죄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모습 또한 보여준다. 하지만 맹목적인, 바닥이 보이지 않을 부모의 사랑과는 조금은 다른 성질이었다.

 자신에게 진심으로 증오를 내비치며 곁에서 꺼져달라 외치는, 더는 보증인으로도 함께 할 수 없음을, 그런 사실이 가혹히 빌의 몸뚱이를 가격하지만, 그는 묵묵히 앨리슨에게 다가간다.

 

 그 무엇 하나 자세히 알아주지 않을 것임을 그는 분명히 인지했을 테다. 그럼에도 앨리슨을 위해 폭행 및 납치라는 중범죄를 저지른다.

 어느 순간 가끔 씁쓸함이 엿보이는 그의 표정에서, 단순한 부성애가 아니라는 것을, 그저 맡은 바 책임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물론 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은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 함께 복합적인 면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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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사랑하는 딸이다.

 결국 딸의 말대로 자신이 모든 것을 망친 셈이 되고 그녀는 곧바로 자살을 기도한다. 이후 치료받은 딸과 면회하는 빌에게 말한다.

 

'정의 대신 평화를 선택했어요.'

 

 먹먹하지만, 평안을 찾은듯한 딸의 모습에 그 역시 내려놓으려 한다. 다만 딸과 떨어지지 않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지는 않으며 말이다. 결국 빌은 버지니와 더욱더 가까운 관계가 되고, 그녀의 딸인 마야와도 깊은 유대감을 갖기에 이른다.

 허나, 우연히 마주친 진범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빌은 오랜만에 그 자신에게 찾아온 그 평화를 기꺼이 버릴 자세로 그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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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슬퍼했었던.

 비록 진범에게서 사건의 진상, 앨리슨이 살인을 교사했음을-사실 교사했다기보다 종용했다는 편으로 생각하고 싶다.- 알게 된 이후에도 빌은 앨리슨을 위하여 그의 입에 다시금 테이프를 감는다.

 이 과정에서 빌은 그러한 범죄 행각에 의도치 않게 버지니와 마야를 끌어들이게 되어 버지니로부터 냉담한 이별을 통보받는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마야를 부둥켜 안고 흐느껴 우는 빌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앨리슨과 포옹할 때에는 그러한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부족할 뿐이었지 얼간이는 아녔다. 앨리슨이 그를 아버지라는, 허울뿐인 보호자로 대하는 것을 알았기에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필자는 이것이 사랑 때문에 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끝없이 사랑을 주는 부모라고 해도 그들 역시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 얼마나 허무하고 분했겠는가.

 어쩌면, 빌 역시 앨리슨과 같이 그저 그녀를 딸이라는, 허울뿐인 자식으로 대하는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자신의 노력으로 딸은 무죄를 판명받고는 미국으로 돌아와 일상을 즐김에도, 그는 이제 호탕히 웃지 않는다.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듯, 장난을 거는 앨리슨에게 사건의 진상을 교묘히 돌려 물을 때도, 덤덤한 채다.

 그는 평화보다 정의를 택했음에도, 덤덤한 얼굴이다.

 

 상대적으로 듬직한 외양을 가진 아버지였건만, 왜 그리 작고 소심해보였는지.

이젠 나도 지쳤구나,

내 모든 노력을 알아줬으면하는 기대 따위를 네게 하는 것도,

네게 예전처럼 다가가는 것도.

아버지로서 딸에게 선물한 목걸이를 고작 그런데에 급하게 쓴 것에도 섭하다지만,

그런 감정 하나조차 함부로 말할 순 없겠지.

영화를 보고 홀린듯 써본 글귀.

 

ps. 이건 렌티큘러 포스터가 딱 한 장 남아있었다며 증정 받을 수 있었다. 각도를 달리하면 빌의 모습만이, 달리하면 앨리슨과 버지니가 함께한다.

06.jpg

 

pps. 인스타에 쓴 짤막 리뷰다. 

07.jpg

 

(by. SQUARE IDIOT)

(by. 네모바보)


profile 네모바보

영화가 최고의 낙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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