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볼 때는 음? 꽃이 집 가는 길에 그려진 벽화라는 건 알겠는데 갑자기 춤은 왜 추는 거지? 싶었는데... 다시 보니 꽃들이 타는 리듬 = 지하철에서 봤던 문어의 드럼 소리인 것 같더라고요. 꿈을 꿀 때마다 부는 휘파람 소리도 그렇고 로봇의 꿈에는 항상 도그와 함께했던 행복한 기억만 가득해요.
로봇은 정든 새들이 나는 법을 배우며 떠나갔을 때, 사랑하는 만큼 놓아줘야 하는 순간도 있다는 걸 도그보다 먼저 깨달은 것 같아요. 도그는 남들보다 힘도 약하고, 잘 하는 것도 없고 잘 되는 일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 감동을 주고요. 계속되는 실패와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도그가 조금 더 성장해 언젠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주문하고 조립한 로봇’이 아닌, 눈사람이나 오리같은 다른 사람(동물)과도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된다면 도그와 틴, 라스칼과 로봇 넷이 다같이 친구가 되는 미래도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로봇과 도그가 행복했던 순간에는 항상 음악이 있었는데, 결국 로봇의 몸이 음악이 나오는 라디오가 됐다는 점도 참 의미심장하고 좋더라고요. 무난하고 간단해 보이지만 여러모로 눈여겨보고 생각할 거리가 많이 숨겨져 있어서 더더욱 좋은 영화였어요. 시간을 내서라도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몇 번 더 볼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