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우폴에서의 20일> 영화는 참 의미 깊었는데 영화제는 조금 글쎄다 싶었습니다
1. 개막 행사부터 끝까지 전체 참여하는 일정이어서 영화 시작 3시간 전에 갔는데
무려 40분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늦어지면 왜 늦어진다 설명하고, 사과를 구하거나 그런 과정이 있는 게 아니고 그냥 가만히 지연만 됐습니다
2. 영화 시작할 때도 영화 시작한다고 안내하고, 정숙 요구하고, 불 끄고 시작해야 되는데 그냥 불 켜진 상태서 영화부터 틀더군요. 사람들은 계속 왔다 갔다 하고, 영화 상영되는데 앞에서 사진 찍고 있고...
그리고 작은 LED 스크린이라 가까이 가야 보였습니다.
행사 목적이 '영화'보다는 '행사'에 있었던 거 같은 게 대부분의 분들이 개막작을 보지 않고 나갔고, 영화 상영하는 와중에 다수가 핸드폰하고, 스크린 찍고 난리더군요
LED 화면도 일부분이 깨졌는지 오른쪽에 붉은 불이 계속 노출됐습니다
적어도 영화제의 외형으로 진행하는 행사라면 영화제가 지켜야 할 부분을 지켜야 하는데 아쉬웠습니다
정치인과 단체 관련분들이 많이 오시고, 조명하는 건 한국 행사들이 많이 그렇긴 한데... 영화에 좀 더 집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3. 여기서부턴 영화 얘기
다큐다 보니 스포 포함입니다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참담한 전쟁의 실상을 잘 담아낸 영화였습니다
러시아군은 초기부터 마리우풀을 포위하고, 식수, 전기, 식량 등 필수품에 대한 공급을 다 끊어버립니다
민간인 공격으로 축구하던 학생이 폭격을 맞고, 어린 아이, 임신부와 그 태아까지 공격당해 끝내 병원에서 사망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차마 꿈도 펴보지 못하고 죽은 자식을 보는 부모는 통곡하고, 의료진들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끝내는 병원까지 폭격하고, 점령해서 민간인 부상자가 치료조차 제대로 못 받게 됩니다
정말 가슴 아픈 건 마리우폴 지역 경찰서장 블라디미르가 이 장면을 촬영한 감독을 필사적으로 탈출시키면서 마리우폴의 실상을 세계가 알면 전황이 바뀔 거라고 기대한 겁니다
물론, 세계로부터 인도적 지원과 군사적 지원이 따랐지만 마리우폴은 결국 점령당했습니다. 그리고 국민투표에 따라 러시아 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으로 편입됐습니다
러시아에선 마리우폴의 참상을 담은 장면을 배우가 찍은 페이크 영상이라고 가짜뉴스를 퍼뜨렸죠
2023년 우크라이나의 반격도 실패하고, 서방의 지원도 줄어들면서 올해 안에 우크라이나가 패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참상을 비교적 최근에 겪은 국가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라 더 감정이입이 됐습니다. 저를 비롯한 대부분이 직접 전쟁을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전쟁은 오늘날 한국인들의 사고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건이죠
생존의 위기에 몰린 주민들은 가게를 약탈하고 물건을 훔치면서 생존을 위해선 무엇이든 된다고 윤리 의식이 흐려져 갔습니다.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동네다 보니 역으로 우크라이나가 민간인을 학살한다며 러시아 편을 드는 주민들도 나오고요
전쟁 발발 초기엔 작게나마 기부도 했었는데 어느새 전쟁을 잊어버린 게 부끄럽네요
현재 진행형인 참상에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