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회차로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날>을 보고왔는데요. 아아~ 이 영화 느낌 좋네요.(Feeling Good~!)
어쩌면 제가 공포물을 잘 못보고, 또 애초에 블록버스터/액션장르 일거란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아서 괜찮게 본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의외로 로맨스 느낌이 한스푼 들어간 휴먼드라마 장르로 풀어낸 듯 하더군요. 더 정확히는 로맨스가 아니라 동물을 포함한 인류愛에 가깝긴 하지만요. 일단 영화를 보고 떠올랐던 몇몇 포인트를 심야 N버스 타고 오는 길에 폰으로 휘갈겨보았습니다. :)
+자고 일어나 정신차리고 좀더 다듬으며 사진을 추가했습니다. (스포가득!)
고양이(CAT) / 발자취(footsteps) / 물(water)
고양이는 개와 다르게 소리를 잘 내지 않고 귀가 대단히 예민해서 소음에 취약한 동물입니다. 고양이의 '야옹' 소리나, 기분좋을 때 내는 골골 송은 개짖는 소리와 차원이 다르죠.ㅋ
특히 고양이과 동물 대부분이 발소리를 안내는걸로 유명한데요. 앞발로 디딘 곳 그대로 뒷발이 따라서 내딛는 등 발걸음에 조심성이 극도로 강한 동물입니다. 2사람(4발)이 어떻게 다니는지를 발에 주의해서 보신다면 꼭 고양이 같다 느끼실 수도... 구두소리가 은근히 거슬렸는데 나중에 둘이 신발도 같아지더군요. 어쩌면 에릭은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남을 돌보면서 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무엇보다 고양이는 물에 취약한 영화 속 괴물과 비슷하게 물에 젖는걸 매우 극혐하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물을 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외이도염에 잘 걸리기에 귀에 물 들어가는 상황을 본능적으로 막아내는 것일 겁니다. 그나저나 저 아이는 아마 상위 1%에 해당하는 水(물)속성의 냥이일 것 같더군요. (어쩌면 생존본능일지도? ㅋ) 주변에 냥덕이 많아서 지인이 여행갈 때 고양이를 맡아본 적이 있는데, 얘넨 목욕이라도 시키려고 하면 앙칼지게 지랄발광하고 할퀴는게 태반이거든요. (눈앞에서 지인이 피를 뚝뚝 흘리게된 걸 본적이;;;)
관절이 유연하게 틀어지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작품 속 괴물과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예민한 성격의 고양이란 반려동물 선택이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고양이가 물에 들어간 장면이야말로 CG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도 안되는 기적/SF 같은 일이란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건 그 간의 신뢰가 두텁게 쌓여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반지의 제왕을 지키는 자(Guardian)
그나저나 냥이 이름이 프로도라닛?!
이거 <반지의 제왕> 서사시였던건가요? 그렇다면 아라곤은 둘중에 누구려나...ㅋ
아~? 쥔공 새미라(a.k.a. 샘)는 냥을 모시는(service) 집사니까 프로도와 같이 다니는 샘 같긴 하네요. 오히려 2편에도 나왔던 흑인대표가 헨리라는 왕 이름을 가졌으니 그가 아라곤/사우론일 듯 합니다. 지켜내야할 매혹적인 에릭은 절대 반지일 듯 싶군요. 혹시 이것은 샘의 숭고한 희생으로 아라곤/사우론의 품에 무사히 안착하게 된 반지와 프로도 이야기일지도...? 고양이 프로도가 시선을 잡아끌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반지의 제왕 3탄 <왕의 귀환> 에서 반지의 운송은 프로도가 아니라 뒤에서 샘이 다했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습니다. :)
참고로 사미라란 주인공 이름은 성경 속 (착한) 사마리아인에서 유래한 보호자(guardian), 그리고 장수하는 수종으로 보호수(nurse tree)가 되곤하는 느릅나무 씨앗(elm-tree seed)이란 뜻의 이름입니다. 아랍어로는 밤늦게까지 수다떠는 친구나 동반자를 의미하기도 하지요.
로스쿨을 다닌다던 에릭이란 이름은 영원한/모든 것의 통치자(ruler of all, forever ruler, ever powerful)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헨리는 주군(Lord), 집/가문의 지배자(the ruler of the house/home)를 뜻하구요. 여러모로 이름에 <반지의 제왕>의 오마주가 느껴지네요.
한편, 생각보다 일찍 죽어버린 간호사 루벤은 아들/후손을 보게되다(behold, a son)란 뜻이 있는데요. 왠지 <반지의 제왕>에서 일찍 퇴장했던, 한 때는 호빗들과 서로 오해했었으나 알고보니 신뢰할만 했던 보로미르, 즉 파라미르의 큰 형이 떠오릅니다. ㅜㅜ
<어쩌면 이 장면은 흑인/백인 간의 갈등(오만과 편견)을 이야기한 것일지도...>
무호흡(Osa) / 숨쉬어~(Breathe)
개인적으로 퓨친자의 <퓨리오사> 뽕이 덜 빠졌는지... 입 닥치고 아끼는 사람과 조용히 소통하는 측면에서 두 영화의 유사성을 많이 느끼게 되더군요. 일단, 프리퀄이란 점부터가...
시내에서 처음 마주친 소년의 이름이 오사(Osahar)던데, 오사(osa)는 수면 무호흡증과 관련있습니다. 오사(Osahar)는 신이 내 말을 듣고있다는 뜻이 있구요. 얘네 아빠인건지 2편에도 나왔던 인물인 헨리가 모두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질식시키며 영원히 잠들게 합니다. 이는 마치 다같이 생존하기 위해 어디까지 그 호흡/말/표현을 참아줘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한편, <매드맥스>에선 퓨리오사가 맥스에 기대어 적을 저격하면서 그에게 "숨쉬지 마!(Don't Breathe)"라고 말했던 것과 달리,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샘이 자기한테 기댄 에릭에게 "숨쉬어~!(Breathe)"라면서 과호흡이 온 공황상태를 진정시켜 줍니다. 연결하는 다리(bridge)가 끊기고 섬(island)처럼 고립되었을 땐 무작정 숨을 참는 것 못지않게 불안을 잘 조절해서 일단 서로 안정적으로 숨을 내쉬는 게 중요할지도...
<전편과의 연결성/호흡을 이어준 낙원/섬의 왕(Lord) 헨리>
인형(Doll) / 암(Cancer) / 재(Ash)
시내에서의 공연 중, 마리오네트/인형이 풍선(생명의 호흡/꿈)을 불어서 하늘 위로 올라가다 빵~! 터진 장면에서는 새장 안에 갇힌 말없는 곰돌이 인형 신세였던 퓨리오사가 떠올랐는데요. 어쩌면 삶의 희망,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이던 그녀는 스스로를 호스피스/병동의 꼭두각시 인형/마리오네트 같다고 느꼈었나 봅니다.
마리오네트가 성모 마리아에서 유래했단 대사가 들리던데, <퓨리오사>의 엄마는 성모 마리아(mary)를 연상케하는 메리란 이름에 혈통이란 뜻의 자바사란 성을 가졌습니다. 그 작품에서는 메시아가 될 퓨리오사 대신 엄마가 마리오네트마냥 십자가/하늘에 매달렸지요. 다만, 이 영화의 주인공 샘은 먼저 하늘?에 가있을 아버지(+음악)에 대한 추억이 더 깊은 듯 하네요.
특히 이영화는 마치 워보이와 같은 암환자가 주인공입니다. <퓨리오사>에서는 디멘투스 일행이 워보이인 척 하려고 하얀 흙을 몸에 바르거나, 퓨리오사가 검은 잿물/숯 위장크림을 이마에 덧바르는데요. 이 작품에서의 샘은 사건이 터진 다음, 워보이처럼 재로 인해 하얗게 덮인 얼굴을 다시 검게 닦아냅니다. 참고로 재(ash)는 대게 멸망과 몸/편의 쪼개짐을 상징합니다. 워보이처럼 현생에 미련이 없다는 듯 살았던 주인공 샘은 루벤의 호의에도 그를 친구라 생각하지 않았으나, 다같은 시한부 신세가 되자 묘하게 타인과 동질감을 느끼게 된 듯 하네요. 그러나 미래라는 희망을 갖고 있지 않았던 그녀는 과거 추억의 피자를 찾아 다른 이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걷게 되는데...
<퓨리오사>에서 그녀와 잭이 반대 방향으로 가려다 잭이 붙잡으면서 같은 방항으로 여정을 떠나게 된 것처럼 <콰플 첫날>의 그녀 또한 에릭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잠시 같은 길을 걸어가게 됩니다.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되어준 흰 바탕에 검은 무늬인 서비스 CAT 프로도!>
간호사 or 유모(Nurse) / 물(Memory)과 불(Energy)
자기 희생을 했으나 친구(friend)는 아니라며 선긋기 당했던 그 친구의 직업이 사람을 돌보는 간호사(nurse)라는 게 꽤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더군요. 참고로 전 <퓨리오사>에서 '암흑의 천사'란 주인공의 별명이 간호사였던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의 오마주라 생각했었습니다. 퓨리오사가 갇혀지낸 철창의 지붕이 적십자 로고 같은 십자가 모양인데다, 무기농장의 철문도 마치 십자가처럼 연출했거든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날>에서 샘에게 기존의 직업?대로 시/詩를 써보라 했을 때 똥(shit)만 읊던 그녀의 소원은 시내에 나가 공연을 보는게 아니라 추억의 피자를 입에 넣는 것이었으나, 그걸 깊이 이해하지 못했던 간호사(nurse) 루벤... 그녀의 일/業(work)을 바라보는지와 그녀의 욕망(need)을 알아보는지에 따라서 친구인지 여부가 판가름나는 것 같군요. 하지만 사단이 벌어지자 샘에게 고양이를 찾아주고 피자를 먹으러 가겠다는 맘을 이해해준 그 친구를 잃게된 다음, 그녀는 이후로 만나게 된 에릭에게 일종의 간호사 즉 유모(nurse) 역할을 해줍니다.
주인공이 시한부 환자인만큼 흐르는 물에 시간, 기억, 치유 등과 같은 상징이 들어있다 느꼈습니다. 위로 솟구치는 분수에서는 주인공 샘이 아이들에게 초코바를 나눠주고, 물을 극혐하는 냥이 프로도가 물을 마시러 지하도에 갔다가 에릭을 만나게 되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은총같은 빗소리 안에서 샘은 그에게 항구로 가라며 앞으로 살 길/방향을 일러줍니다. 비가 그친 맑은 다음 날 아침, 바닥에 흐르는 물 속에서 <새벽>이란 소설책을 발견하는 샘과 혼자 다닐 자신이 없어 그녀의 뒤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는 에릭. 셋은 하늘에서 괴물이 떨어지는 오피스 건물을 지나, 도시의 인프라 시설에 가득찬 지하의 깊은 물에 빠져들며 무사히 목적지(구원?)로 향하는 교회로 빠져나오게 되는데...
한편, 번개 불빛 vs 천둥 소리의 시간 차에 맞춰 문(door)을 박차고 집(home)에 들어가, 창(window) 밖의 번개/천둥에 맞춰 현재의 한/소리를 자유롭게 풀어내는 그들... 나중에는 지하의 가스관으로부터 타오른 모닥불/불구덩이 앞에서 서로 마주안게 되는데요. 그녀를 위한 진통제를 구하러 갔다가 거인같은 괴물이 가득한 지옥/불구덩이 속에서 알을 까는 괴물을 발견하는 에릭! 그는 여기에서 자신에게 골골 송을 불러준 프로도를 데려가려고 용기를 내 철골 위에 올라타기까지 합니다. (이것은 혹 소년의 성장을 의미하는 <잭과 콩나무>?)
음... 여러모로 이 작품은 마치 <엘리멘탈> 처럼 물(시간/기억/치유)과 불(열정/에너지/자유)의 이미지를 두 사람의 관계와 한데 엮어낸 듯한 인상을 받게 되는군요.
마법같은 행복한 시간(Happy Magical Time)
처음에는 샘이 마치 유모(nurse)가 된 것마냥 인형처럼 이쁘장한 에릭을 돌보았습니다. 피자를 먹겠다는 꿈만 같은 풍요/녹색의 땅을 찾아 남들과 반대방향인 집과 피자가게=아빠의 직장 옆=음악이 흐르는 공간으로 되돌아가면서 순간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그들...
그러나 나중에는 거추장스러운 인형같기만 하던 그가 거꾸로 진통제를 구해주러 모험을 떠나고, 피자와 함께 나타나 카드 마술쇼를 보여주며 그녀에게 행복을 느끼게하는 등 서로가 서로를 돌보게 됩니다.
앞서 모두를 위한 몽환적인 마리오네트 인형극에서 풍선(꿈/희망)이 터트려지자 현실을 자각하고 극장 밖으로 뛰쳐나갔던 그녀는 오히려 재즈클럽이란 추억의 공간에서 자신만을 위한 그의 마술쇼에 꿈만 같은 위로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퀸/여왕카드 2장(진통제/피자)을 넘겨받다가 행운(lucky)을 상징하는 네잎이 아닌 행복(happy)을 상징하는 세잎클로버 숫자카드를 고른 그녀. 심지어 10이 되지 못한 마지막의 불완전한 9라는 숫자를 골랐지만, 그녀가 손에 쥔 이 미완성의 행복(아빠와 함께한 피자+피아노 음악의 추억)이 무엇인지 그 카드 한장만을 정확히 딱 알아보고 되돌려놓은 에릭은 마술사가 따로 없네요! <퓨리오사>의 잭 못지않게 그녀에게 진짜 필요한/원하는(need) 게 뭔지 알아채는 참으로 센스있는 녀석입니다!
아아... 이것은 혹시 I see♥ You? (feat. 아바타)
덕분에 아빠와의 추억이 깃든 이 장소(place)에서 예전처럼 공연+피자를 함께 나누며 아이팟을 재충전한 샘.
음... 이번 프리퀄은 여러모로 몸의 감각/순간을 표현하려는 작품이란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소통과 방향에 관해 흥미로운 연출이 꽤나 많은 듯 하군요. 결국 그녀는 경적 소리를 울리며 에릭을 구원해준 뒤, I♥NY 처럼 내 고향 도시에 홀로 남아 옛 기억과 함께 충전해놓은 음악/소리의 자유, 즉 고통받고 억압된 삶/몸으로부터 일종의 해방/자유를 이루게 되는데......
Feeling Good...
P.S. 지켜주고픈 휴머니즘과 생존
주인공인 루피타 뇽오의 말없이 절망을 표현해내는 연기야 뭐 명불허전이지만... 의외로 옆에서 착한 눈망울을 한 영국 샌님(댄디보이)이 지켜주고 싶게 만드는 분위기를 충분히 자아내더군요. 솔직히 저렇게 쳐다보는데 어떻게 안 돌보고 배겨요;; 저 요오오~~망한 것!! (feat. 장화신은 고양이)
왠지 조셉 퀸이란 이 배우는 옛날에 휴 댄시라는 영국 배우랑 눈빛이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휴 댄시는 전쟁영화 <블랙호크다운>에서 의무병 슈미드 역할이었던...) 그러고보니 제임스 맥어보이와 로다주를 닮은 느낌이 좀 있군요. 개인적으로 조토끼(Joseph Gordon-Levitt)나 고슬밥(Ryan Gosling), 로다주처럼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상처입은 눈망울의 배우를 매우 좋아하긴 합니다. :D
<오호~ 그냥 샌님인 줄 알았는데... 이 녀석 봐라~? :D >
그나저나 미국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피자의 실존하는 가게 이름이 Patsy's 라닛! '고귀한/귀족'이란 뜻이 담겨 있기에 좀 아이러니하네요. 어쩌면 생존의 가장 기본적인 필요조건(need), 즉 소망이 되는 음식을 나눈다는 건 이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가장 고귀한 것일지도...
음... 심야 막회차를 보고 나왔는데, 배가 고프길래 문연 곳도 없고 급한대로 편의점 피자를 사서 야식을 때렸습니다. 어우~ 근데 1인용 치곤 생각보다 버겁네요;;
24시간 깨어있는 도시에서의 삶이란...! 실은 전 엄청난 야행성 동물?이라 새벽의 고요한 도시풍경을 참 좋아합니다. :)
1기 신도시 아파트 키드 세대라 도시가 시골보단 훨씬 편하긴 하지만, 밀도가 지나치게 높은 번화가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요.
여튼 저도 생존이 급박한 상황이라... 먹었으니 일단 주인공처럼 잠부터 들자~!!!
참고로 주인공 새미라가 서점에서 집어들었던 책은 S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흑인 여성작가 옥타비아 버틀러의 <새벽(Dawn)> 입니다. 그녀는 항상 3~4시에 일어나 글을 썼다고... 문득 아포칼립스와 새벽은 여러모로 참 잘붙는 시간대란 생각이 드는군요.
출처: 본인 브런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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