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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연을 길들이며 생존해 왔다. 황무지를 일궈 농사를 짓고, 동물을 길들여 목축을 하고, 돌을 길들여 집을 짓고, 이제는 병균도 길들여 제어한다. 과거에는 현상의 원인을 몰라 무력하게 자연 앞에 무릎 꿇었고 죽었으며 숭배해 왔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러지 않는 것들이 많다. <트위스터스>는 그렇게 절대 길들일 수 없을 줄 알았던 것들을 길들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토네이도가 엄청나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유명한 오클라호마. 아직 명확하게 발생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토네이도를, 케이트(데이지 에드거존스)는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하지만 자연을 얕본 케이트와 친구들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리고 5년 후, 케이트는 다시 친구 하비(앤서니 라모스)와 같이 토네이도를 스캔하는 일에 참여하게 되고, 토네이도를 추격하며 그 속에 들어가 유튜브를 찍는 타일러(글렌 파월)와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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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이 영화에서 토네이도를 길들이려는 모습, 또 그렇게 길들이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비슷하게 개봉한 <에이리언: 로물루스>에 등장하는 '제노모프를 길들이려는' 인간들의 모습과 겹친다. 토네이도와 에이리언은 둘 다 아주 강력하고 통제가 불가능하며, 두려움과 매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많으면서, 인간은 그것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그 과정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에서 과학자들과 <트위스터스>에 나오는 과학자들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자연을 길들여 내 것으로 만든다는 쾌감. 케이트와 타일러가 관람하는 로데오경기는 인간의 그런 욕구를 그대로 보여준다. 날뛰는 소의 등에 타고 길들이는 과정, 인간의 가축이 되는 것을 사람들은 좋아하고 즐긴다. 또한 어느 정도 '즐길'장비가 갖춰지자, 사람들은 타일러의 유튜브채널을 통해 끔찍하고 강력한 토네이도를 스포츠 보듯 즐기고 있지 않은가. 토네이도를 쫓고 연구하는 주인공들은 토네이도가 지나간 현장의 참혹함을 잘 알고 자기 이익보단 사람들을 돕는데 힘을 쓴다. 하지만 그러한 그들도, 토네이도가 나타나면 엄청나게 즐거워하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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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쓸모도 없는 땅이라서 미국에 거의 마지막에서야 주로 편입된 오클라호마. 오클라호마 주는 길들일 수 없는 것을 길들였던, 뼈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다. 개척, 즉 길들이기라는 명목하에 백인들은 원주민들을 침략했고, 오클라호마 지역을 보호구역으로 만들어 그들을 강제이주시켰다. 쓸모없는 땅에 원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켰는데, 여기에서 석유가 터졌다. 그것을 영화로 만든 것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이다. 절대 길들여지고 싶어 하지 않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이용하고 길들이고 학살하는 미국 백인들의 무자비함이 잘 드러나있다. 영화 <트위스터스>에서도 토네이도를 뒤쫓는 곳곳에 석유 시추공장이 눈에 띄며, 아주 오래된 시추장비들이 곳곳에 보인다.

 

주민들이 입는 피해를 생각하면 토네이도의 생성원리를 알아내, 생성되지 못하게 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중요해 보인다. 인간이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자연의 힘과 맞서기 위한 그런 싸움은 생존 투쟁이니까 당연하다. 하지만 맞서 싸우는 정도가 아니라 과학의 힘으로 그것을 완전히 통제하게 되면, 그 힘은 이제 과학자의 손을 떠나버린다. 수많은 자연의 강력한 힘들을 통제하게 된 인간은 그것을 최종적으로 어디에 쓰게 될까. 토네이도를 소멸시킬 줄 알면, 생성시키지 못하리란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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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소한 나의 걱정들이 무색하게, <트위스터스>는 고전 공식을 제대로 따라가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블록버스터였다. 특히 스크린 X로 관람했는데 스크린 X화면이 아주 많이 등장했다. 오히려 원래 영화비율로 나오는 부분이 적다고 느껴질 정도. 4DX로 보는 것이 재미있다는 소문이 나서 스크린 X로 많이 안보는 것 같지만, 확실히 사방에서 몰아치는 기분이 제대로 느껴진다.

 

토네이도 카우보이라고 칭하는 타일러는 그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는 토네이도의 속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로데오를 하는 방식으로 토네이도를 즐기고 길들인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케이트는 전혀 길들여지지 않는다. 길들여지지 않는 것들을 길들이려면 그 한가운데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두려워하지 마라. 

 

 

 

출처: 본인 브런치스토리

https://brunch.co.kr/@casimov/228

 


profile 카시모프

별들 사이를 여행하는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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