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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ground

50년대를 전후로 해서 헐리웃은 그야말로 영화 기술 혁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TV가 절대 보여줄 수 없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일념 하에 온갖 기술이 등장하며 필름을 완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시기가 온 것이다. 각 헐리웃 스튜디오들이 서로 독자 영화 포맷을 공개하며 70년대 초까지 그야말로 전국시대가 벌어졌는데, 결국 그 중에서 살아남은 것은 거의 없었다. 시네라마처럼 너무 비실용적이거나, 비스타비전처럼 애매한 가성비를 지닌 포맷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류였던 35mm 필름은 시시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아서였을까? 발명가 기질을 가진 필름메이커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촬영 장비와 프로젝션 포맷을 개발하곤 했는데, 당시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캐나다의 영화감독, 그레임 퍼거슨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고등학교 동창인 로만 크로이터, 로버트 커, 윌리엄 쇼와 함께 주로 시네마베리테 스타일 다큐멘터리나 단편 영화 제작을 하던 그는 동료들과 함께 영상의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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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eme Ferguson (1929~2021)

 

퍼거슨은 1967년에 열린 몬트리올 엑스포에서 <Polar Life>라는 18분짜리 기술 시연용 단편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다. <Polar Life>는 서로 이어진 11개의 스크린과 영사기를 쓰는 방식으로 상영되었는데, 퍼거슨은 나중에 이 방식을 '멀티스크린'이라 명명하고 그의 동료들과 함께 '멀티스크린 코퍼레이션'을 설립한다. 이들은 멀티스크린을 통해 시야를 꽉 채울 정도의 대형 화면을 만들고 싶어했지만, 여러 대의 필름 영사기를 쓰면 운용이 너무 까다롭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래서 멀티스크린을 포기하고 차라리 기존의 필름보다 더 큰 대형 필름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낫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었다.

 

그리하여 멀티스크린은 5퍼포레이션 65mm 필름의 약 3배 크기인 15퍼포레이션 70mm 필름을 만들고,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카메라와 프로젝션도 같이 개발했다. 이렇게 하면 이론상 하나의 영사기로 3대의 70mm 영사기를 동시에 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운용이 훨씬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포맷을 새로 개발했기 때문에 멀티스크린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으므로, 이들은 새로운 포맷을 '아이맥스'라고 명명한 다음 사명도 '아이맥스 코퍼레이션'으로 변경한다.

 

 

 

Technology

흔히 '15/70 필름'이라고 불리는 아이맥스 필름은 인간 시야를 꽉 채우기 위해 고안된 필름이다. 덕분에 35mm 필름은 물론, 기존 65mm과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뛰어난 화질과 시야각을 자랑하게 되었다. 또한 수직으로 움직이기엔 필름 너비가 너무 넓은 탓에 비스타비전 필름처럼 수평으로 스프라켓 홀이 뚫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록할 수 있는 최대 화면비는 인간의 최대 시야각에 딱 맞춘 1.43:1이며, 아이맥스 전용관인 GT 역시 동일한 화면비 스크린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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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ARRI A3X, 우: IMAX 15/70 / 15/70 판형 크기는 디지털 카메라 센서 중 매우 큰 편에 속하는 Alexa 65의 A3X 센서보다도 무려 3배 정도 더 크다.

 

아이맥스 필름의 화질은 디지털로 어림잡아 환산하면 무려 18K 정도이며, 판형의 크기가 왠만한 디지털 카메라 센서보다도 크다보니 다이내믹스나 심도, 디테일 수준이 비교할 수 없는 경지에 올라있다. 12K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는 지금도 센서 크기의 한계로 아이맥스보다 더 좋은 디테일을 담아낼 수 있는 카메라가 없을 정도다. 현재는 DI 장비 및 주류 디스플레이의 한계 때문에 아이맥스로 찍더라도 4K 정도에서 피니쉬하긴 하지만, 이건 디지털 카메라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아이맥스만의 단점이라 할 수는 없다.

 

아이맥스 전용 상영관인 GT(Grand Theatre)에는 초대형 1.43:1 화면비 스크린이 설치된다. 거대한 화면에 우주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는 점을 살려, 아이맥스 돔이나 옴니맥스(Omnimax)처럼 돔 구조의 스크린이 갖춰진 상영관도 만들어 마치 플라네타리움처럼 영상을 상영하기도 했다. 또한 3D 촬영 및 상영 기술도 개발하여 3D 다큐멘터리도 상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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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X Grand Theatre

 

아이맥스의 오디오 포맷은 독자 규격인 '아이맥스 6트랙'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5.1채널과 다른 특징이라면 스크린의 수직적인 높이를 살려 센터 스피커 위쪽에 스피커가 하나 더 배치된다는 것과 스피커 모듈에 우퍼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스피커 역시 자체 개발하여 70년대 당시로서는 엄청난 고출력의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기도 했다. 초기의 오디오 소스는 35mm 자기 테이프를 사용했는데, 90년대부터는 디지털 오디오가 도입되면서 웨이브폼 파일이 담긴 DTS 6트랙 CD로 재생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이맥스도 DCP 상영이 도입되었으므로 일부 필름 아이맥스관을 제외하면 전부 별개의 소스가 아닌 DCP에 내장된 음원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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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맥스 GT관 스크린 뒷쪽의 스피커 배치 구조

 

이렇게 스펙만 놓고 보자면 지구 최강 영화관 같지만 실제로는 문제가 많은 포맷이었다. 일단 아이맥스 필름 크기가 큰 탓에 카메라의 덩치도 덩달아 커졌고, 대형 아이맥스 필름을 초당 24프레임의 속도로 돌려야 해서 내부 모터가 일반적인 카메라보다 훨씬 빨리 돌다보니 소음이 크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카메라의 거대한 덩치와 30kg을 넘어가는 무게 때문에 도수 운반이나 핸드헬드 촬영이 쉽지 않았는데, 이는 아이맥스가 원래 다큐멘터리 촬영용으로 개발된 포맷임을 생각하면 매우 큰 단점이었다. 그럼에도 아이맥스는 어떻게든 카메라를 소형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심지어 우주에도 아이맥스 카메라를 보내 다큐멘터리를 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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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3D>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우주 다큐멘터리 영화다.

 

또한 이 필름을 상영하는데 쓰이는 프로젝터와 플래터도 같이 커져서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크기를 자랑한다. 플래터의 경우 2시간 분량 필름 롤 기준, 무게가 무려 250kg에 달해 사실상 도수 운반이 불가능하고, 직경이 1.8m 정도로 매우 커서 보관하거나 운반하기도 쉽지 않다(비행기 등으로 장거리 운송을 할 때는 수십 조각을 내서 운반한 다음, 극장 측에서 받아서 전부 이어붙어야 한다...). 게다가 아이맥스 필름 자체도 생산 단가가 매우 비쌌으며 원채 수요가 적다보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도 없었다. 한마디로 스펙에만 모든 것을 투자했기 때문에 효율성이나 편리성은 최악에 가까운 포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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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15/70 프로젝터 / 우 15/70 플래터

 

 

 

History

최초의 아이맥스 영화는 1970년 오사카 엑스포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Tiger Child>였고, 첫 아이맥스 GT관이 캐나다 온타리오의 시네스피어에 설치된 것을 시작으로 북미 곳곳에 지점을 늘려나갔다. 아이맥스는 원래 상업영화가 아닌 각종 공연 실황이나 다큐멘터리 상영을 위해 개발된 놀이기구에 가까웠기 때문에 초기 아이맥스에서 상영된 영화는 전부 다큐멘터리나 짧은 3D 어트랙션용 영상이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만으로는 대중의 이목을 끌기 어려웠고, 높은 상영관 유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90년대에 들어 경영난에 처하게 되었다.

 

1994년, 투자은행가인 리처드 갤폰드와 브래들리 웩슬러가 파산 위기에 봉착한 아이맥스 코퍼레이션을 인수하여 새로운 경영진이 되었다. 아이맥스의 CEO가 된 갤폰드는 과도하게 스펙에 집착하여 비용 절감에 실패했다는 점과 다큐멘터리만 상영하여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당시 아이맥스의 주요 문제점으로 지목했고, 아이맥스의 상업성 개선을 목표로 기존의 운영 시스템을 전면 개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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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아이맥스의 수장, Richard Galfond

 

파산에서 벗어나기 위해 갤폰드는 헐리웃 스튜디오와의 협업을 통해 아이맥스용 상업 영화 제작을 추진했다. 당시 아이맥스는 아이맥스로 찍은 다큐멘터리만 상영했는데, 헐리웃 영화를 상영함으로써 기존의 놀이기구 이미지를 벗고 프리미엄 영화관 이미지로 탈바꿈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그렇게 드림웍스나 픽사 등과 접촉을 하다가 첫 협업 그튜디오로 디즈니를 낙점했고, <판타지아 2000>을 아이맥스에 맞게 변환 후 상영하게 되었다. 이는 아이맥스에서 상영된 최초의 장편 상업 영화였다.

 

 

 

 

 

IMAX MPX & IMAX DMR

<판타지아 2000>을 상영함으로써 상업적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 아이맥스는 이후 더 많은 상업 영화를 상영하고 싶어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상영관을 늘려야 했는데, 기존의 GT 상영관은 설치 단가가 비싸고 규모가 커서 광범위한 확대는 어려웠다. 또한 아직 일반 상업 영화를 아이맥스용으로 변환하는 표준 프로세스가 없어서 아이맥스로 상영되는 영화는 2D 애니메이션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아이맥스 MPX'와 '아이맥스 DMR'이다.

 

아이맥스 MPX(Multiplex)는 멀티플렉스 체인을 위해 개발된 첫 보급형 아이맥스관이다. 당시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주로 쇼핑몰에 입점해 있었으므로 규모가 큰 GT관 설치가 쉽지 않았고, 그래서 전체적인 상영관 규모를 축소시킨 것이 바로 MPX다. 프로젝션과 오디오 포맷은 기존의 것을 거의 그대로 쓰긴 했지만, 1.43:1 화면비가 아닌 1.90:1 화면비를 채택하여 스크린이 확연히 작아졌다. 1.90:1 화면비도 대형 스크린이라면 시야를 꽉 채울 수는 있으나, MPX관이 대부분 너비 16~22미터의 중형급 스크린이라 한계가 명확했다. 대신 규모가 작아졌기 때문에 쇼핑몰에도 충분히 설치가 가능한 수준이 되어 전세계 여러 멀티플렉스 체인과 계약하면서 상영관 수를 대폭 늘릴 수 있게 되었다.

 

MPX로 상영관을 확대함과 동시에 상영되는 영화 편수를 늘리기 위해 등장한 것이 아이맥스 DMR이다. DMR(Digital Media Remastering)은 비-아이맥스 영화를 아이맥스 상영용으로 업컨버트하는 과정 전반을 말하며, 35mm 중간 포지티브 혹은 디지털 마스터를 고유의 화질 개선 작업을 거쳐 15/70 필름에 블로우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물론 이런 과정을 거치더라도 화질은 네이티브 15/70의 화질 턱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지만 일반 35mm 상영관보다는 더 나은 화질과 사운드, 더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DMR을 받을 첫 영화로 <아폴로 13>과 <클론의 습격>이 선택되었고, 둘 다 2002년에 아이맥스로 상영되었다. <아폴로 13>은 1995년 개봉했을 때는 2.39:1로 상영되었지만, 2002년 아이맥스 재개봉판은 오픈매트 화면비인 1.66:1로 상영되어 GT 스크린을 거의 꽉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아이맥스 필름 플래터 크기의 한계로 2시간 20분짜리 영화 러닝타임을 30분 정도 줄여서 상영해야 했는데, 나중에는 플래터의 크기가 최대 175분까지 개선되어 <아바타>처럼 긴 영화도 DMR을 거쳐 충분히 상영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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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llo 13 (1995)

 

아이맥스가 거의 대부분의 상영관을 DCP 상영으로 전환한 뒤부터는 DMR 역시 완전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었다. 아이맥스에 맞게 디지털 화질 개선 작업을 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15/70 필름에 블로우업하는 과정이 빠지고 DCP만 제작한다. 또한 아이맥스 레이저가 나온 뒤에는 레이저 상영 스펙에 맞게 색역과 명암비를 HDR 수준으로 그레이딩하는 작업이 새롭게 추가되어 레이저 프로젝터의 선명한 화질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첫 염가형 상영관인 MPX를 공개하긴 했지만 여전히 15/70 프로젝션을 유지했으므로 35mm 필름 상영관이 대부분이었던 2000년대 초반에는 아이맥스보다 뛰어난 상영관이 없었다. 하지만 훨씬 운용이 편리하고 저렴한 디지털 프로젝터와 DCP가 등장하면서 아이맥스에게 또 다시 피할 수 없는 변화의 바람이 들이닥쳤다. 상영관 규모를 축소하고 나서도 15/70 필름 프로젝션의 높은 운영 비용 때문에 힘들어하던 아이맥스는 결국 기존 MPX 상영관들을 전부 디지털로 교체하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나온 것이 바로 '아이맥스 디지털'이다.

 

 

 

IMAX 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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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맥스 디지털은 전용 2K 제논 램프 광원 DLP 프로젝터 두 대를 쓰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DCP 상영으로 바뀌면서 더 이상 아이맥스 필름을 운반하거나 보관할 필요가 없어진 덕에 상영관 운용의 편리성과 효율성이 이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개선되었다. 하지만 화질이 DCI 2K(2048×1080)에 불과했기 때문에 MPX보다 화질은 오히려 떨어지게 되었다. 듀얼 프로젝션으로 이론상 가시 해상도를 2.9K까지 올릴 수 있었고 명암비가 약간 더 개선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15/70 필름에서 디지털 2K로의 화질 변화는 퇴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디지털로 바뀌면서 MPX보다 설치 및 운용 비용이 훨씬 낮아지자 아이맥스에서는 더 공격적으로 디지털 상영관 확대를 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맥스 가이드라인을 겨우 턱걸이만 하는 소형 아이맥스관이 여럿 생겼고, 이는 앞서 말한 화질의 퇴보와 더불어 '라이맥스(Lie-MAX)'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는 계기를 제공했다. 또한 아이맥스 디지털이 나온지 얼마 안되어 4K 프로젝션을 갖춘 타사의 프리미엄 상영관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맥스 디지털의 부족한 스펙이 더더욱 부각되자, 절치부심하여 새로운 기술로 만든 것이 바로 '아이맥스 레이저'이다.

 

 

 

IMAX with La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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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맥스 레이저는 바코와 함께 개발한 4K RGB 레이저 프로젝터(DP4K-60L 기반) 두 대를 사용한다. 일단 2K에서 4K(4096×2160)로 영사 해상도가 4배나 커졌기 때문에 디테일이 훨씬 좋아졌고, 광원이 제논 램프에서 레이저로 바뀐 덕에 최대 명암비와 휘도가 모두 두 배 가까이 향상되었으며 수명 역시 대폭 늘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맥스 디지털은 최대 영사 화면비가 1.90:1에 불과한데 비해 아이맥스 레이저는 최대 1.43:1이라 초대형 GT 스크린을 꽉 채울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큰 장점이었다. 사운드는 기존의 아이맥스 6트랙을 개선한 '아이맥스 12트랙'을 기본 옵션으로 한다. 6트랙에 비해 실링 스피커 4개와 서라운드백 스피커 2개가 추가된 12채널 구성이라 좀 더 입체적인 서라운드 표현이 가능해졌다.

 

아이맥스 레이저는 기본적으로 스크린 너비가 75피트(약 23미터) 이상인 대형 아이맥스관에만 설치 허가가 떨어진다. 첫 아이맥스 레이저는 2014년 캐나다 토론토에 설치되었으며, 이후 전세계 곳곳에 아이맥스 레이저를 보급했다. 본래 GT 스크린 상영용으로 설계되긴 했으나, TCL 차이니즈 시어터나 트라움팔라스트 레온베르크 지점처럼 너비 길이를 충족하는 1.90:1 상영관에 설치되기도 한다.

 

원래 아이맥스 레이저는 듀얼 레이저가 기본이었지만, 이후 4K RGB 레이저 프로젝터를 한 대만 사용하는 싱글 레이저도 등장했다. 싱글 레이저는 노후화된 아이맥스 디지털을 대체하기 위해 설계된 것으로 최대 영사 화면비는 1.90:1로 제한된다. 2019년부터 첫 아이맥스 싱글 레이저인 CoLa(Commercial Laser)가 설치되기 시작했으며, 오디오 포맷은 듀얼 레이저와 동일한 12트랙을 사용한다. 2021년부터는 새로운 싱글 레이저인 아이맥스 XT Laser(바코 SP4K-40B 기반)가 출고되기 시작했다. CoLa의 염가형이기 때문에 영사 사이즈가 16미터 급으로 더 작고 오디오 포맷도 12트랙이 아닌 6트랙을 기본으로 하는 등, 염가형임을 감안하더라도 스펙이 다소 실망스러워서 라이맥스 레이저라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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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Commercial Laser / 우 XT Laser

 

 

 

IMAX for Cinema

아이맥스는 DMR을 통해 상업영화를 여럿 상영하면서 재미를 보긴 했지만, 15/70 필름은 다큐멘터리나 공연 실황 촬영에만 사용될 뿐, 장편 극영화에는 사용된 적이 없었으므로 GT 스크린의 대부분은 여백으로 남겨졌다. 헐리웃의 프로듀서들 역시 화면비도 이상하고 가격도 비싼 15/70은 극영화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아예 사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한편 당시 <프레스티지>를 촬영하던 크리스토퍼 놀란은 VFX 플레이트 촬영에 아이맥스 카메라를 사용해보고는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이후 놀란은 <배트맨 비긴즈>의 후속작 준비를 위해 프리 프로덕션에 돌입했는데, DP 월리 피스터와 함께 본인 집 마당에서 아이맥스 카메라로 테스트 촬영을 해보고는 아이맥스로 신작을 촬영하고 싶다며 워너에 요청했다. 놀란의 요청에 놀란 워너는 처음에는 예산 문제로 난색을 표했으나, 테스트 푸티지를 본 뒤 바로 마음을 바꿔 제한적으로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내렸다. 그렇게 최초의 15/70 촬영 장편 극영화, <다크 나이트>가 탄생했다.

 

크리스토퍼 놀란과 월리 피스터 DP는 <다크 나이트>의 약 30분 분량 촬영에 아이맥스 15/70 카메라인 MSM9802와 MKIII를 사용했다. 또한 아이맥스 네거 화질을 최대한 손실없이 담아내기 위해 CGI 사용을 가능한 한 피하고 실사 특수효과를 주로 사용했으며, CGI 사용 분량도 8K로 완성했기 때문에 15/70 필름의 디테일을 거의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다. 이렇게 완성되어 GT관에서 상영된 <다크 나이트>는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는데, 이는 2.39:1로 크롭된 버전을 상영했던 일반관과는 완전 차원이 다른 경험을 보여주는 수준이었다.

 

많은 필름메이커들이 <다크 나이트>의 뛰어난 화질과 시야각에 감탄하여 다들 아이맥스 카메라를 써보고 싶어했으나, 넓은 헤드룸과 극히 얕은 심도로 인한 높은 촬영 난이도, 부담스러운 제작 비용, 아이맥스 카메라의 턱없이 적은 수량 때문에 1년에 한 두 편 정도만이 이런 식으로 제작되었다. 놀란 역시 <다크 나이트>의 더 많은 분량을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고 싶었지만 예산 및 카메라 수량 문제로 겨우 20% 정도 분량만 아이맥스로 촬영하는데 그쳤고, 나머지는 DMR을 거친 35mm 필름과 비스타비전 필름으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독점 확장비를 통한 마케팅의 가능성을 본 아이맥스는 이런 방식의 상영작을 더 늘리고 싶어했다. <다크 나이트>의 아이맥스 확장비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아이맥스관에서 보기 위해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상영관에서 보아야 의도대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토론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카이폴>이나 <트론 레거시>처럼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지 않은 영화임에도 아이맥스관에서만 오픈매트 확장비로 상영되는 영화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 독점 확장비 전략은 대단히 성공적이었으며 현재는 대형 스크린 못지않은 아이맥스의 주요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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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n Legacy (2010)

 

하지만 확장비를 넣더라도 아이맥스 기준에 못 미치는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들이 꽤 있었고, DMR 영화들은 어찌됐든 '아이맥스 촬영작'이 아니었기 때문에 뭔가 더 뚜렷한 차별화가 필요해졌다. 또한 아이맥스 영화를 찍고는 싶은데 15/70 필름 카메라를 쓰기 꺼려하는 감독들이 많아서 아이맥스 전용 디지털 카메라를 확보하기로 했다. 센서부터 완전히 새로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어서 기존 디지털 카메라에 아이맥스 인증을 부여하여 아이맥스 촬영작으로 홍보하기로 했고, 당시 최고의 디지털 카메라로 평가받던 아리의 Alexa 65가 최초로 아이맥스 인증을 획득했다. 아이맥스 인증을 받은 Alexa 65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공항 시퀀스 촬영에 처음 투입되었고,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의 촬영에도 쓰였다.

 

아이맥스는 카메라 인증을 더 확대하기 위해 'Filmed For IMAX'(이하 FFI)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Alexa LF, Alexa Mini LF, Ranger Monstro, V-Raptor, Millennium DXL2, CineAlta Venice가 아이맥스 인증을 받았다. FFI 영화들은 카메라 센서의 한계와 제작비 절감을 위해 1.90:1 확장비로 작업하는게 보통이지만, 1.43:1 비율 센서를 가진 Alexa LF로 촬영한 <듄>, <이터널스>가 이례적으로 1.43:1 확장비로 작업하여 GT 스크린 역시 채울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아이맥스 인증 카메라 중 가장 큰 센서를 가진 Alexa 65조차도 15/70 필름 판형 크기의 약 1/3밖에 안되며, 1.43:1 촬영이 가능한 Alexa LF는 이보다 더 작으므로 여전히 15/70이란 장벽은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디지털이 15/70을 완벽하게 대체하기 위해서는 그에 준하는 크기의 센서를 탑재해야 하는데, 이러면 센서 생산 단가가 우주 저 멀리까지 치솟으므로 여전히 아이맥스 디지털 센서는 구현하기 힘든게 현실이다.

 

 

 

Closing

현재 아이맥스는 전세계에 1,700개가 넘는 상영관을 오픈한 명실상부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상영 포맷이다. 필름 시대인 70년대에 처음 등장한 살아있는 화석과 같은 포맷이지만, 기술 변화를 빠르게 수용하여 디지털 시대에서도 살아남는데 성공했다.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필름 포맷들이 2000년대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모조리 절멸한 것을 생각해보면, 아이맥스에게는 변화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었다고 봐야한다. 

 

하지만 상영관 수 늘리기에 급급하여 스펙을 줄곧 다운그레이드했던 과거가 있었으며, 아이맥스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GT 상영관은 너무나도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이제 돌비시네마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면서 상영관 많다고 가만히 안주할 수도 없어졌다. 당장은 계속 수익이 생겨도 업그레이드 시기를 앞으로 몇 번 더 놓치게 되면 구형 아이맥스관의 잔존가치는 0으로 수렴하여 정말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

 

그래도 아이맥스가 계속 디지털과 염가형 관에만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니다. 여전히 15/70 촬영 영화가 소수지만 매년 한 두 편 정도라도 계속 나오고 있으며, 신형 15/70 카메라(MKV로 추정)도 개발 중이기 때문에 아직 15/70 필름을 버릴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몇몇 15/70 상영관은 전통성 유지 목적으로 계속 운영하고 있는 등 과거의 유산을 완전히 잊거나 한 건 아니다.

 

어쨌든 아무리 돌비시네마가 화질과 음질에서 더 우위를 차지한다한들, 아이맥스는 아이맥스만의 장점이 뚜렷하게 살아있다. 전 세계를 모두 뒤져봐도 아이맥스 정도의 대형 스크린을 가지고 이를 설치 및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상업 영화용 포맷은 없다. GT관에서 1.43:1로 확장되는 영화를 한번 보면 그만큼 또 강렬한 경험이 없고, 다시 그 힘든 예매 경쟁률을 뚫고 타지에서라도 보러가도록 만드는 신묘한 힘이 생긴다. 아이맥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야 할 방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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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eneci 2023.04.28 12:40
    아이맥스가 근 10년을 돌아보면 상업성 면에서는 영향력 행사가 충분한데 반해, 변하가는 극장 포맷 시스템 대응력은 너무나 부족한 게 사실이라 아이맥스 사는 차세대 포맷이 수 년 안에 필요하게 됐어요. 4K 리마스터링을 포함한 카메론 작품들이 발화점이 됐고요.

    그에 반면 돌비시네마 돌비측은 아이맥스 레이저보다 3년 늦게, 2017년에 나온 게 어쩌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의 선취점을 취득한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아이맥스 사 입장에선 배 아프기도 할 거 같아요.
    물론 돌비도 포맷 변화에 완벽함을 추구하느라 더 늦게 돌비시네마가 나왔을 가능성도 있지만요.

    돌비측은 앞으로 10년정도는 걱정 없을테라 안정적인 운영도 노려볼 수 있어서 돌비시네마를 제외한 타 컨텐츠의 귀추가 궁금해 지기도 하네요
  • @Jeneci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Supbro 2023.04.28 12:49
    말씀하셨듯 아이맥스는 이미 그 전에 디지털만 수백 개 관을 들여놨기 때문에 늦게 등장한 돌비시네마가 더 최신처럼 보일 수밖에 없긴 하죠. 그만큼 업그레이드도 훨씬 용이하고요.

    참고로 돌비시네마는 아이맥스 레이저와 동일한 시기인 2014년에 처음 설치된 포맷입니다.
  • @Jeneci님에게 보내는 답글
    무코러 2023.04.29 20:20
    돌비는 원래 오디오 기술 회사였고 아무래도 사운드 특화로만으로는 아이맥스에 경쟁하기에는 부족했죠.

    오디오 기술 회사였던 돌비는 디스플레이HDR 관련 회사를 인수했고 디스플레이HDR 기술이 대두되자 돌비는 동적 톤맵핑이 되는 돌비 비전이라는 HDR 기술을 내놓게 되죠. 돌비 비전과 돌비 애트모스를 합친게 바로 돌비 시네마 입니다.
  • profile
    큐빅페인팅 2023.04.28 12:48
    제가 처음본 아이맥스가 다크나이트였는데 이런 사정이 있었군요...
    어쩐지 그 때이후에 아이맥스를 봐도 그렇게 큰 감동은 없었는데 아이맥스 of 아이맥스 였네요
  • profile
    부라더 2023.04.28 14:36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살면서 이보다 더 진보한 포맷이 나올수 있을까요?
    아니면 개발중인 포맷이 더 있을까요?
  • profile
    초코무스 2023.04.28 17:36
    아이맥스 파로서 현재의 아이맥스 운영방식이 많이 아쉽기는 합니다. 확장보다는 현재 상영관을 업그레이드해서 아이맥스만의 강점을 살렸으면 좋겠어요.
  • profile
    모코코 2023.04.28 17:42
    아이맥스가 다큐부터 시작된건 처음 알았네요
    글 잘읽었습니다
  • dolbyvision 2023.04.29 07:32
    2D는 볼만한데 3D가 별로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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