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가 너무 길다는 피드백에 따라 뒤늦게 1,2부를 나눠봅니다. 끝부분에 보완도 좀;; ㅜㅜ

혹 이전에 끊어가며 보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넘버링을 참고해주세요. 꾸벅 (- -) (_ _)

 

이 작품은 이탈리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해가지지 않는 나라' 출신 영국인 아르투가 주인공입니다. 초반에 그의 연인이 "태양이 자꾸 우 따라와~"라 말하는 걸 듣고, 전 이 작품이 과거 파시즘(전체주의/제국주의)의 향수를 경계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더군요. 이탈리아는 현재 '여자 무솔리니'라 불리는 극우계 총리가 집권했거든요. 

또한 막판에 기차역 장면을 보고 정치풍자극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는데, 주인공들 이름을 찾아보니 와우~?! 전임/현임 두 총리들을 닮은 이름이 눈에 들어옵니다. 유럽은 정치풍자가 매콤하면서도 대단히 유려하군요. 아무래도 남의 나라 이야기인만큼, 이해를 돕기위해 우리나라 상황이 바로 연상될 수 있도록 영화 <파묘>를 끼얹어가면서 리뷰해보겠습니다.

 

Ⅰ 부에서는 이탈리아에 대한 배경 소개와 주요 인물들의 기본 성향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다뤄봤는데요.

Ⅱ 부에서는 자본주의/사회주의에 대한 이 영화의 시선과 로마 가톨릭의 성경이야기(베니아민)를 잠시 해보겠습니다. 

특히 여기에서는 아르투가 여신상을 파내기 전후에 이탈리아를 만나면서 심경이 복잡하게 뒤집어지는 과정, 즉 동티를 맞은 후 그가 왜 여신상을 버리게 되었는지를 파헤쳐볼까 합니다. 참~ 마지막 기차역과 붉은실의 해석도 조금 덧칠해봤어요. :) 

(이전에 보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미처 덕질이 안끝났더라는... 크흡 ㅠㅠ)

 


[ ] 태양의 나라

01. 아르투 : 화림+김상덕+박지용

02. 키메라 : 오행의 복합체 묘벤져스

03. 플로라 할머니 가문 : 박지용 일가와 아기

04. 불(Energy)과 쇠(Wealth)

 - 착취 당하는 이탈리아와 金품을 나눠갖는 동료들 : 대신 칼맞는 봉길이와 돼지띠 인부들

05. 쇠꼬챙이 : 도깨비불에 꽂힌 쇠말뚝

06. 파상풍 조심~! : 동티(動土)

07. 기차 안의 승객들 : 보국사의 곡괭이를 든 이들

 

[ ] 엑소더스

08. 타오름/자본 vs 수평화/공유

09. 여신상(金) : 도깨비(金) : 가치(value)

10. 사진 찍는 멜로디 : 지관의 우주공학도 딸

11. 이탈리아로 간 아서(왕) : 이집트로 간 총리 요셉 : 로마로 간 교황청

12. 공유자산 기차역 : 보국사 : 시대(時代/ERA)

13. 죽은자의 붉은실 : 죽은자의 피 : 햇살의 은총(grace)

 

★ 전 다소 건조하게 내용 위주로만 리뷰하긴 했지만, 이 영화는 대단히 고혹적이고 몽환적인 연출이 가득한 신비로운 작품입니다. 감각적이고 섬세한 화면 덕분에 볼 때는 그저 와아아..... 하고 감탄만 하게 되더라는... 아직 걸려있을 때 극장 관람을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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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ODUS / 탈출기

08. 타오름/자본 vs 수평화/공유

캄파넬라는 <키메라>에서 중요하게 등장한 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새로운 총리가 내각을 이양받을 때 을 넘겨받더군요. 한편으로 전 이 영화에 르네상스시대 철학가 톰마소 캄파넬라의 자연철학이 녹아있단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로마 가톨릭 신학자로 유물론적 사상에 의한 '감각철학'으로 종교재판에 회부된 뒤, 감옥에서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는 '갈릴레이 변호론'과 '태양의 나라' 등을 집필했습니다. 또한 그는 공산주의적인 유토피아를 꿈꾸던 인물이었는데요. 영화 후반부의 기차역 엔딩을 보니 오우~ 왜 입조심을 하는지 알겠더라는... 참고로 <키메라>란 뜻은 현실에서 이루기 불가능한 꿈/희망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마치 뭔가 멋져보이는 여러 동물의 DNA가 다 뒤섞인 종의 괴물 키메라의 형태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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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전 <파묘>에서는 타오름/자본주의를 뜻하는 , 말()과 수평화/공산주의를 뜻하는 돼지()가 서로 대비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누레온나 을 인간의 탈을 쓴 이념동티맞은 돼지띠 인부는 북쪽의 김씨일가, 여우같은 일본 음양사가 박아넣은 쇠말뚝/도깨비불은 미국, 기웃거리던 붉은여우떼는 소련이라고 바라보았구요. 김상덕이 묘지에서 한기를 느끼고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대사를 했던 것처럼, 영화의 경로를 재탐색한 이후부터는 냉전(남북분단/미군주둔)을 묘사한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키메라>는 이탈리아 영화니까 어쩌면 파시즘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점점 섞이면서 적당히 밸런스를 맞춰가는 과정을 상징한 것 같기도 합니다. 아르투와 이탈리아가 서로 조용~히 수화하던걸 보니까 이 영화 속에 쟤네들의 복잡다난한 이념 갈등 문제가 녹아있겠구나 싶더라구요. 공작새의 깃털처럼 '많은 눈'이 보고 있을테니 은연 중에 표현하고 있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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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파묘> 리뷰할 때 음양오행설에 따라 윤봉길을 ()의 호랑이, 이화림을 여름()의 말, 박지용 일가를 가을()의 닭, 김상덕을 간절기()의 소, 고영근을 겨울()의 돼지, 칼 꽂힌 도깨비불은 전쟁의 열매로서 ()+()의 결합체라 상정해서 해석을 해보았습니다. 

<키메라>에서도 비슷하게 시도해보면 국가 이름인 여주인공 이탈리아는 오행 중에 (고영근)/(윤봉길)과 닮았고, 아르투는 (이화림)/(김상덕)/(박지용)과 닮은 듯 합니다. <파묘>에서는 돼지띠 인부가 동티를 맞고, 봉길이가 칼에 맞았지만, <키메라>에선 사회주의 혹은 민주주의를 상징한다고 느꼈던 이탈리아나 도굴 크루가 아닌 자본주의 혹은 전체/제국주의를 상징한다고 여겨졌던 아르투가 동티를 맞게 되는군요. 그는 특별한 여신상을 파냈다가 오히려 역사 속 평범한 사람들의 존재, 즉 꿈 속에서 기차 안에 있던 승객들이 과거에 죽은 혼령이란 걸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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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도 할머니 집에서 쫓겨나긴 했으나 오히려 그녀에게는 전화위복이 된 듯 합니다. 초반에 을 손에 쥔 할머니 댁에서 마치 노예처럼 생활하던 이탈리아와 그 곳의 처럼 보였던 아르투는 엔딩에 이르자 기차역에서 아르투가 을 입에 문 그녀의 노예를 자처하는 것처럼 관계가 역전되었으니까요. 
이 부분은 <파묘>에서 초반에 부유한 친일파 조상의 죽은 혼령으로 인해 그 집안의 아기가 피해를 입었던 데 반해, 막판엔 보국사 사람들의 얼과 혼(물과 피)이 깃든 나무곡괭이로 도깨비에게 전세를 역전시켰던 것과 비슷한 맥락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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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여신상(金) : 도깨비(金) : 가치(value)

금속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유함을 상징합니다. 땅 속에 묻힌 돌덩이에 불과한 광석/유물에 가치()를 부여하는 건 아마 역사를 이어가는 인간들 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치 미술상/경매업자들이 도깨비 방망이로 " 나와랏~ 뚝딱!" 하듯이요. 
<키메라>의 여신상 <파묘>의 도깨비/일본장수가 그러했듯 이 댕강하고 떨어졌는데요. 나중에 그 머리를 가지고  안에서 도굴꾼 크루와 경매업자 양쪽이 개싸움을 벌입니다. 그러나 여신상의 머리는 과거 그 시대를 살아갔던 자(=현재는 죽은 자)들에게 진짜 의미가 있는 존재입니다. 더이상 여신을 숭배하지 않는 현대인들이 편리한 운송을 위해 머리를 치고, 끈으로 묶어 컨테이너로 옮긴다는 건 이미 여신상은 창조된 본질적인 가치를 잃고 금전()/()/학술(교육)적인 가치로 변환되었단 뜻이겠지요. 원래 있던 장소를 떠나 박물관에 놓인 <밀로의 비너스>와 <사모트라케의 니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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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보여주는 배의 동력장치는 마치 시계태엽을 연상시키면서 시간에 따른 힘/Power의 변화 = 역사를 상징하는 것 같더군요. 솔직히 그 장면이 나왔을 때 이 영화가 <파묘>랑 엄청 비슷한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파묘>가 이 땅에서 반복되는 전쟁들처럼 시간의 수레바퀴 즉 우리나라 역사를 이야기하는 영화라 생각했거든요. 

(개인적으론 <파묘>가 이야기의 경로를 임진왜란으로 회귀시킨 거라 여기기보다는, 일제강점기 다음인 냉전으로 경로를 틀었고 도깨비불은 6.25전쟁의 역사를 상징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진왜란의 여파인 세키가하라 전투는 일본의 내전이라 할 수 있는데, 2차대전의 여파로 인한 내전은 하필 광(光)복을 맞은 우리땅에서 일어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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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주인공 아르투는 그 과거 유산의 목을 과감히 바다로 던지며(보내주며) 살아있는 이들의 싸움을 끝장내버립니다. 이 장면은 <파묘>에서 산 자들을 위해 과거/혼령의 유산을 어찌됐든 태워서 정리했던 것과 비슷해 보이는군요. 참고로 이 때 등장한 스파르타코의 이름과 비슷한 그리스의 스파르타는 근대 파시즘이나 나치즘 같은 전체주의에 영감을 주었다고 이야기되곤 합니다. (영화 <300> 보신 분들은 느낌 아실거에요. :D) 그래서 전 왠지 경매업자 두 여성들이 현 이탈리아 여성 총리를 꼬집은 것 같아 보이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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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사진 찍는 멜로디 : 지관의 우주공학도 딸

전에 <파묘> 리뷰할 때 독일인과 결혼한 딸내미 예식장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가 시공간에 방점을 찍는 의미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는데요. <키메라>에서 사진 찍던 멜로디가 심지어 관객에게 말을 걸기까지 하는 것을 보며 왠지 파묘의 우주공학도 딸이 연상되었습니다. 실은 전 <파묘>의 엔딩을 보며 우주공학도 딸이 말을 건듯한 기분?에 리뷰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녀가 영화 전반에 녹아있는 은근 중요한 제3자란 생각을 했거든요. 

(+지관의 딸은 아버지의 ★을 더 크게 확장시켜 나아갔으며, 김상덕이 후손을 위해 험한 것을 뽑아내도록 심경♥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그가 죽음의 위기 속에서 의 의지를 이어가도록 잡아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한국/일본과 비슷한 과거를 가졌으나 일본과는 역사인식/교육 방향이 다른 독일인과 결혼하면서 일종의 모멘텀을 찍어주었으니까요. feat. 공학도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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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키메라>에서는 서로 너무나 달라보이던 도굴 크루의 한 멤버가 그녀의 배뇨 행위를 보고 자궁이 튼튼할 것 같다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미래의 결혼을 꿉니다. 그러나 과연 시찰/경험 쌓으러 나왔던 부르주아가 프롤레타리아를 만나게 될까요? 심지어 얘는 이름이 Pirro(빨갱이)인데요? ^^; 흠... 뭐 실제로 멜로디는 목이 댕강한 여신상의 머리를 들고 있다는, 즉 이 될만한 중요한 정보를 경매업자 스파르타코에게 해주기 위해 도굴 크루를 데리고 둘 사이를 연결시켜주면서 같은 배에 올라타긴 했습니다. 

 

참고로 현재의 이탈리아 총리는 무솔리니 이후 100년만에 탄생한 극우계 정치인 멜로니인데요. 그녀는 일단 파시즘에는 선을 긋고 실용주의적 노선을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영화 속 두 경매업자들의 머리색이나 눈색도 그렇고 파시즘에 영감을 줬던 스파르타를 연상시키는 스파르타코나 묘하게 뒷통수 맞은 기분이 들게한 멜로디란 이름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왠지 페스티발 때 우리 같이 잘 어울려놓고 혹시 너 스파르타코의 하수인이기만 한 건 아니지?라고 묻는 듯 하더라구요.  

(어쩌면 이 영화는 멜로니에게 <파묘>에서 지관 딸 결혼식때 찍은 묘벤져스 4인방의 사진처럼 역사적인 관점에서 다른 사진첩들도 한번 보라고 거꾸로 을 해주려는 듯한... 과연 그녀는 앞으로 종을 든 플로라 할머니가 될까요? 아님 이탈리아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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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총리 마리오로부터 내각 이양을 의미하는 종(캄파넬라)을 받아든 멜로니 현 총리>

 


11. 이탈리아로 간 아서(왕) : 이집트로 간 총리 요셉 : 로마로 간 교황청

할머니는 출소한 아르투와 사라진 베니아미나를 유난히 편애합니다. 베냐민아란 이름을 듣다보니 전 기독교 성경 속 요셉의 유일한 동복형제 베냐민이 떠올랐습니다. 창세기에서 야곱(훗날 이스라엘)은 후처인 라헬의 장자이자 11번째 아들인 요셉을 가장 사랑했으나, 요셉은 이복형제들의 질투/배신으로 감옥에 갇힌 뒤 나중에 이집트의 총리가 됩니다. 그리고 아들 요셉이 실종된 줄 알았던 야곱은 남은 12번째 막둥이 아들 벤야민을 과잉보호하지요. 때문에 잘나가게 된 요셉이 다시 형제들과 화해할 때 자신처럼 후처 라헬의 아들이었던 막내동생 벤야민의 볼모로서의 가치가 의미있게 활용됩니다. 야곱/이스라엘은 요셉의 실종 트라우마로 인해 벤야민마저 잃게될까봐 노심초사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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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전 아르투와 할머니가 애타게 찾던 베냐미나란 딸 이름은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의 총리를 배출한 성경 이야기에서 따온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즉 할머니는 야곱/이스라엘을, 그녀가 편애하던 아르투는 요셉을, 베냐민아는 할머니가 애착을 보이는 집안의 막내딸일 듯 싶더라구요. 참고로 할머니가 출소한 아르투를 반기듯 야곱은 결국 꿈에 그리던 11번째 아들 요셉과 조우하면서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로 이주하는 일대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로인해 나중에 성경의 출애굽/탈출기 즉 모세의 엑소더스가 나오게 된...)

 

한편, 이탈리아란 나라는 태양신을 섬기던 로마제국 시대에 유럽을 평정했지만, 의외로 후처?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다시금 종교적/정치적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마치 요셉이 이집트의 총리가 되어 자기 민족을 기근에서 구원했듯이, 이탈리아의 로마는 가톨릭계의 총리라 할 수 있는 교황청을 품으면서 그 이미지와 상징적인 가치를 통해 나라의 위상이 여지껏 버텨온 것일지도요. 그러나 이탈리아가 결국엔 낡아서 물이 새는 플로라네를 떠나 기차역으로 거처를 옮겨갔듯 감독은 이제 이집트(로마)로부터의 탈출(Exodus)이 필요하다고 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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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공유자산 기차역 : 보국사 : 시대(時代/ERA)

이탈리아는 할머니 플로라와 산책을 하던 도중에 기차역이 방치된 공유자산이란 걸 확인하는데요. 기차에서 자기가 파낸 묘지의 떠도는 혼령에 사로잡혔던 아르투는 마지막에 이 기차역으로 가서 수많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려 합니다. 그나저나 이탈리아와 도굴 크루의 일원인 파비아나가 화해한 것도 꽤 의미심장하네요. 파비아나는 신의 선물재배자농장주2월(입춘)이란 뜻을 가지거든요. 개인적으로 <파묘>의 엔딩은 뿌리깊은 소나무와도 같은 우리나라에 이 오길 기대하고, <가여운 것들>의 엔딩은 민초들의 정원에 이 피길 바란다고 여겼었기에 세 작품의 엔딩이 뭔가 비슷한 여운을 주더라구요.

 

한편, <키메라>의 다소 사회주의적 성향을 드러낸 기차역은 <파묘>의 보국사와 같은 포지션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국사를 지은 스님 이름이 의열단장 김원봉과 동일하던데, 실은 제가 묘벤져스 4인방에서 고영근을 오행 가운데 (수평화/사회주의)라고 상정한 이유는 그의 직업이 인간의 수면/죽음/침잠을 안내한다는 게 가장 크긴 했지만 그의 직장 이름 또한 의열장의사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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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에 도굴단 '톰바롤리'의 가장 연장자인 저 아쟤가 축제때 갑자기 망토로 화면을 까맣게 훅~ 덮으시던데, 이 역할의 이름은 이탈리아 전 총리와 똑같은 마리오랍니다. 혹시 페스티벌과 가짜경찰씬은 정권교체를 표현한 걸까요? ㅋ

 

솔직히 전 이탈리아?하면 왠지 과거 로마제국르네상스 시대가 남기고간 세계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팔아먹으면서 살아가는 나라란 인상이 있는데요. 현대와 같은 유럽/해외 관광의 붐은 아르투처럼 17C 근대 영국 귀족들이 그랜드투어를 했던 게 시초라 여겨지곤 합니다. 이 때 고대 그리스로마의 번영과 유산의 가치를 새롭게 재평가하면서 신-고전주의/네오-르네상스와 모더니즘이 태동하기도 했구요.

 

한편으로 이탈리아하면 영화에 나오듯 오페라 음악과 파스타도 생각나고, 드넓은 토스카나 지역의 농장(와인, 라벤더, 올리브, 해바라기 등)도 떠오릅니다. 최근에는 옛 선조들의 장인정신을 이어간 것인지 기술력과 미적 감각을 기반으로 한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피렌체의 패션(프라다, 베르사체, 구찌 등)과 각종 자동차(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등) 브랜드들도 생각나구요.

즉, 작업복을 입고 못을 입에 문 이탈리아가 농업을 뜻하는 파비아나와 화해를 한 뒤, 기차역에서 수많은 어린아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은 마치 이탈리아에는 이런 자산들이 많으니 과거 유물만 파먹지 말고 남북이 앞으로 함께 나아가자란 의미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한편으로는 마치 역사처럼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기차에서 잠시 머물러 정차하는 기차역이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자산일 듯 합니다. 다들 이 시대(時代/Era)를 함께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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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포르투갈/스페인계 같았던 이탈리아의 딸 콜럼비아나는 과거 이탈리아 출신이지만 자국에서 지원을 받지 못해 스페인의 이사벨 1세 여왕에게 황금을 가져다준 콜럼버스를 상징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경제불황으로 꽤 힘들다는 이탈리아가 다시금 번영하기를 바라는 감독의 맘은 아닐런지...

(이 때는 꼭 콜럼비아나가 <파묘>에서 해외로 나가 외국인과 결혼한 김상덕의  같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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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죽은자의 붉은실 : 죽은자의 피 : 햇살의 은총(grace)

엔딩에서 아르투는 분명 녹슨 못들이 가득한 걸 빤히 알면서도 또 도굴 짓거리를 하러 갔다가 그 안에 갇히게 되는데요. 기차의 혼령이 준 라이타로 촛불을 키며 동굴을 따라가다 왠 붉은 실을 발견하게 되면서 땅 위/세상 밖으로 솟아날 길을 찾아내게 됩니다. 아마도 죽었을? 사라졌던 베니아미나의 붉은 실은 얼핏 그리스신화에서 죽은 연인 에우리디케를 찾으러 지옥을 다스리는 하데스 신을 찾아간 오르페우스 이야기나, 테세우스가 미궁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와준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이야기가 떠오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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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죽은 자의 붉은 실이란 점에서 전 왠지 <파묘>에서 나무곡괭이에 깃든 조상들의 가 더 강하게 연상되었습니다. 즉, 베니아미나는 이미 과거에 죽어있으나 미래에 사랑하는 이를 위하는 일종의 /(꿈★)이 되어 시간을 초월하면서 산 자에게 한줄기 희망(꿈★)을 일깨워주는 것 같더라구요. 그나저나 막판에 아르투에게 숨구멍을 찾아주며 결국 이 하고 끊기던데, 과연 아르투는 김상덕처럼 다시 살아났는지 모르겠군요.

(이 때는 꼭 베니아미나가 <파묘>에서 지관 김상덕이 너무나 보고싶어한 항공회사 다니는 사랑하는  같더라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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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자궁과도 같은 땅 속 구멍에 흐르는 베니아미나의 붉은 실(음)은 아르투가 땅 속 구멍에 쑤시던 쇠꼬챙이(양)와 대비되듯 남녀(음양)는 서로 사랑결합해서 아이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그녀는 이미 과거의 죽은 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아르투가 미래의 산 이탈리아와 함께 아이를 낳아 잘 살아나가길 바라는 뜻에서 실/탯줄을 끊어준 것일 수도 있겠네요. 어쩌면 그녀는 아르투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바다 속으로 놓아준 가이아의  키벨레 여신이 현현(present)한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노인비율 문제의 심각성은 1위가 일본, 2위가 이탈리아입니다. 우리나라는 20년 뒤에 그 불명예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구요. 출산율은 3국 모두 똥망인 가운데, 한국이 일본과 이탈리아를 압도하는 세계 꼴찌 수준이지요. 크흡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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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파묘> 리뷰를 기독교 집사님이라던 감독님과 미국의 종교를 따라 은혜(grace)와 참회(repentance)로 끝맺었었는데, 솔직히 이 영화의 엔딩이 그 측면을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로 쓰여졌던 로마 가톨릭의 역사처럼 종교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속에 한줄기 을 밝히며 들어온 붉은 실이란? 가이아/키벨레 여신의 을 비추는 우라노스/제우스/태양신/하느님 등의 햇살과 함께 흘러들어 왔다고 할 수 있는데요. 어쩌면 를 나눈 형제 베냐민이 사랑하는 형 요셉에게 이어준 은총(grace)과 축복(blessing)을 의미하는 건 아닐런지... "서로 사랑하라. 그리고 생육하고 번성하여 에 충만하라."는 메세지를 담아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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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이미지에 대한 상상>

이탈리아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로, 로마/르네상스 시대의 세계유산과 바티칸의 로마 교황청과 같은 관광자원/해외 관광객들을 돈줄(경제기반)로 삼고 있습니다. 쇠락해져가는 남부 이탈리아로 세금이 줄줄 새는 가운데, 최근에는 북부 이탈리아의 기술력으로 국가경제의 생명줄이 이어지고 있지요.

아아... 이 포스터 진짜 (詩)적인 거 같습니다. 그나저나 왼쪽에 금발머리 멜로디도 보이는 듯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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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솔직히 전 극쫄보라 두려움을 자극하는 호러장르보단 안무섭게 상상력만 자극하는 판타지장르를 훨씬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가 직설적으로 파고들어 캐내려 하는 <파묘>나 <추락의 해부>보다는 몽환적으로 파고들어 어렴풋이 드러내는 <키메라>와 <가여운 것들>이 심적으로 더 편안하긴 하더군요. 뭔가 남들 얘기인 것마냥 거리감이 확보되니 막써도 돼서 그런가... 

 

음... 그리고 <파묘>에서 감독님이 보국사의 역할을 생각보다 중요하게 활용하지 않은 이유를 얼핏 알 것 같기도 합니다. <키메라>에서는 아르투와 이탈리아가 말없이 수화로 "우린 비밀스러운 관계에요~"라 말하던데... 그눔의 -ism 논쟁은 참...... 쓸데없이 '많은 눈'이 신경쓰이기 마련이죠. ㅋ

 

키메라29.jpg

(+솔직히 전 이념 잘 모르는 공학도 너드일 뿐인데, <파묘> 리뷰 때 혹시 식민사관으로 읽히진 않나, 반대로 빨갛게 보이진 않나, 말실수 한 건 없었나 은근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는...ㅜㅜ)

 

출처: 본인 브런치스토리
https://brunch.co.kr/@nashira/48


profile Nashira

밀리터리, 역사장르와 아드레날린+광활한 풍경+저음 사운드를 사랑하며,

건축+도시, 음악영화에 관한 글을 쓰곤합니다. 

https://brunch.co.kr/@nash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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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니빌뇌브 2024.05.13 22:37
    오늘 영화 보고 왔는데 리뷰 정말 좋네요! 덕분에 잘 봤습니다^^
  • @드니빌뇌브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Nashira 2024.05.13 22:55
    감사합니다~~ 이 영화 아직 상영관이 남아있군요?
    거의 첫눈에 반하다시피 푹 빠진 영화였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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